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25 (금)
금호석화 박찬구 회장, 왜 지분확대 안나설까...믿는 '차명지분' 존재?
금호석화 박찬구 회장, 왜 지분확대 안나설까...믿는 '차명지분' 존재?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2.02.15 16:44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영권 재발가능성 농후했는데도 1차 분쟁 후 1년 동안 단 한주도 지분 확대매입 안해
차명지분 가지고있거나 매입자금 없거나 둘 중 하나. 후자 가능성 높아. 주주친화정책이 유일 해법
'반토막' 주가가 가장 큰 문제. 악화된 영업상황, 자사주 처리, 과다한 회장보수, 금호리조트등도 문제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금호석유화학그룹에서 삼촌과 조카간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가 다음달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최근 주주제안서를 다시 제출하면서다. 박 전 상무는 작년 1월 삼촌과의 주식 공동보유관계를 끊으며 1차 분쟁을 삼촌과 벌인 적이 있다.

원래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은 지분은 금호가() 4형제가 골고루 갖되 경영은 넷째 박찬구 회장이 맡는 형태였다. 그러다 2011년 셋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넷째 박찬구 회장간에 벌어진 이른바 형제의 난이후 주식 공동보유관계로 바뀌었다.

개인최대주주는 둘째 고() 박정구 전 회장의 장남 박철완 전 상무이지만 가문 전체로 따질 땐 삼촌 박찬구 회장측 지분이 약간 더 많고, 경영책임은 박찬구 회장, 박철완 전 상무는 그밑에서 봉급 상무로 일하는 구조를 말한다. 10여년간 잘 유지되던 이 관계가 깨진 것은 박 전 상무의 승진 누락이 단초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박 전 상무와 동갑(현재 44)인 박찬구 회장 장남 박준경 상무는 20207월 그룹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하지만, 박 전 상무는 승진 대상에서 빠졌다. 격분한 박 전 상무는 몇 달간 와신상담 끝에 지분 공동보유 관계를 끊어내며 '선전포고'를 했다.

그러나 첫 분쟁 결과는 조카의 완패였다. 작년 정기주총 결과 자신을 포함한 이사 후보 선임안은 모두 부결됐고, 정관 변경 안건이나 배당안도 이기지 못했다. 박 전 상무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도 나와야 했다. 합계 지분 60%가 넘는 소액주주 상당수와 5%이상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삼촌편을 들어준 탓이었다.

2차전을 한달가량 앞둔 현재 주요 언론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일부 언론은 모든 정황으로 볼때 또 삼촌측이 이길 것으로 본다. 주총 때면 나타나는 조카의 몸값 또는 주가 올리기로 치부해 버리는 보도도 있었다. 반면 또 다른 언론들은 올해는 주가가 급락하고 있고, 올해 금호석유화학의 경영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 등을 들어 작년과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대주주 지분율 변화(보통주 기준 % )

주주명

관계

2020년말 지분율(주식수)

2022128일 현재 지분율

박찬구

그룹회장

6.69%(2039,629)

6.73%(2039,629)

박준경

박회장 장남

7.17%(2183,120)

7.21%(2183,120)

박주형

박회장 장녀

0.98%(297,515)

0.98%(297,515)

박철완

박회장 조카

10%

8.58%

허경수

박철완 장인. 코스모그룹회장

0

0.05%

김형일

박철완 모친

0

0.09%

박은형

박철완 큰 누나

0

0.5%

박은경

박철완 둘째 누나

0

0.5%

박은혜

빅철완 셋째누나

0

0.5%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차 분쟁의 전망과 결과는 좀 더 지켜보면 알 일이겠지만 이 과정에서 한가지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바로 지난 1년간 삼촌측 주식지분이 단 한주도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카가 여전히 10% 넘는 개인최대주주이고, 불만도 여전해 언제 또 분쟁을 일으킬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방어자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분부터 늘리는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박찬구 회장의 지난 128일 기준 보유주식수는 2039,629(지분율 6.73%), 1차 분쟁 발발 직전인 2020년말과 똑같다. 아들 박준경 부사장(지분율 7.21%)과 딸 박주형 전무(0.98%)의 보유주식수도 1년전과 비교해 단 한주도 늘어나지 않았다. 박 부사장은 작년 전무 승진 1년만에 또 부사장으로 한단계 더 뛰었다.

