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긴축·우크라전쟁 등에 주식·채권 동반하락"...복지부 "기금운용 전문성 강화할 것"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지난해 국민연금이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연간 수익률을 기록하고 80조원에 육박한 평가손실을 냈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 등을 이유로 대며 선방했다고 자평했으나 하루 빨리 부족한 전문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2022년 한 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이 -8.22%이며 손실금 79조6000억원를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8년 -0.18%, 미·중 무역분쟁과 통화긴축 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가 나타난 2018년 -0.92%에 이은 역대 세 번째 마이너스 수익률이지만 손실폭은 가장 크다.
이에 2022년 연말 기준 적립금은 890조5000억원으로, 900조 아래로 내려갔다.
국민연금은 "통화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대체투자 확대와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을 통해 손실 폭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수익률을 자산별로 살펴보면 국내주식이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미국의 공격적 긴축과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로 증시불안 요인이 지속되면서 -22.76%로 기록되며 투자 손실이 가장 컸다. 해외주식 투자 손실률은 -12.34%였다.
작년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24.89% 하락했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한국 제외 세계 주가지수(ACWI)도 17.91% 하락했다.
이어 국내채권 -5.56%, 해외채권 -4.91%, 대체투자 8.94% 순으로 수익률이 잠정 집계됐다.
채권의 경우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수익률이 낮아진 반면 대체투자자산은 부동산, 인프라 자산의 평가가치 상승 등으로 전통자산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기금운용본부는 통상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이 반대로 움직이지만 작년엔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여줬다며, 주식·채권이 동시에 대폭 하락한 것은 해외시장에선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국내에선 2001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도 "지난해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주식과 채권시장이 모두 좋지 않은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연기금 운용 수익률도 하락해 작년 실적을 공시한 주요 연기금 중 국민연금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설립 이래 누적 연환산 수익률은 5.11%로, 작년 손실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5년간 총 151조원의 운용 수익을 거뒀다고 국민연금은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전문가들은 30년 후 기금고갈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안일한 적자 운용은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며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우수인력 확보 및 기금운용 전문성 강화 등을 통한 장기수익률 제고를 위해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며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양호한 해외·대체투자를 확대하고 투자 다변화 및 신규자산 발굴을 통해 자산배분체계를 유연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