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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라데팡스 빌딩들에 8개월간 5.6조나 '몰빵' 투자'
'파리 라데팡스 빌딩들에 8개월간 5.6조나 '몰빵' 투자'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3.08.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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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평가, 국내 증권-보험사들의 해외 부동산대체투자 문제점 지적. 현재 투자회수 지연건만 2.5조원
투자성공 소문 나면 너나 할것없이 정밀실사없이 달려드는 대표 투자처로 2019년의 라데팡스 지구 지적
현재 회수지연 절반 이상이 라데팡스 등 유럽 4도시와 뉴욕 맨허튼 등 미국 4개도시 집중. 중순위 투자많아
▲한국 금융사들이 우루루 투자했다는 파리 라데팡스 지구 오피스 빌딩들
▲한국 금융사들이 우루루 투자했다는 파리 라데팡스 지구 오피스 빌딩들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최근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건들 중 상당수가 프라임급 부동산에 비해 열위에 있는 B급 물건, 특히 도심 외곽지역에 있고,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투자건들이라고 지적했다.

또 회수 지연사례의 절반 이상이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지구, 아일앤드 더블린, 폴란드 바르샤뱌,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 공실률 상위 4개 유럽 도시와 오스틴, 샌프란시스코, 뉴욕 맨허튼, 피닉스 등 오피스 공실률 상위 4개 미국 도시에 분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담보권이 없는 메자닌(혹은 중순위) 및 지분투자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23일 내놓은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위험의 유형별 추이와 시사점-회수 지연 사례들의 공통점 분석보고서에 이같이 밝혔다.

▲한기평이 분석한 투자금 회수 지연건들의 내용
▲한기평이 분석한 투자금 회수 지연건들의 구성

 

보고서에 따르면 한기평이 신용등급을 보유한 국내 14개 보험사의 해외투자잔액은 22년말 기준 60조원이고, 이 중 해외 부동산 투자잔액은 16조원으로, 전체 운용자산의 2.4% 정도다. 용도별로는 오피스가 6.7조원(42%)로 가장 많고, 다음은 기타 상업용, 호텔, 주거용, 상가 순이다.

233월말 기준 23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대체투자 잔액은 14.1조원, 이중 해외 부동산 투자잔액은 10.8조원이다. 용도별로는 오피스가 6.1조원(56%)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유럽이 각각 46%, 27%를 차지하며, 유럽의 경우 오피스 비중(80%)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국내 대형 증권사 중 1곳과 일반 증권사 중 1곳은 해외 부동산대체투자규모가 자기자본의 40%를 넘는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해외 부동산대체투자 규모가 큰 증권사로, 미래에셋, 메리츠, 하나, 대신 증권  등을 꼽은 바 있다. 

한기평 보고서에 따르면 이중 국내 보험사와 증권사의 익스포저 비중이 높은 오피스 물건의 가격 하락세가 가장 가파르며 부실화 우려가 높다. 재택근무 확대, 인플레이션 상황하에서 임차기업들의 비용 절감 등의 사유로, 미국 유럽 모두 B급 오피를 중심으로 공실률이 상승하고 있다.

유럽지역 오피스는 평균적으로 2016~17년 수준의 가격까지 떨어진 반면 미국 오피스는 232분기 기준 주요 도시 평균 공실률 19.2%를 기록하면서 2016년 중반 대비 25% 정도 가격이 하락했다. 미국 상황이 더 심각하다.

보고서는 2018년부터 2020년초까지 모집된 2.5조원에 달하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으며 이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의 약 10%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 지연 투자건들을 분석한 결과 물건 소재지가 오피스 공실률이 높거나(유럽), 오피스 공실률 상승폭이 높은(미국) 도시이고, 임대율 등 임차지표가 매우 우수함에도 임차인 퇴거에 따라 공실이 발생한 공통점이 발견되었다고 정리했다.

보고서는 2020년 이전 투자된 문제 자산 건들을 분석해보면, 우선, 해외 물건을 국내로 주선 및 딜소싱(deal sourcing)하는 과정에서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당시의 물건 발굴 방식은 성공사례 벤치마킹으로, 국내에서 특정 해외 물건이 성공적으로 딜클로징되면, 다른 주선 팀들이 소문을 듣고 근방의 물건을 유사한 조건으로 구조화해 국내에 들여오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예를들어 20192월 프랑스 파리 외곽 지역인 라데팡스 지구의 오피스 딜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딜클로징되자 20199월까지 라데팡스 오피스딜이 거의 매달 한 건 이상씩 클로징되었다. 그 결과 국내 투자자들은 8개월 동안 약 5.6조원에 달하는 라데팡스 오피스 익스포저를 보유하게 되었다.

규모는 작지만 유사한 방식으로 2018년에는 영국권역(런던·글래스고·더블린 등), 2019년에는 동유럽(프라하·바르샤바 등) 익스포저가 편중되어 있었다.

또 최초 설정 당시 실사(due dilligence) 과정에서도 세심하고 깊이 있는 실사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의 저금리로 매력적인 투자수익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메자닌 투자의 권리관계에 대한 이해 없이 투자한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하방 위험에 대한 시나리오 테스트 부족, 인력 연속성 부족 등이 주요 문제점이었다고 지적했다.

▲유럽및 미국 주요 도시 오피스 공실률
▲유럽및 미국 주요 도시 오피스 공실률

 

국내 기관들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대체투자는 2009년 시작돼 이후 상당기간 동안 국민연금이나 교직원 공제회 등 운용자산 규모가 매우 큰 기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다수의 보험-증권사가 본격적으로 투자자 대열에 합류한 것은 2018년 이후다.

너무 늦게, 이미 10여년의 가격 상승이 지속된 이후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다소 불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5년 정도의 투자기간을 계획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미국-ᆞ유럽의 상업용 부동산은 2019년말부터 2020년 상반기에 첫 번째 정점을 찍은 후 급락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둔화되면서 저금리와 풍부한 시장 유동성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급등했으나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2022년부터 다시 급락한 상황이다.

가격 급락으로 투자 건들의 상당수가 제 때에 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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