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구조나 제반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게 되면 중앙은행 역할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
지난 8년 간 통화정책을 이끌고 한국은행을 떠나는 이주열 총재는 31일 "중앙은행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앞으로 역할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지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이임사를 통해 최근 금융불균형이 심화되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났다면서 "성장을 지키면서도 금융안정과 함께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또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임기 중 대부분은 기존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많이 다른, 매우 익숙지 않은 거시경제 환경에서 통화정책을 운용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세계적인 저성장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금융소비자뉴스 김나연 기자] 이 총재는 "좀처럼 풀리지 않은 이런 수수께끼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더 복잡하고 난해한 고차방정식이 돼 버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 우리 사회는 디지털화의 가속으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고 있는데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지 아직 알 수 없는 뉴노멀에의 적응은 중앙은행도 피할 수 없는 도전 과제"라며 "자못 경제라는 것은 사회의 구조 변화와 기술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일종의 생태환경이라는 생각을 해본다"며 '유연한 사고'를 강조했다.
중앙은행 정책 목표를 물가안정, 금융안정에 더해 고용안정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과 관련해선 "여러 사회문제 해결에 경제적 처방을 동원하고자 하면 할수록 중앙은행에 대한 기대와 의존은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직 개혁에 대해선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있다. 조직 개혁에는 꾸준함도 필요하다"면서 "직원들이 2년간의 노력 끝에 조직 혁신방안의 밑그림을 그렸는데, 어떻게 실행해 나갈지는 이제 새 총재와 여러분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총재의 풍부한 경륜이 (직원) 여러분들의 열정과 결합해 한국은행이 더욱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길 기대한다"며 "지난 43년간을 함께 한, 제 삶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한국은행에서의 매 순간순간, 그리고 총재로서 여러분들과 동고동락한 지난 8년은 한시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맺었다.
1977년 한은에 입사해 주요 보직을 거쳐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총재로 임명된 이 총재는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한차례 연임됐고, 이날로 임기가 종료됐다.
차기 한은 총재로 지명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지난 30일 귀국해 다음달 1일부터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