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4:10 (화)
공기업 ‘나눠먹는’ 지방 이전, 경쟁력 ‘갉아먹는’ 자해 행위
공기업 ‘나눠먹는’ 지방 이전, 경쟁력 ‘갉아먹는’ 자해 행위
  • 권의종
  • 승인 2023.05.08 07:49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한 지역균형발전 한계...2차 발표 앞두고 곤욕스러워도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발표가 임박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출발한 공기업 지방 이전 ‘시즌 2’다.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 경쟁이 뜨겁다. 강원은 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 32개, 광주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35개, 전남은 농·수협중앙회 등 41개, 울산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21개, 전북은 한국투자공사 등 40여 개 기관을 이전대상으로 선정하고 유치전에 나섰다. 

애초 예상보다 많은 500여 공기업이 이전대상으로 거론된다. 지자체 간 물밑 경쟁이 과열 양상이다. 지역 갈등으로까지 번질 기세다. 지자체별로 수십 개 기관을 유치하려는 바람에 중복기관도 여럿 나온다. 한국마사회의 경우 경남, 전북, 전남, 제주 등 4개 지자체에서, 한국공항공사는 충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등 5개 지자체에서 유치 의사를 밝혔다. 

혁신·비혁신도시 간 갈등도 격화된다. 1차 이전 때 혁신도시가 아니라는 이유로 밀린 지역은 2차 이전은 비혁신도시여야 함을 주장한다. 논산시·제천시 등 13개 지자체는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1차 이전이 혁신도시로 제한되면서 인근 구도심의 공동화, 다른 지방 도시와의 양극화가 심화했다”며 ”2차 이전은 인구감소 도시의 구도심이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10개 혁신도시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공공기관을 추가 유치해야 한다”며 맞선다. 

2019년 1차 이전 때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옮겨갔다.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 발전을 해소에 목적이 있었다. 수도권은 인프라가 집중돼 비약적 발전이 있었으나 지방은 지속적 인구 유출로 침체 위기에 시달렸다는 이유였다. 공공기관 1차 지방 이전은 2005년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2014년 시행되어 2019년에 끝났다. 

1차 이전 성과분석 토대로 2차 이전 결정해야

지역균형발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당선인 시절 전국 17개 시·도 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지역균형발전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필수 사항이 됐다”고 강조했다. 아직 이전 지역과 대상 기관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나서 유치 경쟁을 벌이다 보니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내심 고심이 큰 눈치다. 자치단체장들도 이전이 뻔히 힘든 줄 알면서도 지역 민심을 의식해 괜히 힘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난제에는 숙고가 필요하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인적·물적 비용이 천문학적 규모다. 시일이 오래 걸리고 미치는 파급효과가 지대하다. 한 번 하고 나면 돌이킬 수도 없다. 지방 이전을 1, 2차에 나눠서 하는 점을 지혜롭게 헤아릴 필요가 있다. 단순히 공공기관이 다수라서 이전을 두 번에 걸쳐서 하는 것으로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그보다는 1차 이전에 따른 성과를 분석해 보고 그에 따라 2차 이전을 결정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합당할 것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수도권 인구과밀이 해소됐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2014년부터 공공기관이 본격적으로 이전하면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인구 유입이 2015년 8만5,000명 늘었다. ‘반짝’ 효과에 그쳤다. 2018년 이후 수도권 집중이 도로 시작됐다. 2020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11만6,000명 순유입됐다.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3년 2.766명이던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자발적 퇴직자가 2015년 3,143명으로 2년 새 13.6% 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별 특화산업이 육성됐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2014년 전라북도는 전북혁신도시를 서울, 부산에 이어 제3의 금융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듬해 2015년 국민연금공단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금융중심지 개발이 본격 시작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따라 전북으로 이사한 관련 기업은 극소수였다. 그나마 일부는 인력을 못 구해 철수를 결정했다. 

금융전문가, ‘분산보다 집중’ 필요성 제기 

국민연금도 핵심부서인 기금운용본부를 전북으로 옮기고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기금운용 특성상 필수인 해외 교류가 힘들어지고 정보교환이 어려워졌다. 퇴사자 증가로 인력 충원에도 난항을 겪어야 했다. 2018∼2022년 기금운용본부를 떠난 운용역이 137명에 달했다. 지금도 매년 300여 명 정원의 10% 내외 직원이 이삿짐을 싸고 있다. 급기야 국민연금은 서울 강남사옥에 스마트워크센터를 개소, 운용역의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년 발표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효과 및 정책 방향’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한 인구 증가와 지역서비스업의 고용 창출이 지역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기업 지방 이전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좁디좁은 나라에서 그것도 ‘나눠먹기식’ 공기업 지방 이전이 득보다 실이 큼이 입증된 셈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금융공기업의 경우 분산보다 집중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과거 한국거래소, 금융예탁원, 기술보증기금 등이 부산으로 옮겨간 뒤 한국의 금융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졌음을 지적한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엔(Z/Yen)의 국제금융센터(GFCI) 평가에 따르면 2015년 각각 7위, 24위였던 서울과 부산의 국제금융센터지수가 2023년 각각 10위, 37위로 하락했다.

곤욕스러워도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존 일정과 공약에 얽매이거나 지자체 반발을 의식하면 되는 일이 없다. 국가 이익 극대화의 거시적 관점에서 이전을 결정해야 맞다. 2차 이전을 기정사실로 하고 이전 지역과 기관을 정하는 식의 구태의연한 접근은 금물이다. 그랬다간 1차 때 부작용과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것도 문제려니와 안 해도 될 일을 하는 것 또한 해악이다. 그나마 취약한 공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해일 뿐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