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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핸드백 제조업체의 그랜드하얏트호텔 7,300억원 인수 '미스테리'
명품핸드백 제조업체의 그랜드하얏트호텔 7,300억원 인수 '미스테리'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3.06.2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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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처음엔 신생 자산운용사 블루코브와 인수계약. 하지만 투자자 안 모이자 JS코퍼레이션이 등장
JS는 작년 매출 약1조원에 당기순익은 645억 불과. 차입까지 해가며 2,300억원 들여 호텔 경영권 장악
JS회장은 세계명품시장 겨냥 포석 설명. 그러나 자체자금조달능력과 호텔의 과다차입금 3,500억원이 관건
▲JS코퍼레이션 홍재성 대표이사 회장
▲JS코퍼레이션 홍재성 대표이사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한 명품 핸드백 제조업체가 미국 대통령들이 방한 때마다 반드시 묵는다는 서울 남산의 국내 최고급 호텔 남산 그랜드하얏트 서울7,300억원에 인수했다고 해서 시중에서 계속 화제다.

그랜드하얏트 서울은 현재 해외도피 중인 배상윤 회장의 KH 그룹이 2019년 말 인수한 후 갖가지 구설수를 일으켜 화제가 됐던 호텔이기도 하다. 2020년엔 조직폭력배 10여 명이 이 최고급 호텔 로비에 난입, 직원과 투숙객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배 회장은 강원도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담합 의혹과 4,000억원대 배임 혐의 등으로 해외 도피 중이다.

이런 배경들 때문에 하얏트호텔은 그동안 기피 매물로 꼽혀 거래가 쉽지 않았다. 매각가도 따지고 보면 싼 것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아 이번 인수는 여러 면에서 많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언론 보도와 각종 관련 공시를 종합하면 KH그룹(인마크제일호사모투자합자회사)은 당초 지난 125한남747’ 및 블루코브자산운용과 하얏트호텔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한남747’은 블루코브가 하얏트를 인수할 목적으로 세운 특수목적회사(SPC). 사실상 블루코브자산운용(이하 블루코브)이 매입 주체였다.

블루코브 홈페이지를 보면 스스로를 국내 유수의 부동산금융 전문 인력들이 운용하는 부동산 투자 전문 기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국내외 호텔, 오피스, 물류센터 등 누적 운용자산이 21년 기준 1.2조원에 달한다고도 했다.

▲블루코브자산운용 김승범 대표
▲블루코브자산운용 김승범 대표

그러나 이 자산운용사의 설립일은 20196월이다. 설립 4년 밖에 되지 않는다. 매출이나 자산이 작아 그런지 아직 외부감사대상이 아니고, 감사보고서도 공개되지 않는다. 이런 신생 자산운용사가 7,300억 짜리 하얏트호텔 딜(deal)에 뛰어 들었다는 그 자체도 화제가 되었다.

지난 1월이라면 금리급등 등에 따른 부동산PF 자금경색으로, 한창 부동산거래가 꽁꽁 얼어 붙었던 때였다. 블루코브도 투자자 모집에 애를 먹었다. 언론보도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대충 추정해 보면 매각대금 7,300억원 중 호텔 차입금 3,500억원 가량을 인수자가 떠안는 조건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 매각대금은 3,800억원 정도로 볼 수 있다.

블루코브는 계약금 400억원부터 코스닥 상장사 JS코퍼레이션에서 빌려서 냈다. 이후 5월말까지 중도금 1,600억원의 투자자 모집에 나섰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자 다시 JS코퍼레이션(이하 JS코퍼)에 손을 벌렸다. JS코퍼는 시중은행에서 빌린 장기차입금 중 900억원을, 하얏트를 새로 인수할 펀드인 블로코브 제1에 일반투자자(LP) 형태로 출자했다.

