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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던져준 메시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던져준 메시지
  • 김강정
  • 승인 2014.08.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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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정칼럼>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이 도저히 ‘질 수 없는’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여당이 경기침체 속에 세월호 참사와 잇단 총리 후보 낙마 등 인사파동에 휘말렸고, 유병언 시신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무능 등 온갖 악재에 파묻혔음에도 정권을 심판하자던 새정연이 오히려 심판을 받은 것이다. 전체 국회의원의 5%인 15석을 뽑는 선거였지만, 그 의미는 과거 어느 총선 못지않게 컸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는 야당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 새정연 후보에 압승했다. 서울 동작을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하듯 후보 단일화를 한 야당 후보를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이겼다. 광주 광산을에서는 새정연이 권은희 후보를 전략 공천해 당선은 됐지만, 투표율이 가장 낮은 20% 대에 그쳐 ‘광주의 딸’이라는 명분이 무색해졌다. 손학규 등 새정연의 거물급 후보들은 새누리당 신인들에게 줄줄이 패했다.

  야당은 허구한 날 ‘세월호’와 ‘정권 심판’ 타령이었다. 심지어 박영선 원내대표는 “여당이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해주지 않으면 다른 법안들을 모두 보이콧 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회복에 대한 국민적 갈망과 세월호 특별법안에 대한 많은 국민의 우려를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또 새정연 박범계 의원은 투표 하루 전 느닷없이 유병언 시신의 진위여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첨단 과학’마저 부정하는 행태를 보였다. 광우병 파동 때의 ‘슬픈 코미디(?) 효과’를 노린 것일까. 야당은 시대흐름을 읽지 못했다. 그저 국정 발목잡기 같은 헛발질과 자살골 날리기에 바빴다.

  반면, 새누리당은 ‘경제 살리기와 국정 안정’을 내세웠다. 국민의 절실한 마음을 제대로 읽었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당선된 클린턴을 연상시켰다.

  새정연은 공천과정에서도 계파갈등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밀실 공천도 여전했다. 당 차원의 후보 단일화는 없다고 해놓고 꼼수 단일화를 했다. 당 중진은 단일화 후보 지원을 위해 유세 현장까지 찾았다. 유권자들을 공개적으로 우롱한 것이다. 전략공천은 다른 지역에서 표를 까먹었다. ‘새 정치’가 아니라 ‘헌 정치’ 그대로였다.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한국정치에 큰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첫째, 순천·곡성의 선거혁명은 우리 정치가 지긋지긋했던 지역주의 벽을 뛰어넘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다는 당위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일깨워주었다. 허수아비를 꽂아도 당선된다는 지역주의 정치에 대한 준엄한 경고였다. 국회에서 최류탄을 터뜨려 국제적으로 나라 망신을 시키고도 안중근 의사 운운하던 범법자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켰던 곳에서 일어난 대변혁이라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왔다.

  둘째, 국민을 우롱하는 밀실야합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다. 서울 동작을의 단일화 후보 낙선과 광주 광산을의 밀실 후보공천에 대한 최하위 투표율이 이를 반영했다. 정치권은 툭하면 과거 3당 합당과 DJP연합을 들먹이며 야합을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1990년 3당 합당은 당시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 세 정치세력이, 1996년의 DJP연합은 김대중, 김종필 두 정치세력이 공식적으로 합당 또는 연합한 것이었고, 당당하게 국민의 심판을 거쳐 집권에 성공했다. 이번처럼 속임수, 꼼수가 아니었다.

  셋째, 국민의 새 인물에 대한 간절한 여망이다. 새정연의 손학규, 김두관, 정장선 등 거물급 후보들이 새누리당의 무명 정치신인들에게 모두 패한 것이 그 증거다.

  그러나 가장 소중한 메시지는 민생(民生)을 제쳐두고, 사사건건 국정을 발목 잡는 행태를 국민이 짜증스러울 정도로 지겨워하고, 더 이상 그런 정당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민은, 안정된 삶을 누리게 하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열어주는 정치를 원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 것이다. 야당은 정부·여당을 비판·견제하고 때로는 치열하게 싸워야 하지만, 아무 관련도 없는 민생 관련 정책과 법안을 볼모로 잡는 짓을 국민은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정연은 이제 근본적인 혁신 없이는 존립마저 위태롭게 됐다. 온건중도파와 강경 친노좌파가 제대로 융합할지, 아예 ‘헤쳐모여’ 식으로 갈라설지, 아니면 도로 민주당으로 돌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념과 정체성의 갈등 속에서 벌어진 계파정치와 진영논리 싸움을 지겹게 보아온 국민도 이제 인내의 한계에 이른 것 같다. 근본적으로 이념과 행동방식이 다른 집단이 한 배를 탄다면 난파와 침몰밖에 더 있겠는가. 지금까지 새정연 내부의 계파정치가 보여준 행태들이 이런 우려를 낳는다.

  새누리당은 이번 대승을 결코 자력으로 이룬 것이 아니다. 새정연이 갖다 바친 것이다. 새정연 이상으로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국민에게 깊은 감동과 희망을 주는 모습으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에서 뼈아픈 심판을 받을 것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김강정 ( kkc7007@daum.net )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동아원(주) 사외이사, 학교법인 운산학원 이사
 
   (전) 삼성화재, 방송광고공사, 수협은행 사외이사
 
   (전) 경원대(현 가천대) 교수, 우석대 초빙교수
 
   (전) MBC보도국장, 논설주간, 경영본부장, iMBC사장, 목포MBC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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