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주방 가전기업 쿠첸이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하도급업체와 거래를 끊을 목적으로 해당 업체의 기술 자료를 경쟁 회사에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쿠첸 법인과 제조사업부 전략구매팀장 A씨 등 직원 2명을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상급 직원의 지시·관여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기술 자료 유출 범죄는 수급 사업자의 혁신 의지를 위축시키고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는 등 폐해가 상당하다"며 엄정 대응 의지를 밝혔다.
검찰은 쿠첸이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하도급업체인 B사의 인쇄회로기판 조립체 관련 기술자료를 경쟁 업체에 무단으로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같은 쿠첸의 범법 행위는 B사의 납품 단가 인상 요구에 대응해 거래처를 바꾸기 위한 것으로 B사와의 거래가 완전히 종료되기 직전까지 계속됐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12조의3은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본인 또는 제3자에게 제공하도록 요구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는 요구할 수 있다’면서 ‘원사업자는 취득한 기술자료를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유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쿠첸은 단가 인상을 요청하는 B사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이유로 내부적으로 B사와의 거래 규모를 25%에서 0%로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 업체 변경을 지속해서 추진하자고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사건을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쿠첸에 과징금 9억2200만원을 부과하고 쿠첸 법인과 차장급 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공정위는 쿠첸이 거래상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차례 부당하게 유용한 점, 신규 경쟁업체를 협력업체로 등록시키고 거래처를 변경하는 목적을 달성한 점, 기존 하도급업체와는 거래를 단절하게 된 점에서 위법행위의 부당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쿠첸은 하도급 대금의 2배에 육박하는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