이들 3명과 주로 그룹 임원들인 특수관계자들의 지분을 다 합쳐도 15%에 불과하다. 20년말 14.87%에 비해 1년동안 0.13% 포인트 밖에 늘지 않았다. 이 지분율 증가도 작년말 자사주 일부를 매각 및 교환한 영향이다. 여기에 작년말 OCI와 맞교환한 금호석화 자사주 지분 0.56%가 있다. 그러나 이 우호지분을 다 합치더라도 매년 경영권분쟁을 벌여야하는 방어자측 입장에선 너무 적은 지분이라 아니할수 없다.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의 지분율은 1차 분쟁 직전 10%에서 8.58%로 약간 줄었다. 대신 박 전 상무의 친누나들인 박은형, 박은경, 박은혜씨가 각각 지분 0.5%씩의 새 주주로 떠올랐다. 박 전 상무가 작년에 지분 1.5%를 누나들에게 똑같이 나누어 증여한 탓이다.

박 전 상무의 모친인 김형일씨와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도 작년 3월 주총 직전 각각 0.09% 0.05%의 금호석화 지분을 매입, 주주가 되었다. 온 가족이 박 전 상무 돕기에 나선 것이다.

이들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10.22%. 삼촌측과의 지분격차는 4.78%포인트로 약간 줄었다. 부산지역 건설업체인 IS동서와 박 전 상무의 친한 지인그룹들도 작년에 주식을 매집했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으나 IS동서측은 이미 거의 다 매각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박 전 상무의 첫째 매형은 김우중 전 대우회장의 차남인 김선협 아도니스부회장, 둘째 매형은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장남인 장세홍 한국철강대표, 셋째 매형은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모두 자기 회사의 실제 오너들이다. 누나들에게 주식을 나누어준 것은 이들의 직간접 지원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상무의 장인인 허경수 회장은 고() 허만정 GS창업주의 4남 고() 허신구 지에스리테일 전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코스모그룹은 2차전지소재 업체인 코스모화학이 주력인 GS 방계 소그룹이다.

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전 상무

물론 박 전 상무측이 그동안 떠들었던 것에 비하면 1년동안 공식적으로 늘어난 지분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그러나 다급해야할 방어자측이 자사주 우호지분 0.56%외에 보유주식 확대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삼촌 진영이 이처럼 지분확대에 소극적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우선 숨겨둔 차명지분 또는 우호지분의 가능성이다. 이와 관련, 박찬구 회장측과 가까운 한 재계 인사는 박 회장측이 이렇게 느긋한 이유는 뭔가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우호지분이나 차명지분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형제의 난 등을 겪으며 박 회장이 어렵게 확보한 경영권이기 때문에 박 회장이 별도의 안전장치를 해놓았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불법일 가능성이 높은 안전장치가 드러날 경우 큰 파문이 불가피하다. 박 회장은 형제의 난 과정에서 배임 및 횡령혐의로 이미 집행유예형까지 받은 적이 있다. 이런 박 회장이 과연 또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그렇다면 둘째 경우의 수는 지분을 추가매입할 자금력이 정말로 없을 가능성이다. 지난 2011년말 현재의 지분율이 사실상 고착되었을 때 박 회장 부자의 주식은 이미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대부분 담보로 잡혀 있었다. 형제의 난 등에 쫓겨 지분을 더 늘려야하는데, 보유자금이 충분치 않아 보유주식을 담보로 잡히고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신규주식 매입자금을 빌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박 회장 지분 6.73%4.67%가 금융회사 대출금 101억원의 담보로 잡혀있다. 박준경 부사장 지분 7.21%100% 전부 486억원 대출금의 담보로 잡혀있다.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았다가 주가가 많이 하락하면 금융회사의 담보권 행사로 자칫하면 경영권을 위협받을수도 있다. 이런 위험성을 무릎쓰고 보유주식까지 담보로 거의 맡긴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경로로 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서일 것이다.

