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포퓰리즘
카드수수료 포퓰리즘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4.11.11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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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말 도입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허점이 씨앗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는 왜 국민을 볼모로 싸움을 할까.

복합할부를 둘러싼 갈등은 2012년 말 도입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개정안의 허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전법 개정안은 '()퓰리즘' 논란을 야기했던 법안이다. 정부가 시장가격에 관여하도록 길을 열어줬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1212월 적용된 여전법 개정안의 요지는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고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올린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영세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을 금융위원회가 정하도록 법에 명시했다. 시장가격을 정부에서 정하는 초유의 일이다.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 역시 입법 과정에서 "헌법과 정면으로 대치된다"며 반대했던 법안이다.
 
그럼에도 국회가 여전법 개정안 통과를 강행한 것은 20124월에 있었던 총선 때문이었다. 여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총선을 불과 한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에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영세가맹점보다 대부분 낮았다. '규모의 경제' 탓이었다. 하지만 영세가맹점은 이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섰다. 골목상권의 표심을 의식한 국회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후 금융위는 수수료 체계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영세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은 1.5%로 확정했다.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올리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주고 공청회도 열었다. 이렇게 도출된 것이 적격비용이라는 개념이다. 마케팅 비용 등 원가를 감안한 적격비용에 맞춰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것이다. 당시에도 적격비용 개념의 모호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카드사들이 적격비용의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형가맹점들은 대략 1%대 후반에서 수수료율 계약을 맺었다. KB국민카드가 현대자동차에 1.75%의 수수료율을 제안한 이유다. 적격비용 원칙을 어길 경우 카드사는 영업정지 등 처벌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KB국민카드 입장에서는 현대자동차에서 요구하는 1%대 초반의 수수료율을 수용할 경우 여전법을 위반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현대자동차의 요구도 완전히 무리한 것은 아니다. 복합할부는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대리점에서 신용카드로 대금을 일시불로 결제하면 할부금융사가 대신 갚아주고, 고객은 할부금융사에 매달 할부로 납부하는 다소 독특한 형태의 상품이다. 따라서 카드사 입장에서는 신용공여기간이 짧고 대손비용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적격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또 다른 걸림돌이 있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이다. 체크카드 역시 대손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결제시스템이다. 그런데 체크카드의 수수료율은 1.5%로 일괄 책정됐다. 신용카드를 활용하는 복합할부의 수수료율이 체크카드보다 낮게 책정될 수는 없는 것이다. 영세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었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의 허점이다.
 
현대자동차와 카드사의 갈등과 같은 사례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당장 내년으로 예정된 코스트코의 가맹점 계약도 뇌관이다. 코스트코는 여전법 개정안 도입 이전 0.7%의 수수료율이 책정됐다. 여전법 도입 이후 1%대 후반으로 재조정됐다. 하지만 코스트코와 단독으로 계약을 맺었던 삼성카드는 계약 위반이라는 이유로 위약금을 물었다. 코스트코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는 조정이었다.
 
하지만 내년에 가맹점 계약을 할 때 코스트코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현대자동차처럼 가맹점 계약을 끊는다고 카드사를 압박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시장가격을 정부에서 정한다고 할 때부터 예견됐던 부작용이 아닐까. 경제운용상 정부의 개입은 항상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는 금언을 상기케 한다. 현대차-국민은행간 갈등은 여전법 개정안을 전면 재조정하지 않는 한정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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