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장 더 이상 '모피아놀이터' 안된다
은행연합회장 더 이상 '모피아놀이터' 안된다
  • 정종석
  • 승인 2017.09.2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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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추위 구성 않고 이사회서 새 회장 선출? 또 다시 '깜깜이-낙하산 인사' 오명 쓸 판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이다’(Banking is necessary, banks are not).

수 많은 명언을 남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이 지난 1994년 한 발언이다. 은행 창구를 찾지 않고도 거의 모든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는 시대이다. 디지털ㆍ모바일로 대변하는 금융환경 변화 덕으로 금융소비자들은 창구를 찾는 수고를 덜고 있다. 핀테크를 출발점으로 하는 금융산업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바야흐로 디지털금융 시대이다. 과거 전통적인 은행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너나 없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여러 대의 컴퓨터에 블록 조각처럼 분산해 해킹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술) 등을 이용해 4차 산업을 이끌어 가겠다고 다짐한다.

은행계좌 개설은 기본이고 이제는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대출업무까지도 비(非)대면이 가능하다. 관공서 등에서 본인이 발급받아야 하는 각종 서류를 은행에서 알아서 처리해 주기도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은행의 점포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도 모두 은행들이 디지털과 모바일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전국은행연합회 새 회장 선출 때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실망스런 자조 나와

하지만 우리나라 은행들의 이익단체인 전국은행연합회를 보면 이들이 과연 디지털금융 시대에 살고있는지 의문이 든다. 전국은행연합회 신임 회장을 선출할 때마다 은행(회원사)들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라는 실망스런 자조를 내뱉는다. 새 회장을 뽑는다면 기대감이 커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회장 선출 절차를 놓고 '돌아가는 사정'이 기대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는 1928년 경성은행집회소를 모태로 한다. 한국은행 총재가 협회장을 겸임하면서 정부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지난 1984년 현재의 은행연합회로 개편되면서 직접 회장선출을 하게 됐다. 은행들은 업계를 대변할 회장을 원했으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한국은행 총재'에서 '정부 관료(모피아)'로 대상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새롭게 선출되는 협회장은 은행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는 정부 입장을 은행에 설득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회장선출은 총회라는 형식을 통해 은행들에게 넘어왔지만, 실상은 여전히 정부가 낙점하는 인물이 꽃가마를 나고 내려온다는 것이다.

역대 회장들의 면면을 보면 은행연합회장 자리는 사실상 모피아들의 놀이터였다.'시중은행이든 국책은행이든 모두 은행장을 거친 모피아다. 다만 5대 이상철 전 회장과 8대 신동혁 회장만이 순수 민간은행 출신이다.

역대 은행연합회장 경력상 1대 김준성 전 회장과 2대 신병현 전 회장이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3~4대의 정춘택 전 회장이 외환은행장·산업은행 총재 및 증권감독원장을, 6대 이동호 전 회장이 내무부 장관 및 산업은행 총재를, 7대 류시열 전 회장이 한국은행 부총재·제일은행장을 거쳐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됐다.

은행연합회, 새 회장 선출 앞서 돌연 회추위 구성 철회..'낙하산 인사' 논란 재연

9대 유지창 전 회장과 10대 신동규 전 회장은 행정고시(14회) 동기로 유 전 회장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산업은행 총재를, 신 전 회장은 재정부 기획관리실장과 수출입은행장을 역임했다. 재정경제부 차관과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낸 박병원 회장은 은행장을 거치진 않았지만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경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 후임이 금융권에서 관심거리다. 다음 회장 후보의 선임과정에서 이사회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현직 회장과 주요 은행의 CEO 10명이 참여한다. 이사회가 다음 회장후보를 모집해 1차 후보군을 구성한 뒤 회의를 두세 차례 열어 후보들을 심사한 결과를 토대로 사원총회에 올릴 최종후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은행연합회는 보도자료를 내 “이사회가 회추위 역할을 맡아 이전에 지적돼 왔던 절차적 투명성과 정당성을 보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회 관계자는 “본래 회추위 도입을 검토했지만 하영구 현 회장의 남은 임기가 1개월가량으로 짧아 새 조직을 만드는 데 부담이 있었다”며 “일부 은행장들도 외부인사를 회추위원으로 선임하는 데 난색을 나타내 이사회가 회추위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요 금융권 협회 중 유일하게 회추위가 없었던 은행연합회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회추위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은행연합회도 낙하산인사 논란을 막기 위해 회추위 도입을 검토해 왔다. 현 하 회장을 비롯해 지금까지 은행연합회 회장은 이사회에서 내정한 후보를 총회에서 22개 은행장이 추대하는 방식으로 선출해 '깜깜이 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들었다. 

은행연합회가 회추위 구성을 철회한 것을 놓고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관료출신이 새 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역대 은행연합회장들 가운데 하 현 회장을 비롯한 3명만 민간금융인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관료출신이기도 했다. 은행연합회장이 다시 모피아들의 놀이터가 된다면 문재인 정부에서도 관치금융의 흔적을 걷어내기가 요원할 것이다. 모피아를 모두 관치금융이라고 치환할 수는 없지만 민주화시대에는 민간금융인 출신 인사가 은행연합회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文 정부 출범 후 금융소비자 권익보호가 화두.. 은행연합회장 자격요건 잘 생각해야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던가. 금융계에서는 벌써부터 조만간 선출될 차기 회장이 '과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모든 금융협회처럼 회추위을 구성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얼렁뚱땅 청와대가 낙점한 후보를 거수기처럼 뽑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지난 10년간 은행연합회에는 5명의 금융위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다. 회장 2명, 감사 2명, 전무 1명 등 타 금융업권보다 2배 이상 많은 낙하산 인사가 내려왔다. 모피아 대신 금피아가 대를 이어 은행연합회를 놀이터로 삼고 있는 것이다.

금융회사는 예나 지금이나 좋은 직장이다. 비록 디지털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맞고 있지만 금융은 산업의 혈맥이며, 금융의 성장과 발전이 없는 선진경제를 이룩하기가 어렵다. 모든 개인의 삶이, 기업과 기업이, 나라와 나라가 금융과 촘촘하게 얽혀 있어 미래 전망도 밝은 직종이다. 그런 면에서 과거처럼 모피아나 정치권 인사를 내려꽂는 식의 낙하산 인사가 계속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개방-자율경제와 소득주도의 성장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금융소비자 권익보호가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른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개별 금융회사 차원이 아니라 금융권 전체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전국은행연합회 뿐만이 아니라 여신금융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등은 금융회사 상호간의 업무협조와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금융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는 그 만큼 금융협회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공공기관장 인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우리 국민들은 과거 관치금융시대의 아픈 기억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위정자들은 모피아의 놀이터로 전락한 은행연합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또 은행연합회장이 꼭 갖춰야 할 자격요건이 무엇인지 골똘이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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