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기자] 무려 1344조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한국 등 가계부채가 높은 지역의 금융시스템 위험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국내 가계부채 중 한계가구에 대출된 자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ADB는 주목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이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금융시스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ADB는 12일 '아시안 개발 전망 2017' 보고서에서 한국과 관련 "은행과 비은행 대출 연체율은 각각 0.5%와 2.7%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계 및 금융시스템에 대한 압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기구가 국내 가계부채 위험을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국제통화기금(IMF)은 연초 워킹 페이퍼에서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과거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현재 60%인 부채상환비율(DTI)을 30~50% 수준까지 강화해 집단대출 등 가계부채 전반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년 6월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한계가구가 진 금융부채는 전체 가계 금융부채의 29.1%에 달했다. 한계가구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으면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가 넘는 가구를 말한다.
ADB는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가 62%에 달하고, 나머지 30%도 일정 시점에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상품"이라며 "급격한 금리상승에 매우 취약하다"고 설명했다.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시장금리 상승이 경제 성장세 둔화, 실업률 상승과 동반되면 한국은행은 사면초가 상황에 몰릴 것으로 ADB는 내다봤다.
ADB는 중앙은행이 가계의 대차대조표 악화와 성장 촉진을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낮추고 싶겠지만, 미국과 금리 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 등을 고려하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한국도 이 상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국내 가계부채를 급격히 늘린 요인으로는 저금리와 부동산 정책이 지목됐다.
ADB는 "저금리와 부동산규제 완화를 통한 정부 부양책이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을 아시아 개발도상국(developing Asia)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고 설명했다.
작년 3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 2008년 후반 74%에서 약 17%포인트 급증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