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올해 은행 총 예금액이 136조원 가깝게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풀린 돈이 시중에 돌지 않고 은행에 고여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될 경우 향후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말 기준 예금은행의 총예금 잔액은 165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1515조5000억원보다 135조7000억원 급증했다. 지난해 연중 증가액 120조5000억원도 훌쩍 넘어섰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가계 저축률은 올해 10% 안팎에 이르면서 지난 1999년(13.2%)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이 올해 은행 예금액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가계와 기업이 대출을 통해 역대급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소비와 투자 대신 자금을 비축해두는 쪽을 선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 등으로 여행, 숙박음식 등 대면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가계 소비가 위축된 영향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예금이 급증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공통된 현상이기는 하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미국 상업은행 총 예금액은 1월말 13조2000억 달러에서 10월말 기준 15조9000억 달러로 2조7000억 달러(약 2990조) 늘어났다.
하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 등으로 몰리면서 자산가격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연 관계자는 "비자발적 저축은 백신 개발, 봉쇄조치 해제 등으로 소비 확대로 이어지겠지만 반대로 예비적 성격의 저축이라면 소비 위축과 더딘 경기 회복, 높은 실업률, 경기 악순환 구조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