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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문화 개선없이 강한 군대 못 만든다
병영문화 개선없이 강한 군대 못 만든다
  • 류동길
  • 승인 2014.08.2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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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칼럼> '군대 가서 참으면 윤 일병, 욱하면 임 병장'이라는 유행어는 무엇을 말하는가. 육군 22사단 임 병장의 총기사건, 28사단 윤 일병의 반(反)인간적 구타 사망사건, 잇따른 자살과 엽기 가혹행위 등은 병영문화의 야만성과 병영폭력의 대물림 현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있는 이스라엘 은 어떤가. 군대는 젊은 사람들을 데려다 많은 걸 가르친다. 개인의 군사적 경력은 학문적 경력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 취업인터뷰에서 지원자들은 어느 부대에서 복무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군 특정부대 출신 엘리트를 더 선호한다. 군대에서 무언가 일을 맡게 되면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져야하며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 ‘내 탓이 아니다’라는 말은 군대문화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안보에 목숨을 걸어야하는 우리는 어떤가. 적과 싸워야할 병사들이 폭행을 일삼고 죽이기까지 하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자식을 군에 보낸 국민은 자식이 맞아죽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전방 초소까지 가서 자식의 안녕을 확인해야한다면 이미 국민의 군대일 수 없다. 왜 이 지경이 됐는가. 왕따와 학교폭력 등 사회의 병리현상이 병영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일선 지휘관들의 방관과 무소신, 무책임도 병영폭력을 만드는 원인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위 관심병사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동안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국방당국은 급조한 개선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결과는 늘 시원치 않았다. 이번에도 대통령에게 보고한 ‘병영문화 혁신방안’은 병영 내 부조리 신고·포상제도(군 파라치) 도입과 ‘GOP부대 가족 면회 허용’ 방안을 빼면 재탕 삼탕 수준의 대책이다. 포상을 받으려고 부조리를 신고하는 자가 나올까. 그런 신고자는 부대 안에서 따돌림을 당할 가능성은 없겠는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병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첨단기술로 전투준비를 하는 게 오늘날의 군대다. 따라서 기술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병과에는 일부 모병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확대해서 징병제 대신 모병제를 실시하자는 건 비현실적인 이상론이다. 예산문제를 차치하고라도 모병제로 적정수의 병사 모집이 가능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라. 병사들의 봉급수준을 만족할 정도로 높일 수 있는가. 평생직업 보장 없이 단기 복무를 지원할 청년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안보위협이 없는 다른 나라의 모병제를 들먹일 여유는 없다.

  
병사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허가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면 구타·가혹행위를 막을 수 있는가. 현재 공중전화와 인터넷 등 외부와의 접촉 수단이 없는 게 아니다. 휴대폰 반입이 금지돼 있는데도 인터넷에는 휴대전화로 찍은 영내 생활이나 훈련장면까지 올라온다. 휴대폰 반입이 자유로워지는 경우 기밀유출과 보안문제가 따를 수 있다. 휴대폰 허용문제의 장단점을 따져봐야지 폭력방지용으로 도입하자는 건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는 이야기다.

  
북한은 시도 때도 없이 ‘서울 불바다’를 들먹인다. 전쟁을 막는 길은 강한 군대를 유지하는 데에 있다. 국군조직이 흐트러지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 그렇다면 국위를 선양한 국가대표운동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부여하는 것부터 재고하라. 국위를 선양한 그들에게 배려를 한다면 선수생활을 끝낼 때까지 징집을 연기해주거나 선수생활을 접은 후 군복무에 버금가는 활동을 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군대 안 가기 위해 열심히 뛰라는 건 군 복무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에게 군복무 가산점제도도 부활하는 게 마땅하다.

  
국민들은 군의 셀프개혁에 기대할 게 없다고 하지만 문제를 풀어야하는 당국은 역시 군이다. 우선 흐트러진 군 지휘체계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라. 승진과 처벌방지를 위해 사건 사고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관행부터 뿌리 뽑아라. 군은 적군과의 전쟁을 치르기 전에 병영폭력과의 전쟁부터 치르고 이겨야한다. 병영문화 개선 목적은 강한 군대를 만드는 데 있다. 학교와 사회에 만연한 폭력을 뿌리 뽑는 인성교육도 군에게 맡겨진 책무다. 군대는 사람을 강하게 키우고 거듭나게 하는 곳이지 캠핑하는 곳도 폭행당하는 곳도 아니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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