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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륜(天倫)이 무너지는 범죄, 두고만 볼 것인가
천륜(天倫)이 무너지는 범죄, 두고만 볼 것인가
  • 박석무
  • 승인 2023.09.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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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세상이 참으로 시끄럽고 위태롭습니다. 묻지마 살인범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부자・형제・부부 등 천륜의 인간관계에서도 무서운 범죄가 속출하고 있으니 세상일에야 크게 마음을 기울이지 말자고 하면서도, 저절로 걱정되고 근심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대목에서 피할 수 없이 다산의 지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선시대, 천륜에 죄를 짓는 범죄자들이 그때라고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처럼은 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시대에 다산은 아들에게 내려주는 교훈을 통해서 인간이라면 반드시 실천해야 할 두 가지를 특별하게 강조했습니다. 첫째는 효제(孝弟)요 둘째는 독서였습니다.

요즘처럼 막된 세상, 있을 수 없는 인륜의 범죄들이 나오는 때를 당해, 효도하고 우애하여 화목한 가정을 이룩해야 한다는 주장이 너무도 절실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책을 읽지 않는 세상, 책을 읽지 않는 국민에게 미래가 있을까요.

그렇게 강조하여 책을 읽어야 한다는 다산의 주장이 이렇게 절실하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케케묵은 고리타분한 이야기라고 고개를 돌릴 분들도 많겠지만, 이런 때를 당해서 오륜(五倫)을 되살려야만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 나라다운 나라도 될 수 있다는 다산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붕당의 화란이 그치지 않아 반대파 정치인을 몰아넣은 옥사(獄事: 수사와 재판)가 잦으니 군신유의(君臣有義)는 이미 무너졌다. 아버지의 뒤를 잇는 입후(立後)의 의리가 밝혀지지 않아 부자유친(父子有親)은 없어졌으며, 목민관들이 기생에 빠져 있으니 부부유별(夫婦有別)도 이제 문란해졌다. 귀족자제들이 교만을 피우니 장유유서(長幼有序)도 파괴되었다. 과거제도로 경쟁만을 부추기고 도의를 강론하지 않으니 붕우유신(朋友有信)도 어긋나버렸다.”(두 아들에게 보임: 示兩兒 )

200년 전의 이야기이니, 그때의 용어나 사실이 지금의 문제에 적중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융통성 있게 옛날의 용어를 오늘의 뜻으로 해석해보고, 오늘 현실을 옛날과 비교해보면 참으로 깊은 뜻이 있음을 알아내기 어렵지 않습니다.

붕당의 화란은 바로 오늘의 당파싸움입니다. 반대당 사람은 무조건 적으로 보고 어떻게 해서라도 감옥에 넣어 파멸시키려고만 하고 있으니 나라를 이끌 정치윤리가 존재할 수 있겠느냐는 뜻입니다. 조선시대, 아버지의 대를 잇는 일이 효자의 기본 임무여서 입후라도 해서 가통을 잇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고 여겼었는데, 그게 무너져 우리 사회가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조건, 시집 장가를 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으니, 가족과 가통의 문제가 해결되겠는가요.

미투에서 보이듯 비열한 성폭력이 다반사이니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가능하겠는가요. 높은 사람, 가진 사람들의 갑질이 보편화되어 있고, 귀족들의 교만이 도를 넘었으니 장유유서가 가능하겠는가요. 고시제도, 입학시험, 채용시험 등 경쟁시험으로만 인재를 고르니 붕우유신이 가능하겠는가요. 친구를 몰락시키고 자기가 승리해야 겨우 먹고살 수 있는데, 어떻게 붕우유신이 있을 수 있겠는가요.

200년 전의 다산의 이야기에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있지 않습니까. 다시 오륜으로 돌아가는 일, 오륜을 변통하고 융통성 있게 적용하면 오늘 이 세상의 혼란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삼강오륜! 참으로 답답하고 뒤쳐진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런 옛날의 윤리에서 오늘의 해결책을 찾겠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산이 강조한 효제와 독서만이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의 오륜을 현대적으로 적용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보면 어떨까요.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글쓴이 / 박 석 무

(사)다산연구소 명예 이사장
·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 다산학자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의 마음을 찾아―다산학을 말하다①』, 현암사
『다산의 생각을 따라―다산학을 말하다②』, 현암사
『다산에게 배운다』, 창비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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