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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적과 동지’-성완종과 이완구
어느 ‘적과 동지’-성완종과 이완구
  • 박미연 편집위원
  • 승인 2015.04.1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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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잘못을 용서할 수 없다면 우정은 결코 깊어질 수 없다”

 
칼 슈미트는 정치는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라고 했다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잘살게 하는 능력은 없어도 적과 동지를 구분하고 이를 세뇌시키는 정치능력은 탁월하다.우리나라에서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국민의 공익을 앞세우는 도덕성과 정치인의 능력도 아니고 혈연,지연,학연이다. 이 가운데 지연이 가장 우선이다. 국민들은 오랫동안 지연을 통해 적과 동지를 구분하고 투표를 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른바 충청 대망론을 불붙인 정치인 이완구 총리와 충청을 대표하는 기업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운명이 엇갈렸다. 이 총리는 후보자 인준과정에서 난항을 겪긴 했으나 이를 통과해 총리에 올랐다. 이 총리가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총리에 오르자 이른바 충청권 대망론도 불붙었다그러나 이 총리는 불과 두 달 만에 총리직은 물론이고 정치생명마저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이 총리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사정정국을 주도했으나 휘두른 칼끝은 되레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충청을 대표하는 기업인 성완종이 자살하면서 쳐놓은 '올가미'에 걸려든 꼴이다.
 
성 전 회장은 충청도가 배출한 대표적 자수성가형 기업가이자 마당발 정치인이었다. 그는 초등학교를 중퇴한 학력으로 신문배달 등을 전전해 사업을 시작했고 2조 원 규모의 경남기업을 일궜다. 기업인으로 성공했으나 폭넓은 인맥으로 충청권의 허브라는 말까지 얻었다. 2000년 충청도 출신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들로 구성돼 만들어진 충청포럼이 성 전 회장의 인맥뿌리다.충청포럼 창립을 주도했으며 초대회장도 맡았다.성 전 회장이 주도해 친목단체로 만든 '충청포럼'은 현재 전국 10개 지부, 100여개 지회 아래 3500여 명의 회원을 둔 거대조직이 됐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의 1년 선배다. 이 총리는 1950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으며, 성 전 회장은 1951년 충남 서산 출생이다. 두 사람은 16대 국회 당시 같은 자민련 소속으로 일하면서 깊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총리가 충남도지사 시절 경남기업이 태안군 안면도 개발사업 입찰에서 탈락하자 소송을 벌이면서 관계가 불편해졌다. 정치적 동지의 관계가 결국 돈과 이권문제로 멀어져서 서서히 적으로 바뀌는 계기였다. 
 
성 전 회장은 이 총리를 향해 당해야 할 사람이 자기가 사정하겠다고 소리지르고 있는 우리 이완구 총리같은 사람, 사정대상 사실 1"라고 했다. 반면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에 대해 같이 함께한 정당이 없었기 때문에 소원하지도 않았지만 가까운 사이도 아니다"라고 애써 거리감을 언론에서 표출했다. 한때의 동지가 이제는 적이 돼버린 것이다.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배처럼 오히려 철천지 원수가 됐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민주주의 단점은 민주주의에 비판적이던 소크라테스의 배의 비유에서 알 수 있다. 지도자로 배을 잘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민주정은 배를 잘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인기가 좋은 사람을 뽑는 탓이다. 이 인기 좋은 사람이 도덕성과 행정능력이 있으면 좋은데 우리나라 지도자들처럼 무능하고 자기 인물들 뱃속 챙기는 비도덕적인 사람이기 쉽다이런 점을 알고 장 자크 루소는 대의민주주의를 민주주의라고 하지 않고 귀족정(貴族政)이라고 했다.국민들은 투표날에만 주권자만 되고 투표한 다음 날부터는 선출된 대표자에게 다시 노예로 전락한다.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실체적 진실을 떠나 정치적 생명까지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총리 취임후 불과 두 달여 만에 충청 대망론에서 멀어지고 만 것이다. 이 총리에 대한 충청인들의 배신감 또한 더 없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충청권을 대표하는 기업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발목이 잡혀 벼랑 끝 위기에 몰리게 됐다. 성 전 회장 사후 그가 키운 경남기업도 40년 만에 마침내 상장폐지되는 비운을 겪었다. 이 총리가 부패와 전쟁을 선포하며 대대적 사정정국을 주도하기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적을 만들고 싶으면 친구에게 이겨라. 그러나 내 편을 만들고 싶으면 친구가 이기게 하라. 사소한 잘못을 용서할 수 없다면 우정은 결코 깊어질 수 없다-”. 지난 9일 성 전 회장이 자살한 뒤 한때 충청권 정관계와 경제계에서 막강한 위상을 떨쳤던 두 사람의 운명이 완전히 엇갈렸다. 한 명은 고인이 됐으며 또 한 명은 현직 총리 사상 처음으로 검찰수사 대상에 올랐다. 정치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동지이면서 여차하면 돌아서서 상대방의 등에 칼을 꽂는 적의 관계다. 두 사람이 옛 로마시절 시저와 그의 등에 비수를 들이댄 브루투스를 어찌 그리 닮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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