연예인의 인기, 대통령의 인기
연예인의 인기, 대통령의 인기
  • 허영섭
  • 승인 2014.07.1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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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허영섭   언론인, 칼럼니스트.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대만, 어디에 있는가' 등의 저서가 있다.
<허영섭칼럼>과거 역대 정부 가운데 국정수행 지지도를 본격 따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 김영삼 대통령 시절부터가 아니었나 여겨집니다. 비록 3당합당으로 대통령에 올랐을망정 군사독재 시절을 벗어나 비로소 문민시대를 열었다는 자부심 때문이었을 겁니다. 군 내부의 핵심 계보였던 하나회를 해체하고, 공직자 재산공개를 실시했으며,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던 자신감이 바로 거기에서 연유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대중 인기도에 대한 김영삼 정부의 관심은 출범 두 달을 맞던 무렵부터 드러납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김 대통령의 지명도가 1등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 은근히 강조되었던 것이지요.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서울시내 고교생들에게 물었더니 탤런트 최진실, 농구선수 허재, 가수 김원준, 서태지와 아이들 등 쟁쟁한 청춘스타들보다 김 대통령의 인기도가 더 높게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유명을 달리했지만 당시 최진실은 방송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이고 광고 모델로도 최대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연예인으로서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를 한 것도 그녀가 처음이었지요. 따라서 그녀의 인기도를 넘어섰다는 것만으로도 내세울 만했습니다. 그때 청와대 회의에서 수석비서관들이 “대통령께서 학생들의 우상을 젖히고 1등을 하셨으니 한턱 내시라”고 해서 웃음바다를 이뤘다는 얘기가 신문기사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대중 인기도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려울 때 상담하고 싶은 사람’, ‘주례를 부탁하고 싶은 사람’, 심지어 ‘급히 돈이 필요할 때 흔쾌히 꾸어줄 사람’ 등의 여러 조사에서도 두루 1등을 차지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그러한 조사의 정확도나 신뢰성에 대해 일일이 따질 필요까지는 없을 것입니다. 국민들의 지지도가 그만큼 높았다는 사례로 간주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는 임기 초반 이처럼 인기가 높았는데도 퇴임 무렵에는 갖은 비난과 험담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경제정책 실패로 나라를 외환위기의 수렁으로 빠뜨렸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을 국제통화기금(IMF)의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는 뜻에서 청와대 식사자리에 초대된 손님들에게조차 칼국수를 내놓는 게 고작이었으나 결국은 문고리를 쥔 측근들의 비리를 막지도 못했습니다.

친인척을 포함한 측근비리에 있어서는 그 뒤를 물려받은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들과 형님, 또는 부인까지 청탁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역대 정부마다 취임 초기에 거창한 청사진을 내걸고 국정운영에 자신감을 내비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추진 동력을 잃고 주저앉고 말았던 결정적인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정책 실패라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수·진보 진영 사이에 평가가 엇갈리는 북한 정책은 일단 제외하고라도 벤처산업 육성, 신용카드 발급확대 정책이나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한결같이 심각한 뒤탈을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민주화 이후의 역대 대통령들이 아직도 일반의 평가에서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넘어서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지지도가 받쳐주지 못한다는 것이겠지요.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채 물러나기는 이명박 전임 대통령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측근비리는 물론이려니와 ‘경제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임기 중에 이루겠다는 약속들을 거의 공수표로 남겨놓은 채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웠던 4대강 개발사업도 지금에 이르러선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가 훨씬 더 큰 것 같습니다. 퇴임 직전 내곡동에 사저 부지를 마련하려 했던 시도도 개운찮은 뒷맛을 남긴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정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1년 반도 채우지 못한 단계에서 벌써 민심이반 현상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합니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40%를 약간 웃도는 수준까지 내려앉았으며, 더욱이 서울에서는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어수선해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국무총리 경질을 시도했으나 오히려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 두 분이 연달아 낙마하고 정홍원 총리를 재신임해야 하는 사태에 이름으로써 역풍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취임 초기부터 논란에 부딪쳤던 인사 난맥이 제2기 내각의 장관으로 발표된 내정자들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몇 분에 대해서는 심각한 흠결사항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설혹 청문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국민들의 불신은 씻어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불신이 대통령 지지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겠지요. 그나마 전임 정부들에서처럼 측근비리가 없는 것이 큰 다행입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적극적으로 국가개조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지지도는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는 것이어서 등락에 따라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리더십 위기는 그렇게 간단하게 바라볼 것만은 아닙니다. 말로만 소통이 아니라 진짜로 소통해야 합니다. 화합 노력에서도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국민들은 관대하기도 하지만 냉혹할 때는 사정없이 차가워진다는 사실을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때 높은 인기도를 자랑하는 연예인들도 순식간에 인기 순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박 대통령 역시 지난 4월 중순만 해도 60%를 넘어 70% 가까운 지지도를 누렸던 게 사실입니다. 민심에 부응하는 정책 시행으로 지지도를 되찾음으로써 가벼운 농담일지라도 서로 한턱 쏘겠다는 얘기가 청와대 참모진 회의에서 들려오기를 기대합니다.

#"이 칼럼은 '자유칼럼그룹'의 '허영섭 세상만사'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   허영섭

 

언론인, 칼럼니스트.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대만, 어디에 있는가'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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