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65세 정년 연장' 카드?...새 정부, 인구대책 제대로 마련하라
고작 ‘65세 정년 연장' 카드?...새 정부, 인구대책 제대로 마련하라
  • 권의종
  • 승인 2022.05.0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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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뉴스 창간 10주년 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31)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법정 정년...늘리려만 말고 여러 선택지 두고 심사숙고 후 결정해야...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통계적 요인 말고도 연금개혁, 연공형 급여체계, 고용시장 구조개선 등 이슈들과 연계한 종합적 검토 필수적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면서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정의 모든 부문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올해 창간 10주년을 맞아 '새 대통령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온라인포럼을 개최한다. <편집자 주>

권의종 박사

[권의종 칼럼] 새 정부가 근로자 정년 연장을 추진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의 변화 대응을 위한 인구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현행 60세 정년을 5년 더 늘려 ‘65세 정년을 공론화할 전망이다. 범정부적 인구전략을 기획할 수 있도록 '인구정책기본법' 마련에도 착수한다. 청년 인력 감소를 고려해 근로자 정년을 적절히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년이란 공무원이나 회사의 직원이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퇴직하도록 정해진 나이를 의미한다. 법령과 사규에 정년을 명시한 것은 고용주가 정년까지 종업원의 일자리를 보장하라는 게 본래 취지다. 지금에 와서는 의미가 달라졌다. 정해진 나이가 됐으니 이젠 그만두고 나가 달라는 강요가 깔려있다. 일자리 구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리라.

우리나라는 2013년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정년 60세 시대를 맞았다.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6년, 300인 미만은 2017년 각각 시행됐다. 그리고 얼마 안 돼 2019년에 추가 연장이 다시 거론됐다. 재연장 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과 함께 청년고용에 미치는 영향, 기업 부담 등의 비판이 일면서 흐지부지됐다. 

정년 연장이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은 2021년 국가공무원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독일은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프랑스도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며 62세 정년을 65세로 늘릴 것을 공약했다. 미국과 영국은 정년이 따로 없다. 미국은 1986년, 영국은 2011년 정년제도를 폐지했다. 근로자 정년을 법으로 정하는 것 자체가 ‘나이를 이유로 한 또 하나의 차별’이란 여론 때문이었다.

정년 연장 필요성 인정되나, 섣부른 접근은 금물...청년고용 악영향, 기업 부담 등도 살펴야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노동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 인구이동이 이미 시작됐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국내 노동시장에서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2070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5~64세의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738만 명에서 계속 줄어든다. 2070년에는 1,737만 명을 기록할 거라는 전망이다. 

연금 고갈 시기를 늦춘다. 인수위 측은 “국민연금은 2055년에 고갈되고, 2088년이 되면 누적 적자가 1경 7,00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는 출산율 1.3명 정도를 가정한 것으로, 출산율을 현 수준인 0.8명으로 계산하면 더 빨리 고갈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년이 65세로 늘면 ‘노년 부양비’ 증가 속도가 9년 늦춰진다는 통계청 분석도 나와 있다. 대법원도 2019년 육체노동자로 일할 수 있는 최고 나이를 기존의 만 60세에서 65세로 올려 판결했다.

역기능이 우려된다.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청년고용에 악영향이 미친다.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실업에 직격탄을 날린다. 2016년 60세 정년이 시행되고 나서도 청년 취업난 심화로 세대 갈등이 표출됐다.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 따르면,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실제 고령층 고용이 1명 늘어나면 청년층 고용이 1명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과 청년층 간 고용 충돌 가능성이 크다. 

기업 부담이 커진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7곳은 65세 정년 연장이 일자리에 악영향을 줄 걸로 내다봤다. 기업들은 경직된 정년 제도가 노조의 기득권 유지의 도구로 악용될까도 걱정한다. 실제로 노조들이 단체협상 테이블에 정년 65세 연장 카드를 단골 메뉴로 올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일자리 감소 추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생산성과 무관하게 65세까지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규제라고 주장한다.

현장에서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정년 연장...조기 퇴직 늘고, 퇴직 연령 낮아지는 ‘역설’ 발생

정년 연장이 현장에서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다. 현행 60세 정년도 지키지 않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그런가 하면 정년이 지나도 고용을 연장하는 기업들도 44%에 이른다. 정년 연장이 청년고용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른다. 2016년 정년 60세 시행 이후 되레 조기 퇴직이 급증하고 평균 퇴직 나이가 낮아져 고령자들이 직장에서 더 빨리 쫓겨나는 ‘역설’까지 발생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 ‘인구구조 변화와 고령자 고용정책 과제’ 내용이 충격이다. 정년 60세 법제화 이후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더 빠르게 이탈했다. 정년퇴직자는 2013년 28만5,000명에서 2021년 39만4,000명으로 느는 데 그쳤다. 반면,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 정리해고를 이유로 일자리를 떠난 조기 퇴직자는 같은 기간 32만3,000명에서 63만9,000명으로 급증했다.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 연령은 2005년 50.0세에서 2021년 49.3세로 낮아졌다. 

섣부른 접근은 금물(禁物). 노동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년 연장은 난제 중의 난제다. 경영계, 노동계, 국민연금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엉켜있다. 생각과 입장이 다들 제각각이다.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다. 단순히 일자리 수나 취업자 인구 등의 총량적 셈법으로 해결돼선 안 된다.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통계적 요인 말고도 연금개혁, 연공형 급여체계, 고용시장 구조개선 등의 이슈들과 연계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수적이다.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법정 정년을 계속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법에서 최소 가이드라인만 정하고 실제 정년 운영과 고용 형태 등은 기업 자율에 맡기든지. 아니면 미국이나 영국처럼 정년을 아예 없애든지 등.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심사숙고 끝에 결정해야 맞다. 급한 마음에 정년 연장의 여부와 시기를 달랑 정했다간 화를 자초할 수 있다. 인구 대책은 커녕 고용정책마저 꼬이게 하는 악수가 될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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