또 추가로 1천억원을, 이 펀드가 호텔 인수 주체로 내세울 SPC ‘JS747’에 대여금 형식으로 투입한다고 지난 531일 공시했다. 1천억원은 JS코퍼 연결 자기자본 2,554억원의 39%에 달하는 금액이다. 금리 6.2%1년 만기이고, 나중에 출자전환할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 매각대금 3,800억원의 절반 이상인 2,300억원 가량, 계약금과 중도금 대부분을 JS코퍼가 부담한 것이다. 잔금 1,800억원 안팎은 블루코브가 책임지고 투자금을 모아 내년 6월까지 납입하면 된다고 한다.

잔금이 남아 있지만 JS코퍼는 실제 매각대금 절반 이상을 혼자서 부담했기 때문에 하얏트 호텔 지배력과 경영권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초 KH그룹과 블루코브가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중도금만 치르면 경영권을 넘긴다"고 합의했다. JS코퍼는 하얏트호텔의 새 대표이사로 김옥진 전() 삼표 대표를 선임했다.

블루코브는 JS코퍼가 2020년 니트의류 제조업체 약진통상을 인수할 때부터 서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JS코퍼는 2021년말 경기도 화성 토지 및 건물을, 블로코브가 운용하던 부동산펀드 블루코브1호동탄235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런 여러 딜 과정에서 양측간 신뢰가 두텁게 쌓이면서 이번 딜에 JS코퍼가 블루코브 대신 주역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 JS코퍼레이션 사옥
▲서울 송파구 JS코퍼레이션 사옥

JS코퍼는 호텔경영이나 부동산과는 거리가 먼 명품 핸드백 제조-수출업체다. Kate Spade, Guess 등의 브랜드로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50여개국 이상에 제품을 판매한다. 자기 브랜드보다 OEM(주문자상표부착) 또는 ODM(제조업자개발) 방식이 많지만 오랜 업력(1987년 설립)에 자체개발 및 디자인 능력, 원가절감이 가능한 해외 대량 생산기지 등이 있어 기업의 내실은 탄탄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스스로 중견기업이라고 공시한데서 알 수 있듯이 덩치카 큰 그룹이 아니다. 약진통상을 비롯한 국내외 종속 자회사들을 모두 합친, 연결기준 자산이 지난 3월말 5,438억원 정도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9,750억원으로, 1조원에 근접했으나 영업이익은 814억원, 당기순이익은 645억원에 각각 불과하다.

적자가 거의 난 적이 없지만 주로 해외 유명 명품브랜드들에 납품하는 구조이다 보니 큰 이익을 낼 수 없다. 그동안 쌓아둔 사내유보인 이익잉여금도 지난 3월말 현재 1,779억원(연결기준)에 그친다. 이런, 그저 그런 덩치의 중견기업이 7,300억원 짜리 딜을 주도했으니 궁금증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JS코퍼레이션의 1천억원 대여관련 공시
▲JS코퍼레이션의 1천억원 대여관련 공시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1978년 개장 이래 한강 조망 등 우수한 입지 등으로 40여년간 대한민국의 대표 럭셔리 호텔 지위를 유지해온 호텔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특급 호텔들은 아무리 영업을 잘 해도 한 해 순이익이 기껏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정도에 그친다.

더군다나 남산 하얏트호텔은 소문 난 기업사냥꾼,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손을 탔던 곳이다. 배 회장은 구속 중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함께 무자본 M&A’ 또는 기업사냥으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여러 변칙을 동원, 싸게 인수한 기업의 내부자금이나 자산을 활용, 다른 기업을 인수하고, 또 그런 방식으로 또 다른 기업을 인수한다. 빼 먹고 지나간 기업들 상당수가 부실해졌다고 해서 기업사냥또는 무자본 M&A’로 불렸다.

올해 초까지 이런 배 회장 지배하에 있었으니 호텔이 성할 리 없다. 22년 매출이 1,201억원이었는데, 영업이익은 단 29억원, 당기순이익은 무려 653억원 적자였다. 배 회장은 201912월 사모펀드와 함께 약 6,000억원에 하얏트호텔을 인수했다. 인수 이후 2021년 한해를 빼고 계속 대규모 적자였다.

