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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의 '장고(長考)'
최수현의 '장고(長考)'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4.08.2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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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  KB금융의 임영록 회장, 그리고 이건호 행장-.

최 원장은 KB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금융제재 승인을 보류했다. 두 사람이 받은 경징계에 관해 법률적 검토를 거친 뒤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그가 장고(長考)에 들어감에 따라 금융권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최 금감원장이 KB금융 내분 장기화를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징계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기존에 중징계 의사를 밝혔던 만큼 제재심의 경징계 결정을 승인하기 전에 명분쌓기용 시간벌기라는 견해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28일 최 원장이 KB금융 제재안건 중 국민주택채권 횡령과 도쿄지점 불법대출 사건 관련 제재만 확정했다고 밝혔다. 주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안건은 법률적 검토 뒤로 승인을 미뤘다.

금융권 일각에선 최 원장이 제재심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가 외부 법률전문가에게 의뢰해 두 사람이 받은 경징계 결정이 현재의 감독 및 양형기준에서 벗어났는 지를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다.

최 금감원장은 법률 검토 후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내려진 경징계 결정이 규정보다 낮은 제재라고 판단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제재심의위는 법적으로 금감원의 자문기구에 불과해 금감원장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역대 금감원장을 통틀어 제재심의위의 결정을 거부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문제는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에서 징계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KB금융 내분이 가라앉지 않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모두 제재심의위 결정을 '아전인수' 격으로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무엇보다 경영진간 갈등으로 KB금융 자체가 흔들릴까 우려한다.  KB금융의 경영공백을 막기 위해 경징계 결정을 내렸다는 명분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인사들은 대부분 최 원장이 결국 제재심의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것으로 봤다. 최 원장이 법률검토를 지시하고 승인을 미룬 것은 애초의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날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 금감원장은 지난 달 3일 KB금융 문제에 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제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KB금융 내분에 대해 줄곧 강경하게 대처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제재심의위가 결국 경징계 처분을 내리자 결과적으로 금융감독기구 최고수장으로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게다가 금융노조가 최 금감원장에게 KB금융 제재지연과 솜방망이 처벌 등의 책임을 물어 임 회장 및 이 행장과 동반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 원장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후폭풍 또한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사태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데다 금융위원회와 의견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징계의 최종결정권은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다. 최 원장이 경징계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금융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혼란은 더 커진다.

어떤 경우든 지금은 최 원장의 최종 결정이 중요하다. KB금융 내분이 다시 재연되기 시작한 탓이다. 제재승인 보류가 길어지면서 금융계에는 여러가지 억측들이 난무한다. 그만큼 KB금융과 국민은행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최 원장은 하루 빨리 장고를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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