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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의 '뒷북' 사과
롯데마트의 '뒷북' 사과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6.04.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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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검찰수사중 발표에 '진정성' 의심" 주장

 
롯데마트가 자체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폐 손상을 입은 피해자들에게 5년 만에 뒤늦게 공식 사과하고 보상 계획을 내놓은 것은 지난 2011년 이로 인한 사망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한 지 5년 만에 처음이다.

롯데마트는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외주 생산해 200611월부터 20118월까지 PB(유통업계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판매했다. 롯데마트가 전격적으로 사과·보상 방침을 밝힘에 따라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기업 차원의 수습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지 주목된다. 당장 롯데마트와 마찬가지로 문제의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 옥시레킷벤키저와 홈플러스, 원료물질 공급사 SK케미칼 등도 공식 사과·보상에 대한 여론 압박을 느끼게 될 전망이다.
 
롯데마트는 구체적인 피해 보상안으로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보상 전담 조직 설치, 피해 보상 대상자 및 피해보상 기준 검토, 피해 보상 재원 마련 등을 하기로 했다. 특히 검찰 수사 종결 직후 피해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피해 보상 협의를 바로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5년부터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를 원료로 PB 가습제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다 중단한 바 있다. 이 원료는 지난 2011년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등을 포함한 수 백명이 잇따라 사망한 뒤 진행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 집단 폐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된 물질이다. 피해자가 가장 많은 옥시레킷벤지커 '옥시싹싹' 제품의 성분과 같다.
 
그러나 롯데마트의 사과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강도 높게 이뤄지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은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롯데마트의 이날 사과와 보상 추진 발표 여부를 두고 그룹 내부에선 찬반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동빈 회장이 "사회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선제적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해 발표가 결정됐다는 전언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아내와 둘째 아이를 잃은 안성우씨는 “롯데마트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다면 피해자들에게 사전에 연락해 우리가 올 수 있는 시간에 기자회견 했을 것”이라며 “이렇게 언론에만 알려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면피성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안씨는 “롯데마트는 조속히 다시 한번 공개 사과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말 피해자를 위한 보상방안을 생각한다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던 다른 기업들을 만나 공동으로 피해대책 마련을 위한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롯데마트 측의 사과 기자회견 소식을 뒤늦게 접한 피해자 가족 대표들은 검찰 소환을 앞둔 뒤늦은 사과를 규탄했다. 롯데 측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단상에 오른 이들은 사전에 기자회견에 대해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검찰 수사를 앞둔 면피성 사과라고 지적했다. 롯데 측의 사과는 늦었지만 잘 한 일이다. 다만 사건 발생 5년이 지나서 검찰이 이날부터 소환하겠다고 하니 기자들 앞에 긴급 브리핑을 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살인 가습기'라는 제조-판매업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도 피해자들에게 미리 연락을 하고 진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으면  피해자들이 사과의 진정성에 굳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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