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4:10 (일)
잘 나가던 한투금융그룹, 작년말 이후 보기드문 '이상한 일' 연속
잘 나가던 한투금융그룹, 작년말 이후 보기드문 '이상한 일' 연속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3.06.27 16:33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투금융지주, 3월말 한투캐피탈과 저축은행에 각각 4천억원대 증자지원...석달만에 캐피탈지원 다시 회수
3,800억원 대규모 중간배당 형태...이를 바탕으로 한투증권에 4천억 긴급 증자지원. 돌려막기 유사 형태
작년말 깜짝 카카오뱅크 주식이관이 단초...여기에 3사 모두 과다한 부동산금융 후유증 문제해결 덜 된듯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잘 나가던 한국투자금융그룹이 요즘 어딘가 이상하다.”

요즘 금융인들끼리 만나면 자주 한다는 얘기다. 최근 몇 달간 한투금융그룹 내부에서 과거의 '한투' 같았으면 있을 수 없었던 일들이 여러 건 계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한국투자금융지주(이하 한투지주)는 부동산PF 관련 자금시장 경색 때문에 한창 고생하던 두 자회사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100% 주주로 지주사가 참여하는 형식으로, 한국투자캐피탈이 4,400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이 4,200억원씩을 각각 지원받았다.

여기까지는 이상할 게 거의 없는, 정상적인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지원이었다. 22년 말 한투지주의 연결이익잉여금은 6.57조원, 자기자본은 7.7조원, 22년 연결 당기순이익은 6,398억원에 각각 달했다. 지주사 자금사정은 충분했다. 두 자회사는 또 긴급지원을 받아야할 정도로 과다한 부동산금융에 부동산경기 악화 및 자금경색에 시달리고 있었다.

문제는 불과 그 석달 후인 최근 벌어졌다. 지난 16일 한국투자캐피탈이 갑자기 이사회를 열고 3,8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중간배당을 결정한 것이다.

우선 부동산경기 침체 지속으로 계속 요주의 상태인 한투캐피탈이 할 배당규모가 아니었다. 과거 이 같은 거액배당을 한 적이 없었다. 2014년 한투캐피탈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어마무시한 배당이었다. 한투캐피탈은 출범 이후 중간배당을 실시한 적도 없었다.

빠듯한 이익 규모 때문에 21년과 22년은 연말배당 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올해 4월쯤 지급되는 작년 연말배당도 올해는 없었는데, 갑자기 거액의 중간배당을 6월 말에 실시한 것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회사 지원내역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회사 지원내역. 한신평 제공

별도기준 올 1분기와 22년 한투캐피탈의 당기순익은 각각 320억원, 1,310억원 정도다. 지난 3월말 기준 이익잉여금도 4,836억원에 달한다. 수십억원이나 수백억원대 단위의 배당이라면 못할 것도 없는 재무상태다.

하지만 3,800억원의 중간배당은 작년 순익의 3배에 육박한다. 그동안 쌓아온 이익잉여금을 한 번에 대부분 까먹을 정도다. 상식적으로 봐도 한투캐피탈 규모의 기업에겐 어울리지 않는 과다한 중간배당이었다.

이 배당금은 한투캐피탈의 100% 주주인 한투지주에 전액 입금된다. 지주사는 이 돈에 자기 돈을 조금 더 보태어 주력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29일 실시하는, 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석달 전 캐피탈에 긴급지원했던 돈을 다시 대부분 돌려받아 다른 자회사를 지원하는 모양새인 셈이다. 캐피탈 상태가 그 사이에 완전히 살아난 것도 아니어서 모양이 너무 이상하다는 말이 안 나올 수 없었다. 사실상 돌려 막기가 아니냐는 비아냥들도 없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잠시 좋아졌던 한투캐피탈의 각종 재무지표들이 다시 크게 악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3월말 기준 한투캐피탈의 자본총계(자기자본)12,519억원 수준. 중간배당을 단순 차감하면 자기자본은 8,700억원대로 다시 줄어든다. 22년말 161%에서 대규모 유상증자 덕에 지난 3월말 456%로 크게 개선됐던 유동성비율도 다시 급락이 불가피하다.