21417억원 흑자도, 그해 하얏트호텔 주차장 매각이익 1,006억원 덕분이었다. 적자가 쌓이다보니 22년말 기준 누적 결손만 877억원에 달한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서울

가장 문제는 과다한 하얏트의 채무구조다. KH 인수 직후인 19년 말 장기차입금 잔액은 4,343억원에 달했다. 작년말에도 3,346억원으로, 크게 줄지 않았다. 그 이전 하얏트 호텔 감사보고서 등을 찾을 수 없어 이렇게 차입금이 급증한 이유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IB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KH그룹은 4개 계열사가 마련한 1,080억원과 홍콩 및 호주 사모펀드가 투자한 우선주 984억원 등으로, 2,064억원 규모의 인마크 제1PEF(사모펀드)를 만들었다. 인마크 제1PEFSPC를 설립, SPC로 하여금 하나금융투자 등 대주단으로부터 4.400억원을 차입하도록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6,465억원으로, 하이얏트호텔 지분을 보유한 서울 미라마()5,500억원에 인수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금융 차입자인 SPC는 서울 미라마와 곧 합병했다. 합병 결과 4,400억원은 결국 하얏트호텔의 차입금이 되었다. KH가 자기 돈 별로 안들이고, 여러 변칙으로 하얏트를 인수하다보니 결국 하얏트가 거액의 빚을 떠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급증한 차입금 때문에 하얏트호텔은 작년에 금융비용만 175억원이나 부담해야 했다.

JS코퍼 정도의 기업운용 능력이라면 하얏트를 가까운 시일안에 영업흑자로는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호텔영업을 정상화한다 해도 한해 순익이 고작 수십억원, 많아야 수백억원일텐데, 금융비용 부담하기도 빠듯할 것이라며 호텔 리뉴얼 등에 들어갈 최소 수백억원 단위 투자 등까지 감안하면 과연 차입금 상환이 제대로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배 회장과 KH는 작년 6월 인수한 강원도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자금(7,115억원) 이 필요했는지, 2021년 하얏트 호텔 주차장 부지를 2,000억원에 팔았다. 이번 호텔 매각대금까지 합하면 단순계산으로만 호텔 인수로 3,000억원 가량을 남겼다. 꽤 짭짤한 장사를 한 셈이다.

작년 말에는 호텔 부지와 건물의 자산재평가를 실시, 유형자산 장부가를 3,500억원 이상 늘리고, 부채비율을 크게 떨어트렸다. 매각에 앞서 몸값을 잘 받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영그룹 등은 매각가를 8천억원 넘게 부르자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JS코퍼레이션의 주주 구성
▲JS코퍼레이션의 주주 구성

JS코퍼 오너이기도 한 홍재성 회장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블루코브자산운용의) 자금 유치가 원활하지 않다 보니 JS코퍼레이션이 직접 자금을 대여해 인수 주체로 올라서는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명품시장을 직접 겨냥하기 위한 포석으로 그랜드하얏트 서울을 인수했다면서 호텔 시설을 전면 개편해 최고급 호텔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명품백 이미지에 맞게 호텔을 재탄생시키려면 최소 수백억원 단위 투자가 또 필요하다. JS그룹은 작년 연결 순익 645억원에 지난 3월말 기준 장단기 차입금만 1,582억원에 달한다. 단독으로 하얏트 신규투자를 무리없이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하얏트의 빚이 너무 많아 금융비용 감당도 빠듯하다.

돈을 조금 들여 새 단장 후 다시 팔아 치워 매각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적결손에, 과다한 채무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좋은 값을 받기는 어렵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새 단장 등에 필요한 자금을 JS코퍼 혼자 부담을 못하면 또 투자자가 필요하다. 그럴 경우 JS코퍼의 지분율이 하락,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JS코퍼가 큰 모험의 길을 선택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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