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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 2%대 불과...주주가치 제고는 '말뿐'
자사주 소각 2%대 불과...주주가치 제고는 '말뿐'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3.02.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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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학회지 "자사주 소각 않은 채 보유 비중 클수록 기업가치 낮아"
해외선 '자사주 매입 즉시 소각'…국내는 경영권 방어·지배력 확대 수단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기업들의 절반 이상이 자사주 매입 목적을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라고 공시하지만 실제 소각된 주식은 2%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기업들이 주가 방어 등에 몰두했다는 분석이다.

12일 한국증권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자사주 보유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김우진 서울대·임지은 한성대 교수는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2004년부터 2018년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제조회사 1860개사의 발행 주식 총수 대비 자기주식 보유 비중을 분석해 기업가치를 비교한 결과,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기업가치가 낮다는 결과를 내놨다.

자사주 매입이 곧 소각으로 이어지는 외국 관행과 달리 국내에서 자사주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나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주식시장에서 평가된 기업의 시장가치를 기업의 자산가치로 나눈 비율로 측정한 기업가치가 자사주 보유가 많은 그룹이 적은 그룹보다 약 24%포인트 낮았고, 보통주의 주당 장부가격에 대한 시장가격의 비율은 약 43%포인트 낮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평균보다 많은 양을 보유하는 것은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사주 관련 활동이 있거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자사주의 매입, 처분, 소각 등 현황을 살펴본 결과, 37.44%가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고 처분을 한 기업은 24.73%로,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은 단 2.4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자체 공시한 자사주 매입 목적은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내용이 55.55%로 가장 높았으나 실제 소각은 2%대로 일어난 것이다.

저자들은 "공시된 자사주 매입 목적이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장기적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임에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자사주 매입은 곧 소각이라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으나 국내에서 자사주는 기업들이 매입 뒤 소각하지 않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경영권 위협이 들어오면 우호 세력에게 매각해 '백기사'를 확보하는 것이다. 

자사주는 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사주에 신설법인의 신주를 배정받아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자사주엔 의결권이 없지만 자사주 지분만큼 배정받은 신주는 의결권이 생겨 소액주주의 의결권 비중을 줄어들게 하는 데다가, 대주주가 보유하게 된 신설법인의 지분을 지주회사가 현물로 받고 그 대가로 신주를 발행해 대주주에 넘겨주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대주주의 지주사 지분율을 높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주환원 정책과 동떨어진 국내 기업들만의 자사주 활용 방식은 한국 증시 저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김우진·임지은 교수는 "자사주가 매입 즉시 시가총액에서 제외되지 않는 현재의 국내 관행상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시장에서 평가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매입에 그치지 않고 최종적으로 소각까지 이뤄져야 한다"며 "미국과 유사하게 매입 즉시 시가총액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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