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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디폴트 위기는 타산지석(他山之石), 재정준칙 조속히 통과시켜라
美 디폴트 위기는 타산지석(他山之石), 재정준칙 조속히 통과시켜라
  • 나병문
  • 승인 2023.05.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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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재정을 건전하게 하자는데 여야가 따로 없어...의원들의 대국적인 판단과 용기 있는 행동 뒤따라야

[나병문 칼럼] 미국 정부의 디폴트 발생 우려가 미국 경제의 새로운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회 지도부의 만남은 별 진전 없이 끝났다. 가장 큰 쟁점은 ‘정부지출 삭감’ 여부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건 없이 부채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부채한도 상향의 전제조건으로 정부지출을 대규모로 줄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채무 불이행은 미국의 경기침체로만 끝나지 않을 거라고 경고했다. 그는 합의 무산이 미국인에게 타격을 입히고 미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곤경에 빠뜨리게 될 거라며 연일 공화당을 압박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빠르면 6월 1일에 정부가 지급 의무를 이행할 현금이 부족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공화당이 자신들의 요구를 순순히 철회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만약에 미국 정부와 야당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생각하기도 끔찍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혼란이 지구촌을 강타할 것이다. 그에 대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가 발생하고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증시는 45% 폭락하고 일자리는 최대 830만 개나 사라질 수 있다"라고 예측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미국의 GDP가 4%나 감소하고 일자리도 600만 개나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 정부는 의회와의 협상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끝내 협상에 실패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수정헌법 14조'를 시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헌법상 대통령에게 디폴트를 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세게 나오는 이유는 명백하다. 디폴트 여부가 내년에 치러질 대선에서 당락의 주요 변수가 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나쁜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

연방정부의 채무 불이행이 실제 발생한다면 바이든의 재선은 힘들어질 것이다.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채무 불이행을 조장된 위기라고 주장하며 연신 공화당을 공격하고 있다. 그는 공화당이 주장하는 재정지출 삭감 조건은 중산층에 필요한 의료와 교육 등 정부 정책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정부 부채가 늘어난 이유도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부유층과 대기업이 내는 세금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BPC(초당적정책센터)는 연방정부 보유현금이 바닥나는 시점(X-date)을 6월 초에서 8월 초로 예측한다. 지난 2월만 해도 여름이나 초가을쯤으로 예상한 것에 비하면 꽤 앞당겨진 셈이다. 이는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예측한 6월 1일과도 비슷한 시점이다. 샤이 아카바스 BPC 경제정책국장은 "만약 다음 달 전에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미국은 재정적 재앙 위기에 빠질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했다.

정치권의 이해다툼은 경제를 비롯한 많은 것들을 망친다. 부채한도 증액을 두고 날카롭게 대치 중인 미국의 현재 모습이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직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방송에 출연해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민주당이 지출 삭감에 동의하지 않으면) 부채한도 인상을 거부해 디폴트를 유발하라고 선동했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는 나라 경제의 희생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식의 무책임한 언행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의회의 힘겨루기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여야가 디폴트 시한 직전에 합의할 거라고 기대한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번 문제를 “미국이 가장 신뢰받는 국가라는 명성을 지키기 위한 사안”라고 규정하면서 채무 불이행은 선택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주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불참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인플레이션과 은행 위기에 디폴트까지 더해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보다 다급한 우리나라, ‘재정준칙’ 도입부터 서둘러야

우리나라의 재정 상황은 괜찮은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 지난 몇 년 동안에 한국의 국가부채는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 탓도 있었겠지만, 지난 정부의 재정 기조가 확장 일변도였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세수는 괜찮은 편이었는데 올해 들어 그마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단기간 내에 회복할 조짐도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처럼 긴박하게 돌아가니 더 이상 지체할 수 없게 되었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취약한 재정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재정준칙 도입이다. 알다시피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재정적자 등 국가 재정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필요한 제도이다. 방만한 정부지출을 통제하기 위하여, 독일은 헌법에 재정 운용 목표를 규정하고 구조적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35% 이내로, 프랑스는 법률에 재정준칙을 두고 구조적 재정적자를 GDP의 0.5% 이내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여태껏 재정준칙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합리적인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적극적으로 재정준칙을 추진 중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악화한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의 3% 이내로 관리한다는 대원칙을 세우고, 재정수지 기준을 통합재정수지보다 엄격한 관리재정수지로 준용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건 입법 절차다. 기재부는 엊그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재정준칙은 105개국에서 운용 중이고 선진국 중 우리나라만 도입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정부와는 달리 정치권은 느긋해 보인다. 당리당략을 앞세운 여야의 대립으로 이번에도 통과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나라 재정을 건전하게 만들자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의원들의 대국적인 판단과 용기 있는 행동을 촉구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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