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임종룡 위원장 사퇴해야"..청와대-정부, "말할 가치 없다"
검찰의 대우조선·산업은행 압수수색이 실시된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 지원을 압박한 인사로 지목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홍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수조원대 지원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됐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금융노조는 8일 ‘관치금융 수괴 임종룡 금융위원장 즉각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이 지난해 국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이 정권의 관치 결정에 의한 것이었음을 폭로했다”며 “그의 증언은 한국의 추악한 관치금융 실상과 그 책임자들을 낱낱이 밝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권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으로 부실기업 지원을 강요해 국책은행에 위기를 전가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덮어씌워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 명분으로 포장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홍 전 회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경향신문 취재진과 만나 대우조선에 대한 4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은 청와대와 기재부, 금융당국이 결정해 이를 산은에 압박했으며 산은 자회사에 대한 낙하산 인사도 “청와대가 3분의1, 금융당국이 3분의1, 산은이 3분의1 정도였다”고 폭로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2일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도 “대우조선 자금지원은 서별관회의에서 정부 측 참석자들이 결정해놓고 ‘무조건 따르라’고 산은을 압박했다”고 말했다. 한경은 당시 홍 전 회장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인터뷰를 게재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를 맡고 있는 홍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원안을 결정했고 산은은 이를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누군가는 대우조선 부실 구조조정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8일 검찰이 본격적인 대우조선 관련 비리 수사에 들어간 것과 맞물려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일부에선 청와대와 정부에 책임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당장 대우조선 추가지원 결정의 당사자로 지목된 청와대와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이날 홍 전 회장의 인터뷰와 관련해 “개인의 주장에 특별히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별관회의는 역대 정부에서도 모든 국가적 현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철저히 비공개로 운영해온 비공식 협의체”라며 “거기서 논의된 내용을 일방적인 주장에 담아 폭로하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을 통해 홍 전 회장에게 두 차례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룡 위원장도 이날 정부 구조조정 대책 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구조조정과 관련해 매주 두세 차례 국책은행들과 협의했다”며 “산은은 (대우조선 등의) 실상을 잘 아는 주채권은행으로 (홍 전 회장이)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 자금지원 규모를 처음 들었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결정을 무조건 따랐다는데 (제대로) 보고를 받았는지 모르겠다”며 “홍 전 회장과 금융위원장 중 누가 실세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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