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병 방치하면 죽는 건 경제와 국민이다
한국병 방치하면 죽는 건 경제와 국민이다
  • 류동길
  • 승인 2022.08.01 11:07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동길 칼럼] 선진국병은 일찍이 경제적 성공을 거둔 선진국들이 그 성공 때문에 걸린 병이다. 과도한 복지, 막강한 노조의 영향력으로 인한 임금의 지속적 상승, 노동 의욕과 생산성 저하 등으로 경제가 수렁에 빠지는 일종의 부자병(富者病)이다.

한국은 선진국이 되기도 전에 선진국들이 앓았던 이 병과 유사한 ‘한국병’을 오래전부터 앓아 왔다. 가난할 때 열심히 일하다가 형편이 나아지면 열심히 일하려는 생각을 접고 나태해지는 경우처럼 한국병을 앓게 된 것이다. 1980년대 말부터 노사 관계 악화, 근로정신 해이, 기업가정신 쇠퇴, 기강과 질서 문란, 문제 해결 의욕 감퇴 등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에는 잠시 멈칫했지만 환란이 극복되자 한국병은 다시 번져 갔다

이제는 성장보다 복지에 대한 기대가 턱없이 커졌다. 과잉 복지에 따른 재정 위기는 진행 중이고, 기업을 옥죄는 그물은 곳곳에 널려 있다. 잦은 파업에 생산도 일자리도 줄어드는 노동 현장이 즐비하고, 노조의 불법 행태에 적당히 타협하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 불법을 또 저지르라고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을 어기면서도 당당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경찰까지 집단행동에 나서는 데에서 보듯이 집단이기주의가 강해졌다. 정치권은 무엇이 옳은지도 모르면서 네 탓 공방만 하고, 경제를 정치의 잣대로 다루려고 한다. 한국병을 부추기고 악화시키는 모습들이다.

영국은 1970년대에 심각한 ‘영국병을 앓았고, 1976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는 상황에 몰렸다. 마거릿 대처는 1979년 집권하면서 강력한 노조와의 대결에서 물러서지 않았고, 공기업의 과감한 민영화와 복지 지출 대폭 삭감을 밀어붙여 영국병을 치유했다.

이를 계기로 ’대처주의(Thatcherism)‘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목적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영국 경제를 재생시킨 대처 총리의 사회·경제 정책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독일 등 여러 나라도 선진국병을 앓았지만 적절한 대책을 통해 치유했다. 하지만 남미의 몇 나라는 복지정책에 발목이 잡혀 현재까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병은 이미 고질병으로 굳어졌다. 고질병은 치유하기 어렵다.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방치하기 때문이다. 대처 총리처럼 대가를 치를 각오로 접근해야 한국병을 잡을 수 있다.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런 요구를 하고, 또 기대해야 한다. 경기는 내리막이고 물가⸳금리⸳환율 등 경제지표는 나쁘다. 그러나 이는 경제가 위기라는 걸 나타내는 신호일 뿐이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성장잠재력이 잠식되고 성장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적극적 의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삼성의 반도체처럼 세계 시장을 누빌 제품들을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정보기술(IT)에서 앞서가는 분야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뒤지는 산업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여간 심각하지 않다. 기업이 마음껏 뛸 운동장을 넓게, 크게 만들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한국을 떠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 밖에서 불어오는 세계적 불황 바람만 탓해선 안 된다. 우리 스스로 경제를 좀먹는 한국병 치유부터 서둘 일이다.

한 나라의 경제는 그 나라 국민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에 비유된다. 모든 국민이 제 몫을 다할 수 있어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간다.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예산 절감과 공무원 증원 및 임금 동결 등 과감한 정책으로 정부 지출부터 대폭 줄이고, 중앙·지방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 부문의 부실을 확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민간 부문이 살아나고 경제가 활기를 띠게 된다.

위기에 큰 힘을 쏟아 내는 게 한국인이다. 1907년 나라가 일제에 넘어가려 할 때, 국민은 담배를 끊고 패물을 팔아 만든 돈으로 일본에서 도입한 차관을 갚는 국채보상운동을 벌였다. IMF 환란 때의 ’금모으기 운동‘은 제2의 국채보상운동이었다. 지금은 심각한 위기다. 국민의 위기의식부터 깨우쳐야 한다. 경제 위기의 돌파구는 한국병 치유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병 치유, 망설일 까닭도 시간도 없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는 산다` 숭실대학교출판국, 2018.08.31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