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국내 상장사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최근 3년여간 매입해 소각한 자사주는 11조원 어치로 파악됐다. 주가 하락기를 맞아 기업들의 주식 매입과 소각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최근까지 3년여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지난 10일 기준 11조원에 달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덮친 2020년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4조원, 2021년 2조5407억원, 2022년 3조1350억원 수준이었다. 올해 자사주 소각은 공시 기준으로 1조2724억원이다.
자사주 소각 공시 건수는 2021년 32건, 작년 64건으로 두 배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이미 11건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3154억원), KB금융지주(3000억원), 메리츠화재(1792억원), 신한지주(1500억원), 하나금융지주(1500억원), KT(1000억원), 한국콜마홀딩스(537억원), 풍산홀딩스(86억원) 등이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코스닥시장에선 와이엠씨(32억원), 하이록코리아(99억원),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22억원) 등이다.
이 같이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과 소각이 늘어난 것은 주가가 하락기인 것과 관련이 있다.
증시가 2021년 고점을 찍고 약세로 돌아서자 상장사들이 주주들의 주가 부양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자사주 이익 소각은 기업이 이익잉여금으로 자사주를 매입 후 없애는 것으로 자본금은 줄어들지 않으며 유통 주식 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주가 부양 효과가 있다.
이에 미국 등 선진국 증시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배당보다 주가 부양 효과가 큰 주주환원 정책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금융당국도 올해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자사주 취득·처분 공시 강화'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 효과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져야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이고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자사주 소각 여부가 주주환원 정책의 결정적인 변수이자 주가 저평가를 탈피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