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못찾은 돈들의 '방황'-.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예금금리가 줄줄이 떨어지고 최근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조금씩 찾고 있지만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부동자금이 급증하고 있다. 여전히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6개월 미만 단기 금융상품인 ‘단기 부동자금’이 지난 6월 말 736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6월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736조285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말 540조 원과 비교해 5년 6개월 동안 36.3% 급증했다.
단기 부동자금은 2008년 말 500조 원대에서 2009년 말 647조 원으로 100조 원 이상 급증했다. 2010년 말 653조 원, 2011년 말 650조 원으로 다소 정체를 보이다가 2012년 말 666조 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713조 원으로 늘었다. 단기 부동자금은 올해 들어서는 1월 말 721조 원, 2월 말 723조 원으로 늘었다가 3월 말 722조 원에 이어 4월 말에는 715조 원까지 줄었다. 그러나 5월 말 733조 원에 이어 6월 말 736조 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6월 말 단기 부동자금 중 현금은 57조 원, 요구불예금 136조 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347조 원, 머니마켓펀드(MMF) 48조 원, 양도성예금증서(CD) 20조 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37조 원, 환매조건부채권(RP) 9조 원 등이다. 여기에 6개월 미만 정기예금 68조 원과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14조 원을 합한 것이 시장에 대기 중인 단기 부동자금이다.
단기 부동자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확실한 돈쓸 곳, 즉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 금리는 이제 2%대 초·중반까지 떨어졌고, 이번 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25%로 인하하면서 예금금리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최근 들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긴 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기에는 미흡하다. 코스피 지수는 정부가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내자 한때 지수가 2080선을 넘기도 했지만 2100선 돌파엔 미흡하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으로 부동산시장도 들썩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아직까지는 관망세다.
인체에 피가 제대로 돌아야 신체가 건강하다. 돈도 마찬가지다. 돈이 제대로 돌지 못하면 금융시장의 동맥경화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면 산업에 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는다. 사람의 경우 피가 돌지 못하면 심장마비 또는 뇌경색으로 죽게 되는 것처럼 돈 시장이 왜곡 또는 마비되면 금융시장은 물론 제조업이나 정보통신 산업이 정상 가동되기 어렵다.
최경환 경제팀과 이주열 한은 총재가 어느 때보다도 머리를 맞대고 자금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살펴야 할 때다. 갈 곳을 몰라 방황하는 돈을 제대로 돌게 하고, 돈의 유통경로를 정상화해야 하는 것이 시급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