모든 정황으로 볼 때 이 두 번째가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정말로 사정이 이렇다면 박 회장측은 매년 주총 때마다 반복될지도 모를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현재 갖고있는 경영권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지분율 60%가 넘는 소액주주들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환심끌기 작전이다. 작년 6월 박찬구 금호석화 대표이사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에게 대표이사를 맡긴 것이 그 일환이다. 작년 12월에는 OCI와 자사주 맞교환을 하면서 동시에 같은 지분만큼 자사주 매각을 한것도 주주환심 끌기로 볼 수 있다.

또 금호석화는 향후 2~3년간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25~35%를 배당과 자사주 취득 및 소각 등 주주환원 재원으로 설정하고, 이중 현금배당성향을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20~25%선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나머지 5~10%는 자사주 취득 및 소각 재원이다. 작년에 금호석화가 역대급 경영실적을 올린 점도 일반주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영실적(연결기준 억원 %)

 

2020

2021(잠정)

증가율(%)

매출액

48,095

84,618

75.9

영업이익

7,421

24,068

224

당기순이익

5,829

19,737

238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박 회장의 과다한 보수나 금호리조트 인수 등도 주총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박 회장은 회사 규모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인 매년 50억원 안팎의 보수 때문에 간간이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020년에도 517,600만원, 작년에는 상반기에만 무려 387,300만원을 보수로 각각 챙겼다.

작년 3월 주총때 조카와 표대결까지 했으면 더욱 몸조심해야 할 텐데,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고 해놓고선 작년 상반기 보수는 오히려 더 늘려버린 셈이다. 반면 전문경영인인 문동준 사장의 작년 상반기 보수는 59,800만원에 그쳤다.

작년 말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중 0.56%OCI에 넘겨 백기사 우호지분으로 삼은 점도 비판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 등의 해외 선진대기업들은 보통 자사주를 매입한후 곧바로 소각, 유통주식수를 줄여줌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주주친화정책을 자주 펼친다.

이에 비해 우리 상장 대기업들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가 주가가 오르면 팔아 매각차익을 남기는 재태크의 일환으로 이용하거나, 경영권분쟁때 믿을수 있는 다른 기업에 우호지분으로 넘겨 백기사로 활용하기도 한다.

또 요즘은 많이 줄었다지만 이른바 자사주 마법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기업의 인적 분할이나 합병으로 회사 실체가 달라지면 자사주의 의결권이 되살아난다는 점을 악용, 대주주들이 돈한푼 안들이고 자기 지분율을 높일 때 자주 쓰던 방법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자사주를 많이 갖고있는 기업은 항상 의혹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금호석화의 보유 자사주도 작년 일부 맞교환 및 소각조치에도 불구, 아직 17.24%에 달한다.

문제는 이런 주주친화정책들에도 올들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주가다. 15일 현재 금호석화 주가는 작년 최고점대의 절반 가까운 15만원대까지 떨어져 있다. 보통 경영권 분쟁이 있다면 주가가 많이 오르는데, 거꾸로다. 세계적인 금융긴축분위기에다 지정학적 영향 등이 있다지만 아무튼 일반주주들로서는 기분이 좋을리 없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작년에는 괜챦았던 금호석화 일부 제품들의 영업전망이 작년말 이후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점도 박 회장측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증권가에서는 작년 2조원대였던 금호석유화학 영업이익 규모가 올해는 1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