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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원가 논란 '허실'...제일제당-농심-하이트진로 '이상한' 장부상 숫자들
라면원가 논란 '허실'...제일제당-농심-하이트진로 '이상한' 장부상 숫자들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3.06.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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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라면값 인하 거론...근거로 국제 밀가루값 50% 하락 제시. 제일제당 가격자료는 전혀 딴판
원맥수입가 올들어 계속 상승. 원재료및상품매입액도 증가해야 하나 제일제당 이 수치는 무려 20% 감소
라면및 소주관련 농심과 하이트진로 장부들도 비슷. 제품가격 유지 위한 원자재시세 숫자 장난 의혹 소지도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지난 1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한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1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서민음식 물가, 특히 라면 가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라면 원료인 국제 밀 가격이 지난해 가격 인상 시점에 비해 50% 정도 내렸다며 라면값도 이에 맞춰 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 밀가격은 톤당 227달러로 1년전 419달러보다 46% 정도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반면 농심 등 라면업계는 작년 하반기에 라면 출고가를 일제히 평균 10% 안팎씩 올렸다.

이 같은 추 부총리의 공개 인하 압력에 라면업계 등 식품업계는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고 한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언론에 "물류비, 인건비 등 생산 비용이 오른 데다, 라면의 주요 원료로 쓰이는 전분 가격 또한 계속 오르고 있어 원가 부담이 여전하다"면서 "국제 밀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았다가 최근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평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라면업계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어렵지만 정부가 압력을 가하니 방법은 찾아 보겠다는 투였다. 라면뿐 아니라 서민 식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소주 맥주 밀가루 설탕 등 다른 서민 기호식품 또는 생필품 관련업체들에도 정부가 전방위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뒤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CJ제일제당 로고
▲CJ제일제당 로고

서민들 의식주에 큰 영향을 주는 국제 원자재값은 정말로 제대로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관련 기업들이 그럼에도 이렇게 미적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최대의 밀가루와 설탕 가공업체는 CJ제일제당이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원맥(아직 빻지 않은 밀), 태국 호주 등에서 원당(설탕원료), 미국 브라질 등에서 대두, 미국 브라질 등에서 옥수수 등을 대거 들여와 가공, 밀가루 설탕 대두유 등을 국내 시장에 공급한다. 국내 설탕시장의 77%, 밀가루시장의 63%CJ제일제당이 점하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국제 밀가루값이 1년 사이에 50% 가량 떨어졌다고 해서 정말로 그런가, CJ제일제당 분기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분기보고서상 CJ제일제당의 원맥 수입가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톤당 원맥 수입가격은 올 1분기 평균 568천원, 작년 평균 554천원, 21년 평균 349천원씩이다. 올들어서도 계속 오르고 있다. 원맥 수입가가 계속 오르니 제일제당의 국내 판매 밀가루 제품 가격도 계속 오름세다. 

▲CJ제일제당의 각종 원자재 수입가격 추이
▲CJ제일제당의 각종 원자재 수입가격 추이

아무리 국내도입에 시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또 원맥과 국제 밀가루 시세가 약간 다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제 시세와 한 기업의 수입가격 차이가 이렇게까지 크게 날 수 있는 것일까? 국제 밀가루 시세는 한꺼번에 확 떨어진게 아니고 지난 1년여간 조금씩 계속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맥 뿐 아니다. CJ제일제당이 수입하는 원당, 대두, 옥수수 가격도 모두 작년에 이어 올들어 서도 계속 오르고 있다. 정부나 다른 국제통계기관들이 전하는 원자재 시세와 CJ제일제당의 수입가격들은 많이 다르다.

CJ제일제당이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올들어서도 계속 오른다면 CJ제일제당의 원재료 및 상품매입액은 올들어 계속 늘어나야만 정상이다. 하지만 CJ제일제당 분기보고서의 비용분석 공시를 보면 올 1분기 이 회사의 원재료 및 상품매입액(별도 기준)9163억원으로, 전년동기 11505억원에 비해 무려 20%나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5% 밖에 줄지 않았다.

▲CJ제일제당의 총비용중 원재료및 상품매입액
▲CJ제일제당의 총비용중 원재료및 상품매입액

대한통운 등 국내외 CJ제일제당 종속기업들의 실적을 뺀 별도기준 CJ제일제당 실적 중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설탕 밀가루 식용유 같은 식품부문이다. 식품 원자재 수입가격이 계속 오른다는데, 원재료 및 상품매입액은 왜 매출 감소폭보다 훨씬 더 많이 줄었을까?

정확한 설명이 없어 원인을 잘 알 수 없지만 CJ제일제당이 원자재 수입가격 산정 또는 공시를 잘못 했거나, 정부가 국제 원자재 시세 파악을 잘못 했든가 둘 중 하나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CJ제일제당이 공시한 원자재 수입가격에 무언가 문제가 더 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농심 로고
▲농심 로고

아니면 CJ제일제당의 국제 원자재 수입망이나 수입가격 협상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관련 국제원자재 시세는 많이 떨어진다는데 CJ제일제당은 계속 높은 수입가격을 고시해 놓고 국내 식품업체들을 상대로 폭리장사를 계속 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을 수 있다.

