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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무차별 발권’ 문제있다
한은 ‘무차별 발권’ 문제있다
  • 금융소비자뉴스
  • 승인 2015.04.0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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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권력 동원 대출 15조원..換亂때보다 돈 더 찍어 '남용' 논란

 
지금 우리나라 중앙은행은 정상인가.

회사채 시장 정상화, 기술금융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 안심전환대출 출시 등 정부 정책마다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대출 및 출자에 나서면서 한은 고유권한인 발권력의 남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경기 회복을 지원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책무라는 긍정론이 있는 반면 재정활동 영역에 세금 대신 새로 찍은 돈을 투입하는 편법이라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발권력을 동원해 일반 기업이나 공기업 등에 빌려준 대출액이 15조원을 넘었다. 19947월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세수 부족으로 인해 정부가 재정을 조달할 여력이 부족해지면서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늘리는 등 정책자금 지원에 한은의 발권력이 자주 동원된 결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발권력을 동원한 한국은행의 대출금은 153671억원으로 1년 전(92289억원)보다 66.5% 늘었다. 지난해 3월 정부의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34590억원을 정책금융공사에 저리로 대출해주고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대거 늘렸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에 따른 부실기업 정리로 대규모 정책금융이 동원됐던 1998(143,035억원) 이래 최대 수준이다.
 
한은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는 제도인 금융중개지원대출은 2월 말 현재 119081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3% 늘었다. 따라서 발권력 동원 대출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2(15884억원) 이후 처음으로 15조원대를 기록했다. 통화 가치의 변화를 따지지 않고 비교하면 19947(156300억원) 이후 207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한은의 독립성이 미약해 툭하면 발권력을 동원했던 19929월의 176365억원이 발권력 동원 대출 잔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한은 대출은 화폐가치 변동과 직결되는 발권력이 동원되고, 정책금융 성격이 강해 정부 재정활동과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 한은은 늘어난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대출금액에 상응하는 규모의 통화안정채권(통안채)을 발행한다. 국가부채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사실상 부채와 다름없는 통안채의 지난해 발행규모(1815,000억원)는 전년보다 18조원 늘어 역대 최대치다. 다만, 외환위기 시절 연 7% 안팎이던 통안채 금리가 1% 후반대로 떨어졌고, 2000년대 들어 3.68배까지 치솟았던 본원통화량 대비 통안채 발행 비중도 1.55배로 낮아지는 등 리스크는 다소 줄었다.
 
한은은 발권력을 동원한 대출 확대가 한은 고유임무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총재는 30"발권력 남용은 피해야 하지만, 성장 모멘텀 확충이나 금융안정 도모 등 중앙은행 임무에 부합하는 자금지원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한은 업무가 모두 발권과 관련된 것인데, 여기에 '발권력 동원'이라는 표현을 붙여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도 했다.
 
물론 지금의 한은 대출금 수준을 '발권력 남용'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당국이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방식까지 동원해 경기부양에 힘쓰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발권력 동원의 대표적 부작용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다. 하지만 저물가·저금리 상황인 지금은 인플레 걱정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경기회복이 절실한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이 정도 수준에서 나서는 것은 가능할 수 도 있다.
 
문제는 발권력이 재정정책에 편법 동원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늘상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국회 승인 절차까지 밟아야 하는 재정지출 대신 금통위 결정만으로 가능한 발권력을 편의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성찰응 요한 대목이다. 발권력 동원은 화폐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져 국민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결국눈에 보이지 않는 세금인 셈이다. 인간사는 '매사에 불여튼튼'이다. 경제정책에 있어서 한은의 발권력 동원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최근엔 재정을 투입해도 되는 사안에 한은의 자금이 동원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탓이다.
 
중앙은행은 한국 경제를 잡아매는 최후의 보루이자 배수진이다. 재정활동의 영역은 세금으로 충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 자리에 새로 찍은 돈을 투입하는 것은 아무래도 편법이다. 편법과 변칙이 지나치면 뭔가  부작용이 일어난다. 모든 것을 원칙대로 할 수는 없지만 원칙에 입각은 해야 한다. 통화신용정책은 특히 그렇다. 영어 속담에 있는 것처럼 '정직은 최선의 정책'이다. 이주열 총재가 중앙은행 총재로서 정직과 원칙을 잊지 말고 발권력 남용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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