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택배노동자들의 죽음과 CJ대한통운의 '뜨뜻미지근'한 대응
잇단 택배노동자들의 죽음과 CJ대한통운의 '뜨뜻미지근'한 대응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5.1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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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간 매월 1만개 물량 배송, 하루 14시간 살인적인 고강도 노동 일쑤...업계, 대책은 커녕 대응조차 안 해

[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지난 1일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는 300여대의 택배차량이 4줄씩 대열을 정비한 채 집회 취지와 요구사항이 담긴 피켓을 창문 밖으로 흔들면서 경적을 울리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날 택배노조는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인 택배기사들이 노동자로서 처음으로 노동절 집회를 하게 된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특수고용노동자 차별철폐 CJ대한통운·우정사업본부와 교섭 통한 수수료 및 노동조건 개선 생활물류법 쟁취 국민고용보험 도입 등에 정부와 사용자인 택배사가 즉각 답할 것을 촉구했다.

이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 4, 한 명의 택배기사가 또 세상을 떠났다.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씨다. 지난 3월 쿠팡 배송기사가 숨진 지 두 달이 채 안됐다. 어린이날을 맞아 가족과 12일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택배 이용이 급격히 늘어나 그가 한 달에 소화해야 한 물량만 1만 건이다.

이번 씨의 죽음으로 지난 6일 전국택배노동조합 호남지부는 광주시 남구 CJ대한통운 물류센터 앞에서 택배노동자 죽음으로 내모는 CJ대한통운 규탄 및 책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물량이 과로사의 원인이라 짚었다. 만약 사측에서 오는 11일까지 제대로 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집회를 열고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씨는 코로나19 확산 이전 한 달 평균 7000여개 택배를 날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월 할당 물량이 약 9900개로 늘어났고, 3월과 4월에는 매달 1만개 넘게 배송했다. 하루에 500개가량을 홀로 처리한 셈이다. 배송시간 역시 자연히 늘어나 하루 12~14시간을 근무했다. 그럼에도 회사는 노동자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씨는 오전 7시 이전 새벽부터 출근해 임금조차 받지 않는 분류작업을 마치고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허덕허덕 배송을 시작했다. 점심을 거르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근무 시간 내내 숨 돌릴 틈 없이 일해야 저녁 8~9시쯤 배송을 마칠 수 있었다. 이런 생활을 세달 동안 매일 하다 보니 지병도 없고 40대 초반인 씨조차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씨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택배기사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일반적인 근로자와 달리 자영업자로 취급된다. 이 탓에 씨의 하루 14시간 노동은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돼 회사의 책임 소재를 지워버렸다. ‘일한만큼 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지만, 어쨌든 할당된 물량을 처리해야 하는 택배기사 입장에선 반강제로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의 이익만을 바라보고 노동자를 무시한 정책이 이번 과로사의 원인이라고 규정하고 물량 폭주에 따른 택배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살인적인 장기간 노동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이처럼 고용 안정성이 낮은 특수고용직 종사자들과 저임금 노동자들이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정부 대책의 온기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성현 전국택배노조 호남지부 사무국장은 법원을 통해 엄연한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았지만 CJ대한통운과 교섭 한 번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ㄱ씨 사망과 관련, 지난 6CJ대한통운 물류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노동조건 개선 등을 위한 교섭에 나설 것 과로사에 대해 책임질 것 물량 폭주에 따른 대책 마련 배송수수료 인상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민들의 야외 활동이 줄면서 급격히 늘어난 택배물량을 배달해온 택배노동자가 숨졌다. 택배노조와 동료, 유족들은 과로사를 의심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진짜사장들은 택배노동자가 개인사업자라고는 하나, 몸이 아프면 병원 한 번 못 가고, 여름에 휴가 한 번 못 가는 사장이 어디 있냐”고  반문하며 사용자인 택배사가 택배기사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노동자로서 관리감독하고 있기에 원청은 택배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CJ대한통운 측은 회사는 택배기사님들의 안전을 위해 지속적인 작업환경 개선과 함께 개인건강 관리시스템도 재점검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말로만 하는 처우개선 약속은 의미가 없다.택배기사의 과로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고 있다. 택배기사들을 중심으로 운송회사에 대한 각성과 대안 마련 촉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는 대책을 내놓기는 커녕 별다른 대응조차 하지 않는 모양새다. CJ대한통운 측이 이들 택배기사들과 마음을 열고 마주 앉아 진정한 교섭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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