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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생보사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생보사들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4.07.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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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신의성실의 원칙'이자 '양심의 문제' 아닌가

요즘 생명보험업계의 가장 큰 쟁점은 자살보험금 지급문제다. 생보업계 사상 최대의 위기(?)라고도 한다. 이른바 수천억원에 이르는 ‘자살보험금 미지급’이라는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 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은 지난해 8월 ING생명의 재해사망특약 2년 후 자살한 90여건과 관련해 200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금융감독원이 발견하면서 불거졌다.

ING생명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재해사망특약 2년이 지나면 자살한 고객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함에도 보험금이 싼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 금감원은 이를 법규 위반 행위로 보고 ‘기관주의’와 과징금 4천900만원 부과, 관련 임직원들에게는 ‘주의’ 조처 등의 제재사항을 사전 통보했다.

생명보험업계는 제재심에서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지급 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지난 2010년 금감원의 표준약관 개정 이전까지 생명보험사들이 적용하는 표준약관에는 자살 시 일반사망과 재해사망 중 어떤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지 명확하게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표준약관은 금감원의 허가로 보험사들이 전체적인 보험 상품에 적용하게 되는 것”이라며 “제재심에서 ING생명의 제재가 확정된다면 금감원은 자신들이 허가한 표준약관에 대한 실수를 인정하는 결과”라고 말했다.정상적인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보험사도 책임이 있지만 금감원이 이미 문제인식을 하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건의 경위를 보면, 지난 2010년 4월 이전에 거의 모든 생보사들은 재해사망특약 약관에서 보험가입 2년 이후의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토록 명시했다. 특약의 문제점을 발견한 생보사들은 2010년 4월 이후에 판매한 상품에 대해서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주지 않고 책임준비금 즉 적립금만 지급하는 것으로 약관을 수정했다.

물론 2010년 4월 이전에 판매·계약한 보험에 대해도 약관에 따라 자살보험금을 줘야 함에도 현재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ING생명에 대한 종합감사 이후 1년여가 다 돼는 현 시점까지 제재심의위에서의 최종 징계 수위 결정이 안 나오는 등 명쾌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자살보험금 미지급건과 관련 쟁점은 크게 2가지다. 자살은 재해가 아님에도 재해사망으로 간주해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사회적으로 자살을 방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관상 지급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맞서고 있다. 

그러나 약관에 오류가 있더라도 보험금은 약관대로 줘야 한다는 것이 지난 2007년 대법원 판례다. 이에 따라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관련법에 따르면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돼야 하고 고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돼서는 안 된다. 또한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는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보험사들은 다른 판례도 있다며 지급거부의 명분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근본적으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아래에서는 궁핍한 변명일 뿐이다. 보험 가입 시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좀체 알기 어렵고 어디에 적혀 있는지도 모르는 약관의 조항을 내세우며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댔던 그들이다.따라서 약관대로 지급하는 것이 옳다.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 그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다. 보험사가 준다고 했으면 줘야 한다. 그것은 양심의 문제다. 신뢰를 담보로 한 금융기관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태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 스스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설 자리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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