국내 최대 라면업체인 농심측은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국제 밀 시세가 떨어지긴 했어도 우리는 국내 제분업체로부터 밀가루(소맥분)를 공급받는다. 제분 가격은 조정이 안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농심 분기보고서에 나와 있는 제분업체는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등이다.
▲CJ제일제당 제품들의 국내 공급가격 추이
▲CJ제일제당 제품들의 국내 공급가격 추이

농심이 분기보고서에 공시한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 소맥 선물가격도 올 1분기 톤당 266달러로, 작년 평균 332달러에 비해 19.8% 떨어졌다. 그러면서도 CJ제일제당이 공급하는 국내 밀가루 공급가격은 공시하지 않았다. 농심도 제일제당 등 국내 제분업체들의 공급가격에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는 것일까?

농심 등 라면업체들은 부총리의 인하 유도발언에 밀가루 등 원자재 말고도 팜유, 포장재 등 다른 원부자재나 인건비 물류비 등도 여전히 높아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

하지만 농심의 올 1분기 매출대비 매출원가 즉 매출원가율(별도기준)72.5%, 전년동기 73.8%는 물론, 22년의 75.5%에 비해 오히려 많이 떨어졌다. 특히 작년에 비해서는 불과 석달만에 무려 3% 포인트나 떨어졌다.

매출원가는 설비투자비(감가상각비)와 원재료비, 인건비, 기타제조경비, 기말재고 등으로 구성된다. 농심의 기말재고는 작년말보다 좀 늘긴 했으나 절대금액이 그리 크지 않다. 인건비나 물류비, 설비투자비가 많이 줄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매출원가율이 올들어 석달 사이에 3%p 가량 하락했다는 것은 밀가루나 팜유 같은 라면 원재료비가 올들어 의외로 많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고는 저런 매출원가율 하락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출원가 부담이 낮아진데다 작년 하반기 라면 가격 인상 효과까지 겹쳐 농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율은 6.2%, 전년동기 4.6%, 212.96%, 224.28% 등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농심 손익계산서
▲농심 손익계산서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51% 42%나 급증했다. 또 서민들이 열심히 농심라면을 사주고 먹어준 덕에 농심은 그동안 한번도 적자가 나지 않았다. 쌓아둔 농심의 사내유보이익금(이익잉여금)도 지난 3월 말 2423억원에 달한다.

이런 누적흑자를 바탕으로, 올해초 농심은 작년 결산배당금(지난 4월 지급)19년만에 크게 늘렸다. 19년 동안 매년 주당 4000원씩이던 주주배당을 5000원씩으로 늘렸다. 원자재값이 크게 떨어지기 전인 작년말 내지 올해초에 결정한 배당이다. 국제 원자재값 폭등 때문에 크게 어렵다면서 라면값을 대폭 인상해 놓고선 불과 몇 달후 이익이 예상보다 크게 나자 주주배당부터 크게 올린 것이다.

▲하이트진로 로고
▲하이트진로 로고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 국제원자재값 및 운송비 폭등 등을 이유로, 값을 크게 올린 소주 맥주 밀가루 설탕 사료 등 다른 많은 제품 제조업체들도 모두 상황이 비슷하다.  

국내 소주 1, 맥주 2위 업체인 하이트진로 분기보고서를 보면 맥주와 소주 원자재인 맥주맥, 맥아, 호프, 주정, 소주병, 맥주병, 상표, 병유리 포장지, 녹색파유리, 소다회, 규사 등의 수입가 내지 국내 도입가는 거의 대부분 작년에 이어 올들어서도 계속 오르고 있다. 올들어 수입가가 떨어진 것은 호프 한 종목 뿐이다.

▲하이트진로의 주요 원재료가격 추이
▲하이트진로의 주요 원재료가격 추이

그렇다면 올들어 매출원가율도 계속 올라야 정상이다. 그러나 하이트진로 역시 올 1분기 매출원가율은 55.8%, 전년동기 59.2%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매출(별도기준)은 전년동기 5265억원에서 올 1분기 5411억원으로, 소폭 늘었는데, 매출원가는 같은 기간 3118억원에서 3021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하이트진로도 기말재고가 크게 늘었거나,  인건비나 설비투자, 물류비 등이 크게 줄었다는 징후는 없다. 원재료비가 크게 준 영향이 가장 클것이다.

원자재 수입가가 정말로  계속 오른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겠는가? 이 역시 농심과 유사한 사례로 보인다. 판매관리비가 급증, 영업이익률은 전년동기 대비 많이 떨어진 것이 굳이 농심과의 차이라면 차이다.

CJ제일제당이나 농심, 하이트진로 등 국내 최대의 식품업체들이 국제 원자재 시세를 두고 숫자 장난을 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의혹이 들게 할 정도다.  정확한 것은 정부 관계당국의 정밀조사가 있어야만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설마 그런 일까지야 없을 것으로 믿고 싶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가 급락 등 정확한 상황 변화를 반영, 국내 판매가를 다시 신속히 인하하는 길 만이 그래도 굴지의 식품업체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유지하는 길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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