한투캐피탈은 그렇지 않아도 과다한 부동산금융 등 때문에 부실 리스크가 큰 캐피탈사 중 하나로 분류돼 왔다. 특히 작년 하반기 이후 금리 급등 등으로 부동산경기가 급냉하고 부동산PF관련 자금경색이 심해지면서 부실여신비율과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했다.

▲한국투자캐피탈의 영업자산 현황(한신평)
▲한국투자캐피탈의 영업자산 현황. 한신평 제공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한투캐피탈 영업자산 5.3조원 중 40% 정도인 2.2조원이 부동산PF대출, 부동산담보대출 등 부동산관련 대출이다. 여기에 중도금 대출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부동산관련금융이 전체 영업자산의 무려 7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경기 민감도가 매우 높은 캐피탈사라는 얘기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자동차할부금융, 리스 등은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다. 특히 부동산대출 등 기업금융의 건당 대출잔액이 약 200억원 수준이고, 100억원 이상 거액여신 비중이 90%를 넘어 신용집중위험이 큰 편이다.

특히 거액여신 중 브릿지론은 3~6개월 단위로 만기가 연장되고 있어,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부동산 여신의 건전성관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자산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실제 올들어 지방 미분양 등 건설경기는 계속 침체 상태다. 한투캐피탈의 올 1분기 연결 순이익은 325억원으로, 전년동기 370억원에 비해 12%나 줄어들었다.

한신평은 최근 보고서에서 “(3) 유상증자 대금 대부분이 이번 중간배당으로 사용됨에 따라 부동산 경기 변동성에 따른 (한투캐피탈의) 실적 가변성과 유동성 대응 부담이 재차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캐피탈의 자산건전성
▲한국투자캐피탈의 자산건전성. 한신평 제공

이런 이상 기류의 첫 조짐은 작년 말부터 나타났다. 그동안 지주사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나누어 보유하던 카카오뱅크 주식(합계 지분율 27.18%)을 모두 한국투자증권에 넘기도록 지주사가 갑자기 교통정리한 것이 그것이다.

이 교통정리로, 한투증권은 갑자기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29,112억원, 한투금융지주에 5,019억원을 각각 지불해야 했다. 합계 3.41조원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한투증권의 22년말 별도기준 이익잉여금이 2.12조원, 자본잉여금이 4.12조원에 각각 달해 탈탈 털면 굳이 못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작년말 한투증권 자기자본이 6.55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꺼번에 감당하기엔 너무 금액이 컸다. 보유현금과 단기차입 등으로, 일단 연말까지 정산은 했지만 지주사는 작년 1227일 유상증자 참여로 한투증권에 3,000억원을 긴급 지원해야 했다.

또 한투증권의 100%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 하여금 모기업인 한투증권에 1.66조원에 달하는 연말배당을 실시하도록 했다. 이 역시 한투밸류 역대 사상 최대 배당이었다. 한투밸류는 카뱅 주식매각대금 2.91조원을 받아 그 중 1.66조원을 다시 한투증권에 돌려주는 셈이었다.

한투밸류의 연말 배당금은 올 4월이나 되어야 한투증권에 지급되었다. 그러나 이런 판국에 한투증권은 모기업인 지주사에 8,401억원에 달하는 연말배당을 또 지난 4월에 지급해야 했다. 1년 전 연말배당은 4,500억원이었다.

이래저래 자금부담이 커진 한투증권은 올 1분기 동안에만 차입부채를 5.74조원이나 늘렸다. 그것도 콜머니, 전자단기사채, 환매채, 발행어음 같은 초단기 차입 위주였다.

작년 말이면 부동산PF시장 경색으로 특히 많은 건설사와 증권사들이 자금난에 쩔쩔 매던 때였다. 하필 이럴 때 엄청난 돈을 들여 증권이 지주와 한투밸류 보유 카뱅 주식을 굳이 떠안도록 한 이유에 대해 많은 금융인들은 아직도 궁금해 한다.

