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중 현금 등 유동성 비중 늘고 부동산 줄어..."지난해 수익 냈다" 17.0%로 급감
[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부자가 40만명을 넘어섰지만 부자 수 증가율은 전년에 못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 시장 부진과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이들 부자의 자산 가운데 거주용 부동산 비중이 줄어든 반면 유동성 금융자산 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2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한국 부자'는 42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82%로 추산됐다.
지난해 주가지수 상승세가 꺾이면서 부자 수 증가율은 1년 전 10.9%보다 떨어진 8.0%를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 한국 부자가 보유한 총 금융자산은 2883조원으로 10.1% 증가, 2020년 증가율(21.6%)의 절반에 못 미쳤다.
자산 규모별로 '10억원∼100억원미만'을 보유한 '자산가'는 부자의 90.7%인 38만5000명이었으며, 보유 금융자산이 '100억원∼300억원미만'인 '고자산가'는 3만1000명(7.3%), 30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초고자산가'는 9000명(2.0%)으로 집계됐다.
올해 기준 부자의 자산은 평균적으로 부동산에 56.5%, 금융자산에 38.5% 나뉘어 있었다.
이는 2021년(부동산 58.2%·금융 36.3%)과 비교해 부동산 비중이 줄어든 것이며, 일반 가구의 부동산, 금융자산의 비율(79.5%, 16.1%) 대비 금융자산 비중이 2.4배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거주용 부동산(27.5%)이 가장 컸고, 이어 현금 등 유동성 금융자산(14.2%), 빌딩·상가(10.8%), 거주용 외 주택(10.8%), 예적금(9.5%), 주식·리츠·ETF(7.9%) 순이었다.
작년 하반기 이후 두드러진 주식·부동산 등 자산 시장 부진과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거주용 부동산 비중(29.1%→27.5%)은 줄어든 반면 유동성 금융자산의 비중(12.6%→14.2%)은 늘었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높은 수익률만큼 큰 손실도 감내할 수 있는 '적극투자형'과 '공격투자형'은 올해 22.3%로 지난해 27.5%보다 크게 줄었다.
반면 '안정형'과 '안정추구형'은 46.6%에서 50.6%로 늘어 안정 지향적 투자 성향이 강해졌다.
부자들에게 지난해 투자 성과를 묻자, "수익을 냈다"고 답한 비율은 17.0%로 2020년(42.0%)에 비해 무려 25%포인트나 하락한 반면 "손실을 봤다"는 비율은 5.8%에서 18.8%로 급증했다.
금융자산 50억원 이상 부자 가운데 20.3%가 수익을 냈지만, 30억원 미만 부자의 경우 17.3%에 그치는 등 대체로 자산 규모가 클수록 수익 경험 비율이 높았다.
금융투자 상품별로, 채권이나 만기환급형 보험 투자에서는 수익 경험 비율이 손실보다 각 3.2%포인트, 8.0%포인트 높았고, 주식과 펀드에서는 손실 경험 비율이 수익보다 14.7%포인트, 6.7%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