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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방한과 한국외교...'외교통상부' 부활로 국제관계 새판 짜야
빈 살만 방한과 한국외교...'외교통상부' 부활로 국제관계 새판 짜야
  • 권의종
  • 승인 2022.11.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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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에서 살길 찾아야 하는 한국...외교·통상 연계하고, 민관학(民官學) 연합으로 남는 장사, 이기는 외교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돈이 좋긴 좋다. 세계적인 거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에 온 나라가 들썩였다.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들이 그의 부름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로 단장한 한남동 관저에 그를 첫 해외 VIP로 초대했다. 2시간 30분간 오찬을 나누며 환담했다. 그가 묵은 호텔 앞에는 그의 얼굴을 보러 온 인파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의전은 화려, 보안은 철통이었다. 왕세자 편의에 맞춰 식자재부터 왕실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가 머문 호텔 객실의 모든 창문에는 40여 장의 방탄유리가 설치됐다. 그가 떠난 뒤에도 사우디 측 인력 200여 명이 남아 생체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모발과 지문 등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 보따리’도 통 크게 풀었다. 자산만 2조 달러(약 2,800조 원)를 가진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다웠다. 그 바람에 우리 기업들은 횡재했다. 사우디 정부, 기업, 기관 등과 26개 프로젝트 관련 계약 또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총 사업 규모가 300억 달러(약 40조 원)에 달했다. 사우디는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40조 원)가 투입되는 미래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을 추진 중으로 그의 방한으로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기회가 활짝 열렸다.

다음 행선지로 알려졌던 일본 방문은 전격 취소됐다. 애초 왕세자는 일본을 방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첫 정상 회담을 하고 유가 안정 필요성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방문 하루 전날 일본 방문 계획이 철회됐다. 신혼여행을 가고 현지 게임회사를 인수하는 등 일본 문화에 관심이 큰 그였던지라 돌연한 방일 취소 배경을 두고 관측이 분분했다.

외교와 통상도 ‘관계’에서 비롯...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관계가 좋아야 교역과 외교도 활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은 우리 정부가 기울인 노력과 정성의 결과임이 틀림없다. 실제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전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적극적인 수주 외교를 벌였다고 한다. 하마터면 취소될 뻔했던 방한이 그 덕에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도 “진심을 다해야 우리에게 수출 계약과 사업권이 온다”며 왕세자와의 만남을 철저히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가 어디 그뿐이겠는가. 우리가 오랜 기간 국제사회에 쌓아온 두터운 신뢰와 돈독한 우의에 기인한바 또한 컸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깨달음 하나를 얻게 된다. 세상만사 다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관계는 친분과 관심, 배려와 기여, 공감과 존중을 아우르는 폭넓은 개념이다. 그런 점에서 좋은 관계는 쉽게 맺어지기 어렵다. 오랜 기간 무진 공을 들여야 한다.

나라 간 외교와 통상도 관계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다른 나라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인 관계가 좋아야 교류와 교역이 활발해질 수 있다. 그런데 국제 관계를 좋게 가져가려면 외국과 외국 기업, 외국인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연구 결과를 수요자와 두루 공유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국을 보라. 수많은 국책 및 민간기관과 공식·비공식 연구단체, 대학과 전문가들이 수없이 많은 보고서를 생산한다. 아울러 그 내용이 백악관을 비롯한 정치권과 경제계, 산업과 기업들에 공유되고 활용된다. 이게 바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미국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의 본체다.

외국연구 부실...‘막고 품는’ 방식 아닌, ‘어군 탐지’ 집어(集魚) 방식으로 세계 전략 높여야

우리나라는 어떤가. 외국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지 못하다. 미국, EU 등 주요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주변국에 관한 연구가 변변찮다. 세계 최대 해외 여행국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외국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뿐더러 그릇돼 있기까지 하다. 가령, 중국은 짝퉁 물건이나 만드는 나라, 일본은 경제 내리막길 국가로 애써 깎아내리려 한다. 중국과 일본을 무시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가 한국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그 밖의 나라에는 관심조차 없다시피 하다. 인식도 지극히 시대착오적이다. 동남아시아는 싸구려 여행지쯤으로 치부하는가 하면, 중동 하면 모래사막에서 ‘한 손에 칼, 한 손에 코란’을 든 이슬람을 떠올리는 식이다. 또 아프리카는 타잔이나 동물의 왕국을 연상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 가보라. 세계 주요국들이 경제 교류와 시장 확대, 자원 확보 등을 위해 혈투를 벌이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도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피해를 보는 쪽은 다름 아닌 우리다. 내수 기업은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러 있고, 수출 기업은 나라 밖에서 ‘맨땅에 헤딩’을 하는 형국이다. 해외 물정에 밝지 못하다 보니 기업들은 좌충우돌, 몸으로 부딪치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우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리한 관계를 만드는 데 정부나 연구기관 등 누구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하다 보니 기업들이 안 해도 될 생고생을 하고 있다.

국제 관계의 새판을 짜야 한다. 외교와 통상을 연계하고 연구가 이를 후원하는 새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막고 품는’ 식이 아닌 ‘어군 탐지’ 집어(集魚) 방식으로 세계 전략을 일신해야 한다. 내수시장이 좁고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는 나라 밖에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외교 따로, 교역 따로’의 각개전투는 힘을 못 쓴다. 민관학(民官學) 연합작전으로 남는 장사, 이기는 외교를 해야 한다. 2013년 정부조직 개편 때 5년 단명에 그친 ‘외교통상부’의 부활을 꿈꿔 본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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