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외국인과 기관이 은행주를 연초 이후 7000억원어치 넘게 순매수하며 주가 20%대 상승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17일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며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순매수한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주식은 총 7340억원어치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금융지주별로 신한지주의 외국인·기관 순매수액이 229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2180억원)과 하나금융지주(2072억원)에 대한 순매수액도 2000억원을 넘었다.
특히 외국인은 전 거래일인 16일 하루동안 신한지주 주식을 총 757억원어치 순매수해 삼성전자(670억원)보다 더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외국인과 기관의 금융지주 매수세에 주가는 최대 29%가량 급등했다.
연초 이후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28.92%로 가장 많이 뛰었고 이어 신한지주(27.7%), KB금융(26.05%), 우리금융지주(18.22%) 순으로 고공 행진을 이어왔다.
한국거래소가 4대 금융지주를 비롯해 기업은행, 카카오뱅크 등 은행업 대표종목의 주가 흐름을 토대로 산출하는 KRX 은행 지수는 21.1% 급등했으며,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도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10∼20%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 같은 최근 금융지주들의 주가 급등은 금융지주가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실적이 호전되면서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를 포함 장기적으로 은행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7개 금융지주에 공개서한을 보내 주주 환원을 요구한 것도 은행주 강세의 배경으로 꼽혔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은행주 저평가의 이유로 비효율적인 자본배치와 낮은 주주환원율을 꼽고 위험가중자산(RWA) 성장에 투입될 이익을 줄여 주주 환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신한지주가 이를 받아들여 자본비율을 12%대로 유지하고 13%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주주환원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내부 결정이 언론에 보도되자 신한지주 주가 하루 상승 폭이 8%를 넘기도 했다.
다만 은행의 자본 재배치와 배당 확대 등은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와 직결된 문제인데다가 은행의 유동성 관리 기능 등을 고려하면 실제 주주 환원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적정 성장과 주주환원 증대라는 지향점은 많은 투자자들이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이를 위해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시한 위험가중자산 성장 제한은 쉽지 않은 문제"라며 획일적인 제한은 유동성 경색 등 리스크를 높이고 중저신용도 차주의 은행 접근성을 어렵게 만드는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