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멀쩡한 사람도 자르는 곳이 대한민국 국회다. 28일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그동안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아온 정의당 심상정 의원을 해고한 것. 그 자리를 내놓으라고 했다. 대신 원내 1‧2당인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 맡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작 상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심 의원의 주장이다.
심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심상정 교체 요구는 한국당의 집요한 요청이었다. 민주당의 분명한 입장 발표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어 “쉽게 말해 해고통보를 받은 것”이라며 “민주당이 개혁을 후퇴시키려 한다면 저희 당도 중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심 의원은 지난해 10월 정개특위 위원장에 선출됐다. 진보정당의 2004년 원내 진출 이후 국회 첫 위원장이다. 심 의원 개인도 국회의원 3선 만에 처음 맡게 된 국회직이었다. 심 의원이 위원장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정의당이 민주평화당과 원내교섭단체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위 구성 직후 노회찬 의원 별세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은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교체 요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심 의원은 "이런 중대한 변화를 결정하면서 여야 4당 안에서 협의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어안이 벙벙하다"고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의 활동기한을 오는 8월 31일까지 연장하기로 하고, 두 특위 위원장은 원내1‧2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맡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정개특위위원장은 조만간 민주당이나 한국당 의원으로 교체된다.
심 의원은 가만히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그렇다면 심 의원과 사전에 상의를 하는 것이 옳다. 심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을 볼 때 그런 과정을 생략한 것 같다. 심 의원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여야4당과 함께 선거제 개혁을 어떻게 완수할 것인지 의지를 표명하고 사전 협의를 먼저 했어야 했다"면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민주당의 진의가 무엇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심 의원은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위원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선거제 개혁을 위해 어떤 모멸감과 고통도 감수할 수 있다"면서 "(민주당에게) 종합적인 구상을 당연히 들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까지 된 선거제도 개혁을 후퇴시키거나 표류하게 만든다면 저희 당도 중대결단할 수 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심상정 위원장 교체 건은 거대정당의 횡포로 볼 수 있다. 국회가 원내교섭단체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한국당은 그것을 명분 삼아 국회에 복귀했다. 그 불똥이 정의당에 튀었다고 할까. 정의당은 그 같은 요구를 한 한국당보다 그것을 받아준 민주당을 더 원망했다. 국회정상화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다수의 횡포는 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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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