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1:45 (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말 뿐인' 사과... 구체 방안 없어 진정성 의심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말 뿐인' 사과... 구체 방안 없어 진정성 의심
  • 백종국 기자
  • 승인 2020.05.06 17:06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들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을 것" 공언도…삼성 그동안 사과와 약속 숱하게 깨트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에 사과했으나 진정성 부족으로 진의를 의심받고 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에 사과했으나 진정성 부족으로 진의를 의심받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 백종국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한 차례 연기 끝에 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구체적 실행방안이 없는 선언성 발언에 그쳐 국민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의 이번 사과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11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총수인 이 부회장이 반성·사과하라고 권고하고 직접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포기를 표명하라고 주문했다.

당초 준법감시위가 요구한 대국민 사과의 1차 기한은 지난달 10일이었지만, 삼성 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권고안 논의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며 연장을 요청해 이달 11일까지 연장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발표에서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드리기도 했다"면서 "이는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도 부족함 있었고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며 "이 모든 것은 저의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이젠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 지탄을 받을 일을 하지 않겠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이 부회장은 또 노사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그동안 삼성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과만 했지 그동안의 잘못에 뒤따르는 구체적인 개선방안들에 대해서는 함구해 그야말로 말 뿐인 사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정성이 뒷받침 되지 않고 실현성이 없는 공허한 사과라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특히 핵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함으로써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끼친 점에 대해 일언반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특히 4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언급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적법하게 세금 내고 자식에게 경영지분을 물려주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편법 상속 의혹을 받고 있는 자신을 물타기 하는 언사라는 것이다.

불법으로 얼룩진 과거를 스스로 책임지겠다거나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말은 끝내 없었다. 삼성의 장미빛 미래에 대해 얘기하며 자신이 최고경영권자로 남아 있지 않으면 삼성이 무너질 것을 암시하며 은근히 사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미 정해진듯 사과문만 읽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도 않고 단상을 떠났다.

결국 이 부회장의 이날 사과문 발표는 '국정농단' 관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의 판결을 앞두고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한 요식행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재판부로부터 유리한 판결을 받은 뒤에는 다시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일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삼성은 그동안 저지른 잘못들에 대해 수차례 사과를 해왔으나 안 좋은 사태들이 반복되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2조원대 차명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지키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과 관련해 직접 사과한 이후 5년 만에 이날 사과문을 발표하는 단상에 섰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 선고 직후 "과거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업 본연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사과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노조 와해 혐의로 삼성전자 경영진이 유죄 판결을 받자 사과문을 냈으며, 올해 2월 임직원의 시민단체 후원 무단 열람에 대해서도 사과한 바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 관한 한 기존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따른 이날 발표도 그 일환이다. 준법감시위도 지난해 10월 파기환송심과 관련해 내부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는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의 주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출범한 기구다.

한편 참여연대는 6일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논평을 통해 “말 뿐인 사과는 기만적이며, 이재용 부회장은 제대로 된 피해구제와 죗값을 치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노조파괴 등으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비롯해 현재 재판 중인 국정농단 범죄에 대한 인정이나, 수사 진행 중인 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에 대한 언급 또한 없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노조 인정, 노동3권 보장 등은 “한 사람의 국민이자 기업가로서 지켜야 할 당연한 일”이라면서  “삼성의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준법감시 전담 이사를 외부에서 추천하게 하는 등 그동안 총수일가 이익에만 복무해온 이사회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법적 경영기구인 이사회의 독립성·투명성 강화에 먼저 나서야 한다”면서 2015년 5월 26일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정 당시 해당 안건에 찬성했던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대표이사), ▲이현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사외이사),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장) 등이 현재 삼성물산에 남아있다며 인적 청산과 이사회 개혁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아울러 사법부를 향해  “사법부는 삼성 총수일가가 그동안 자신들이 행한 각종 범죄행위가 세상에 드러날 때마다 앞에서는 사과를 하면서도, 뒤에서는 승계를 위한 불법·편법적인 행위들을 자행해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정준영 재판부는 사과와 상관없이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에서 합당한 처벌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