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8일 미국에서 별세했단다.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말년에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아내와 두 딸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 회장 자신도 경영권을 잃었다. 인생이 뭐기에. 순탄한 인생이 최고다. 그러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법. 사람이 별반 다르지 않다. 자기 자신을 잘 조절해야 한다. 인생무상을 느낀다.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을 듣고 적은 단상이다. 조 회장이 마음 고생은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도 사람인데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는가. 나도 칼럼 등을 통해 조 회장 일가를 비난한 바 있다. 죽고 나니까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다. 가화만사성이라고 했다. 가정이 평온해야 모든 일이 잘 이뤄지는 법. 조 회장 일가는 그렇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서도 안타까워 했을 성싶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떠오른다. 이 회장은 몇 년째 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이도 상대적으로 고령(77세)이다.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 회장은 한국 최고의 부자. 솔직히 뭐가 부럽겠는가. 아마 건강한 사람을 부러워 하리라고 본다. 이 회장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본인도 동영상 건으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설마했는데 사실이었다.
이 회장 가정도 평탄치 못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혼했다. 게다가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마저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다. 자식 셋 중 둘이나 이혼했으니 부모 심정을 헤아릴 만하다. 이부진 사장은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는지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삼성 집안도 바람 잘 날 없다고 할까. 한진 일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건희와 조양호. 둘다 재벌 2세다. 이건희는 삼성을 한국 최고의 기업으로 올려 놓았고, 조양호도 어찌됐든 대한항공을 세계 굴지의 항공사로 키웠다. 부족할 게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한 사람은 병상에 누워 있고, 또 한 사람은 비교적 젊은 나이(70세)에 갔다. 비록 그들보다 돈은 없지만 건강한 우리네가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첫 번째가 건강이다. 그 다음은 순탄한 가정을 일궈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 없다. 쓸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돈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돈이란 갖고 싶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가정은 따뜻해야 한다. 삼성 가문에서, 한진 가문에서 그런 기운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세상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사람은 없다. 조금 부족한 듯 사는 게 편하다. 밥 세 끼 먹는 것은 똑같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돈도, 권력도 아니다. 평범함 속에 행복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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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노조위원장,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