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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노조 출범...삼성계열사들 '무(無)노조 원칙' 무너지나?
삼성화재, 노조 출범...삼성계열사들 '무(無)노조 원칙' 무너지나?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2.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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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회사의 일방통행식 경영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노조가 직원-고객 권익 지킬 것”
▲한국노총에서 삼성화재 노동조합 출범선언
3일 한국노총에서 삼성화재 노동조합 출범선언

[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해온 삼성의 손해보험 계열사인 삼성화재에 창사 68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생겼다. 오늘(3일)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3일 삼성화재 노조가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노조활동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앞서 노조 측은 지난달 2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에 설립 신고를 마쳤다.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공공연맹) 산하 조직이 된다. 첫 노조위원장으로는 오상훈 지점장이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구체적인 노조원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로써 현재 삼성 내에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증권, 에버랜드, 에스원, 삼성SDI 등에 노조가 설립됐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

삼성화재 노조 측은 그동안 사측이 일관되게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며 노조 설립을 지속적으로 방해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삼성화재에서 1952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동조합 설립이 추진된 배경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사내 분위기와 직원들의 의사를 배제하는 ‘일방통행식 경영’을 주요하게 지목했다.

노조는 “사측은 대외적으로 윤리경영을 얘기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견제 없는 인사권을 휘두르며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관리·통제해 왔다”며 “노동자들은 사측의 일방통행식 경영과 인격 무시, 부당한 인사발령과 각종 차별대우,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앞서 ‘평사원 협의체’가 구성되면서 노조 설립이 탄력을 받는 듯했다. 삼성은 회사와 직원 간 대화 통로를 개설하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은 이에 대해 “노조가 필요 없도록 대우해 주겠다면서 협의체를 만들었지만, 회사는 우리가 모이지 못하게 했다”며 “한명씩 만나 모임 장소에 가지 못하게 하고 참석하면 불이익을 주는 등, 밥 한 끼 같이 먹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협의체는 정식 노조가 아니고, 삼성화재의 경우 과·차장급 사원까지만 참여가 가능해 사실상 직원들의 의견이 사측에 전달되고 경영 방침에 반영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도입된 사내 우수지점장 그룹인 ‘프로지점장 협의체’ 역시 문제가 많았다. 삼성화재는 그해 12월부터 전국 450여개 지점의 지점장 중 실적 순으로 20명 정도를 선발해 ‘프로지점장’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그리고 이들을 3년간 모든 인사발령과 고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기존 기본급의 70%만 보장하는 대신 영업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주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문제는 사측이 제도를 시행한 지 1년 만에 불합리한 성과 목표를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시행 첫해(2019년)에는 매출 목표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어서 대부분의 지점장들이 기존 수준의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사측이 지난해보다 무려 24%나 높은 목표를 설정하면서 다수 프로지점장의 연봉이 대폭 삭감될 처지에 놓였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사측은 이에 대해 “연봉이 줄어들 수 있지만, 작년에는 연봉이 삭감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면서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프로지점장 지위를 내려놓고 일반 지점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 인사상 불이익도 없다”고 해명했다.

▲'삼성 노조 와해' 이상훈·강경훈 유죄 선고받고 법정구속
'삼성 노조 와해' 이상훈·강경훈 유죄 선고받고 법정구속

아울러 ‘노조 와해 공작’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삼성전자 이상훈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법정 구속된 바 있다. 법원은 이들을 포함해 삼성 계열사 임직원 26명에 대해 유죄 선고했다. 삼성은 곧바로 사과문을 냈다.

노조 활동을 방해한 임직원들이 잇따라 실형을 선고받고, 삼성이 사과문도 발표한 만큼 무노조 경영에 변화가 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 계열사에서는 여전히 ‘노조 방해’가 일상화돼있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9일 오전 한국노총 산하 제4 노조 측에서 직원들의 사내 이메일로 발송한 노조 가입 독려 이메일을 사측이 전부 삭제해 논란이 일었다.

사측은 이메일 발송이 ‘사규 위반’이라며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사규에 ‘회사가 제공하는 정보통신망을 업무 외적 용도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에 따라 조치한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삼성의 뿌리 깊은 80여년 ‘무조노 경영’ 방침에도 근본적 변화가 생길 것이란 기대를 모았던 사과문 발표의 의미는 퇴색됐고, 삼성의 무노조 방침만 다시 한번 확인됐다.

삼성이 그룹의 윤리 경영을 위해 출범시키려는 ‘준법 감시위원회(준법위)’ 초대 위원장에 김지형 전 대법관(62)이 임명됐다는 사실도 삼성이 신생 노조 수용에 부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김 전 대법관은 판사 시절 ‘에버랜드 전화사채’ 사건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변호사 개업 후 노조 파괴를 일삼은 유성기업의 변호를 맡은 탓에 ‘반노조 성향’의 인물로 분류된다. 준법위 사무국장에는 김 전 대법관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지평’ 소속 심희정 변호사(49)가 내정됐다.

삼성화재 노조가 우여곡절 끝에 출범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는 셈이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손해보험 시장 점유율 22.6%(자체 집계)로 업계 1위다. 가입자는 지난해 보험업계 최초로 1천만명을 넘었다. 국민 5명 가운데 1명은 삼성화재 보험 상품의 고객인 셈이다.

오 위원장은 “삼성화재의 계약자 수는 전 국민의 20%에 육박한다. 계약자들이 맡긴 보험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고, 계약자의 권익이 지켜질 수 있도록 내부에서 견제해야 한다”며 “이제 노조가 고객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경영을 감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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