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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와 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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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7.05.1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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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검찰’ 공정위원장 내정된 ‘재벌 저격수’

[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기자] 정통 관료사회의 시각에서 볼 때 교수출신 장관은 ‘이단’이다. 말단부터 시작한 관료일수록 이런 경향은 심할지 모른다. 직업관료의 최정상을 장관이라고 볼 때 자신들이 가야할 자리를 외부 침입자들이 차지하는 탓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는 18일 삼성-현대차-SK-LG 4대 그룹에 '법을 어기지 말고 시장이 기대하는 바를 잘 판단하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4대 그룹 만을 위한 별도의 법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법 적용은 다른 기업들과 차별을 두겠다고 밝혔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재벌, 특히 4대 그룹에 대한 개혁 의지를 명확히 밝힌 것이다. 4대 그룹이 관련된 사안은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정위의 재벌정책이 앞으로 규제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4대 그룹이 30대 그룹 전체 자산의 절반,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3분의 2까지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는 재벌 개혁이 재벌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며,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실 4대 그룹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김상조의 공정위가 앞으로 4대 그룹에 대해서는 눈 부릅뜨고 들여다볼 테니, 법 어길 생각도 말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문재인 정부 아래서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하청 업체에 갑질하고,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행위를 하게 되면 엄벌하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두려운 말일 수도 있고 기업 활동이 위축될 거란 걱정도 나온다.

물론 김 후보자가 재벌 개혁이 재벌 해체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설명했다. 그는 “제가 20년 동안 시민단체 활동을 했지만, 제 입에서 재벌 해체하자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공정한 시장질서 하에서 서로 상생해서 경제 활력을 회복하는 게 궁극적 목적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재벌개혁 문제가 1번이고, 골목상권 문제에도 상당히 개혁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대리점·가맹점 문제, 그리고 골목상권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골목상권은 서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그 실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핀포인트 방식으로 하나하나 짚어나가면서 접근해 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대통령 임명장을 받기 전까지 그의 직업은 대학교수다. 문재인 캠프에 진입하기 전까지 그는 이념이나 정파를 떠나 내로라 하는 재벌개혁 전문가였다. 당연히 정부 재벌정책 비판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문제는 이런 모습을 계속 보기는 어려울 지 모른다는 점이다.

관료와 학자는 분명 다르다. 우리는 유명한 교수출신 장관이나 경재수석이 된 다음 별다른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김 교수도 취임 후 ‘꼿꼿한 학자’ 색채가 옅어질 것이다. 그가 공정위원장으로 성공하려면 먼저 관료들과의 ‘텃세’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그리고 학자적 소신을 현실에 맞는 재벌정책으로 승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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