지주 측은 이 교통정리의 목적을 고유재산 수익률 제고, 그룹 내 은행에 대한 지분 소유구조 명확화, 그룹 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고 공시했다. 물론 다 맞고 이해가 가는 설명이다. 하지만 작년 말에 그렇게 서둘러야 했을 정도로 급한 것은 아니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자금시장이 안정됐을 때 해도 될 일을 서두르는 바람에 가뜩이나 부동산금융이 많은 한투증권의 부담이 더 커졌고, 결국 석달 만에 한투캐피탈 지원금을 다시 돌려받아 한투증권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투지주가 돌려막기까지 해가며 긴급지원하고 있는 한투증권, 한투캐피탈, 한투저축은행 등 3사의 재무지표들을 보면 올들어 조금씩 안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극도의 위험상황들까지는 아니다.

그런데도 사정이 여전히 좋지않은 캐피탈 지원금을 석달 만에 다시 회수해 한투증권을 급히 지원하는 것을 보면 한투증권에 지표상 드러나지 않은 다른 다급한 사정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들도 적지 않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한투금융지주 측은 일부 언론에 (3월말) 증자 당시와 현재(6) 배당의 배경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우선 3월 증자는 작년말 카뱅 지분을 한투증권으로 넘기면서 받은 매각대금 여력을 지주사가 계속 보유하기보다 필요한 자회사 증자로 영업여건을 마련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다시 중간배당과 증자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증권 쪽에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라면서 부동산PF 관련 지급보증하고 있던 부분을 일반대출로 전환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가 있었고 이에 따라 증자를 하게 된 것인데, 이에 따라 해당 자금을 캐피탈 쪽에서 끌어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지난 4~5월까지만 해도 부동산 경기 악화와 미분양 사태 등으로 부동산PF  만기 연장이 잘 되지 않았다. 많은 증권사나 건설사들은 부동산PF  지급보증분을 스스로 떠안거나 당국의 지원으로 겨우 연장하곤 했다. 부동산PF  우발채무가 많은 한투증권도 이 때문에 긴급자금 소요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강력한 지원조치 등으로 5월 이후 자금시장은 많이 안정되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한투증권 정도의 초대형 증권사라면 더 빨리 안정되었을 텐데, 뒤늦게 이렇게 긴급 대규모 증자를 또 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 아직도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자본적정성 지표 추이
▲한국투자증권의 자본적정성 지표 추이. 제공

한신평은 “(이번 증자) 자본확충을 통한 영업력 확대 및 자본완충력 제고는 긍정적이나, 브릿지론, 기업대출 등을 중심으로 IB투자자산의 자산건전성 지표 저하 가능성도 내재해 있어 단기적으로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규모 증자로도 문제가 완전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투증권 분기보고서를 보면 한투증권이 제공 중인 지급보증은 233월말 기준 한도대출약정 3,711억원, 사모사채인수확약 39,139억원, 대출채권매입확약 1529억원 등 모두 553,380억원에 달한다. 22년말 51,716억원보다 3개월 사이에 1,600억원이나 더 늘었다.

이중 상당수가 부동산PF관련 지급보증이다. 만기가 3~6개월씩으로, 겨우겨우 연장하거나 증자자금 등으로 한투증권이 직접 대출 등으로 바꾸고 있다. 앞으로도 만기가 계속 돌아오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특히 지방 경기가 확 살아나지 않는 한 한투증권이 지급보증 책임을 직접 떠안아야 할 상황이 언제든지 계속 생길 수 있다.

3사 중 나머지 하나인, 자산규모 저축은행업계 3위 한국투자저축은행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저축은행 총대출의 42%가 부동산PF대출 아니면 건설업이나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이다. 다른 저축은행들에 비해 아직 괜찮은 편이라지만 작년에 대손상각 등을 많이 했는데도 올들어 부실채권비율이 많이 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자체가 부동산 관련 상대적 위험도가 가장 큰 업종이다.

종합하면 한투금융지주 계열 3사가 모두 과도한 부동산금융 때문에 아직도 허덕이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신평은 한투지주는 한투증권, 한투저축은행, 한투캐피탈 등 자회사에 대한 지원부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모니터링 중이라면서 “3사 모두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브릿지론 중심으로 부실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한투금융은 메리츠금융과 함께 부동산PFIB(기업금융)로 큰 재미를 보았던 대표적 금융그룹이라면서 작년 국내 부동산시장 자금경색이 본격화하기 전 메리츠와 함께 무사 탈출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러는 걸 보면 과도한 부동산금융의 후유증을 톡톡이 앓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