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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팀의 활쏘기
새 경제팀의 활쏘기
  • 김병주
  • 승인 2014.08.01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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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칼럼> “훌륭한 궁수(弓手)는 과녁보다 높게 겨냥해 화살을 당긴다.” 중세 이태리 책략가 마키아벨리(1469-1527)의 저서 “군주론”에서 읽은 구절이다. 궤도가 높아야 낙하하면서 과녁을 관통한다는 말이다. 일본의 아베수상은 스스로 전설의 궁수에 빗대면서 세발의 화살을 간헐적으로 발사했다. 아직 불황탈출 여부는 확실히 판가름 나지 않고 있다.

  
7.24 최경환 경제팀은 새로운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4.1%에서 3.7%로 낮춰지는 가운데, 내수 진작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궁술로 비유하자면, 단번에 여러 발의 화살을 쏘아대는 신기전(神機箭)을 동원하는 셈이다. 쏘는 화살이 많으니 더러는 과녁을 맞히기도 하고 더러는 빗나가기도 할 것이다. 각 경제부처 관료들이 조각조각 제시한 조치들을 모아 기워 만든 조각보 이불은 언뜻 살펴 과감하고 전폭적으로 보인다. 과연 이 조각보 누비이불 문양의 주제(主題, motif)는 무엇이며, 장단기의 실효성은 어떠할 것인가 살펴보자.

  
7.24 발표의 첫째 주제는 내수 진작에 41조 7천억 원을 투입하는 확장지향이다. 따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필요없는 규모이며 내년에도 확장기조의 지속을 다짐한다. 둘째 주제는 실용주의적, 풀이하면 이념적 잡탕이다. 시장경제냐 사회주의냐의 정체성 혼돈이 감지된다는 뜻이다.

  
몇 가지만 간단히 짚어보자. 기업이익이 가계부문으로 유입되는 전통적 경로는 임금소득과 배당소득이다. 기업이 이 흐름의 물줄기를 줄여 많은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진단은 옳다. 배당률 수준이 국제 대비해서 낮다는 비판도 옳다. 문제는 사내유보의 대부분은 현금성 자산이 아니고 주로 유·무형 자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과세한다는 것은 이미 과세한 영업이익과 자본이익에 중복 과세하는 결과가 된다. 기업이 장래 사업 전망의 불확실, 신규 사업 기회의 선점, 적대적 인수합병 수비와 공세, 특허권 및 제품부실 법정분쟁 우려 등 때문에 자금의 방어벽을 쌓았을 것이다. 사내 현금유보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제도는 바람직하나 과세는 정치 포퓰리즘에게는 좋은 제물이겠지만 경제 논리에는 어긋나는 길이다.

  
부동산 시장을 통해 내수 진작하겠다는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를 각각 70%와 60%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가계부문이 금융회사에서 돈 더 빌려 집 사라는 말이다. 문제는 가계가 빚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 앞으로 집  값이 떨어져 팔아서 빚잔치도 제대로 못하게 될 상황이 오면 어찌하나이다.

  
며칠 전 신임 부총리가 한은 총재와 회동하였으니 조만간 중앙은행은 금리인하로 회답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수도권 광역철도, 제2 서해안고속도로 건설, 신용카드 소득공제 연장, 연금저축 세액 공제한도 확대 등 조치들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한편 7.23일 올해 세수 전망치가 당초보다 8조 5천억 원 감소할 것이라는 국세청 추산이 나왔다. 경기부진 등으로 2012년 이래 3년 연속 세수에 구멍이 나고 있다. 내년에도 세수 증대가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도 재정지출은 새 경제팀 구상에 따르면 늘어야 한다. 그 갭은 재정적자로 쌓일 것이다.

  
앞의 얘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정부부분에서는 재정지출 확대 세수감소로 적자가 누적되고 기업부문은 사내유보 감소로 재무구조 취약성이 두드러지고 가계부문은 빚내서 돈쓰기로 이미 1000조 원을 넘어선 부채가 더 늘어날 것이다.

  
일부 경제예측가들은 수년 후 세계적 경제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만의일이라도 이들의 불황도래설이 적중한다면, 한국경제 각 부문의 재무건전성이 훼손된 즈음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는 순간까지 마지막 화살을 아끼며 다음 기회도 고려하는  궁수가 진짜 고수가 아닌가 싶다. 경제운용의 묘수는 가능한 정책수단의 선택과 절제에 있다. 언제나 사람은 바뀔 수 있지만 국민경제흐름은 그침이 없어야 한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보아 새 경제팀은 현 정부의 마지막으로 힘을 발휘해 볼만한  팀일 것이다. 성공을 바라는 만큼 우려도 크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김병주 ( pjkim@sogang.ac.kr )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재단법인 나눔21 이사장
 
    (전) 한국경제학회 회장
 
    (전)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금융산업발전심의회 위원장
 
    (전)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이사장, 소액서민금융재단 이사장
 
    (전)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경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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