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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는 디플레이션 논쟁...포인트는 차질 없는 대응
부질없는 디플레이션 논쟁...포인트는 차질 없는 대응
  • 권의종
  • 승인 2022.12.0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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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순기능 키우고 역기능 줄이는 게 공공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취해야 할 활동 방향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연말이 다가오자 내년이 걱정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제가 어려울까 불안하다. 국내·외 기관이 내놓은 2023년 대한민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밝지 않다. 다들 1%대로 낮춰 잡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1.9%, 한국은행 1.7%, 한국경제연구원 1.9%, 한국개발연구원(KDI) 1.8%, 한국금융연구원 1.7%다. 거기서 거기, 고만고만하다. 

실제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복합 악재에 글로벌 불황이 겹치면서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져들 거라는 경고가 꼬리를 문다.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출현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환율·물가·금리가 모두 상승하는 3고(高) 현상의 지속으로 슬로플레이션이나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우리 만의 현상은 아니다. 세계 주요국의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ed 이코노미트들은 미국 경제가 내년 중 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의 기준선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영란은행(BOE)은 지난여름 영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섰고 길게는 2년가량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도이체방크는 독일 경제 역시 이미 침체에 빠졌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태연하다.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국정감사에서 “경기 부진이나 스태그플레이션을 운운할 수 있는 정도로 보긴 힘들다”고 답했다. 한국은행 이창용 한은 총재도 “스태그플레이션은 정의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며 “성장률은 내년 하반기 중 반등할 것으로 보이며 물가도 점점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평가는 아직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복합위기엔 총체적 접근 유효...낱낱의 현상에 천착하기보다 전체적인 양상에 주목해야

틀린 말은 아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어디까지나 교과서적인 개념에 불과하다. 물가가 얼마만큼 오르고 경기가 어느 정도 침체해야 스태그플레이션인지 구체적으로 수치화된 기준은 없다. 전망이나 의견은 각자 다를 수 있고 또 달라야 맞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 스태그플레이션이냐 아니냐는 부질없는 논쟁일 수 있다. 어찌 보면 스태그플레이션은 그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할 때 이미 발생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경기침체는 이미 가시적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신호가 뚜렷하다. 지난 9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아지는 장단기 금리역전이 생겼다. 2008년 7월 이후 14년여 만이다. 장단기 금리역전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된다. 국고채 3년물 같은 단기물 금리에는 현재의 통화정책이, 국고채 10년물 등 장기물 금리에는 미래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기대치가 반영된다. 또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만기 때까지 리스크가 늘어나기 때문에 금리가 높다.

실제로 장·단기물 금리역전 현상은 스태그플레이션 때 나타나곤 한다. 미국의 경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나서 1~2년 내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더욱 그럴 수 있다. 세계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과 경기둔화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소비가 계속 위축되고 있어서다. 1%대로 전망한 2023년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할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시장 불안도 경기침체의 여파일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금융전문가 7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58.3%가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충격이 1년 이내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응답했다. 지난 5월에는 이렇게 답한 비율이 26.9%에 불과했으나 6개월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 안정성의 신뢰도가 높다’는 답변은 36.1%에 그쳤다.

요란한 비상 대책보다 조용한 정기(定期) 협의가, 격렬한 논쟁보다 차분한 논의가 긴요

포인트는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복합위기에는 총체적 접근이 유효하다. 낱낱의 현상에 천착하기보다 그 낱낱이 맞물려 작동하는 전체적인 양상에 주목해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의 긴축 기조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나 국내 이슈에도 대처해야 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의 입만 쳐다볼 게 아니라 국내 경제주체의 눈도 바라봐야 한다. 

인플레이션 억제가 중대사이나 경기침체 또한 경계 사항이다. 미국과의 금리역전에 신경 써야 하나 금리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한계기업의 줄도산도 염려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준금리를 일정 부분 올리면 물가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고, 국제수지와 환율, 금융시장과 국내 산업에 어떤 유불리가 있을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 결정은 한은의 고유 업무이긴 하나 독자적 결정사항으로 보긴 어렵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구성을 당연직인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재 말고도,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이 추천한 자를 대통령이 임명하게 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다.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함이다. 

앞서 열거한 기준금리 결정 개선 제안은 한 예에 불과하다. 정부 정책이 다 그래야 할 것이다. 일이 터지고 나서 대책을 내놓는 것은 상책이 못 된다. 철저한 분석과 면밀한 검토를 통해 정책의 순기능을 키우고 역기능은 줄이는 것이 공공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취해야 할 활동 방향이다. 요란한 비상 대책보다 조용한 정기(定期) 협의가, 격렬한 논쟁보다 차분한 논의가 긴요한 이유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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