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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피와 개미투자자
박스피와 개미투자자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7.05.0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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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코스피 랠리 속 '그림의 떡' 불과

[금융소비자뉴스 박미연기자] 박스피는 ‘박스(box)’와 ‘코스피(KOSPI · Korea Composite Stock Price Index)’를 합쳐 만든 신조어다. 주가가 상승할 경우에도 일정 수치 이상 상승하지 않고 하락할 경우에도 일정 수치 이하로 하락하지 않는 코스피를 가리킨다. 지난 2015년 3월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14년 신어에 들어가 있다.

우리 증시가 아무리 잘 올라도 2,200선을 상단으로 그리고 1,800선을 하단으로 해서 오르내리는 게 거의 만연화 돼 있었다. 그래서 주식을 2,200에 가까우면 팔고, 1,800선에 가까워지면 사고. 이러다보니까 박스피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별명을 갖고 있던 코스피. 지금 전고점 돌파까지 시도하고 있다. 코스피가 8일 전 거래일보다 51.52포인트(2.30%) 올라 사상최고치인 2,292.76으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2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상승폭은 1년8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1983년 코스피 시가총액이 3조4천900억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430배로 덩치가 커졌다. 그러나 대형주 중심의 랠리에 정작 개인투자자들은 주가상승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국내 경기도 좋지 않고 사람들은 돈dl 없다고 아우성이다.

실물경기가 엉망인데도 주가가 사상최고치로 올랐다. 개미투자자들이 울상을 짓는 것은 지금 지수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군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피의 상승은 삼성전자의 사상 최고가 행진과 외국인 매수에 힘입은 바가 크다. 삼성전자는 이날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3.30% 급등한 235만1천원으로 사상 최고치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코스피에서 시가총액 22%를 차지하는 초대형주 삼성전자가 이번 랠리를 주도했다는 점이 개미들을 더욱 울리고 있다. 코스닥이나 중소형주·가치주 펀드 위주로 투자해왔던 투자자들에게는 이번 랠리가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끈 주역은 6년 전과 마찬가지로 전기전자 업종과 업종 대표주이자 대장주인 삼성전자다.

2011년에는 삼성전자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98%에 불과했다. 반면 지금은 그 두 배인 20% 이상이다. 삼성전자를 보유하고 있었으면 상승장을 즐길 수 있었지만 그게 아니라면 코를 빠치고 있을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한다고 해도 코스닥지수는 여전히 고점 대비 23% 이상 갈 길이 멀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대형주 장세에서 뒤늦게 주식투자에 나섰지만 여전히 낙폭과대 중소형주 위주로 투자에 나선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 특히 코스피를 놓친 것도 개미들에게는 뼈아프다. 최근 많은 증시 전문가들이 코스피 박스권을 내다보면서 투자자들에게 해외 유망주를 추천했다.

하지만 코스피 상승세가 해외보다 더 높았다. 가령 연초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 추천이 많았던 미국 애플 주식을 샀다고 가정하면 연초 대비 12% 정도가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를 샀다면 30% 수익률을 거뒀을 정도다. 심지어 올해 들어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값이 8%가량 상승해 환차손도 있다. 코스피 대신 나스닥을 택한 투자자들은 두 번의 기회를 잃은 셈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2012~15년의 디플레이션 공포에서 2016년 이후 인플레이션 기대 구간으로 투자지형이 바뀌었다. 금리상승이 그 신호다. 금융이 실물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부채에 의존하는 경제가 끝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유가증권시장이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매수를 망설이고 있다. 오를 만큼 오른 주가의 ‘상투’를 잡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전문가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며 ‘숨겨진 실적주’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정보기술(IT)과 금융주의 독주 속에서 소외받던 내수주와 코스닥 중소형주가 ‘키맞추기’를 시도하면서 순환매 장세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모든 투자자가 대박의 꿈을 꾼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현재 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은 약 1만여개로 추산되나 이 가운데 상장에 성공하는 기업은 매년 1%도 못된다. 기업공개(IPO) 단계에 돌입조차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업존속 여부조차 쉽게 점치기 어렵다. 코스피가 올라도 과실은 외국인이 가져가고, 개미투자자는 재미를 못보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대박의 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 증시는 일정한 폭 안에서만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내리던 '박스피'를 깨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 와중에서  '풍요 속의 빈곤'에 빠진 개미투자자들의 갈 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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