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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줄어드는 대한민국, ‘국가 소멸’을 막아라
인구 줄어드는 대한민국, ‘국가 소멸’을 막아라
  • 나병문
  • 승인 2023.09.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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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약 25만 명이다. 2021년 대비 만 명 이상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2021년의 0.81명보다 낮아졌다. 이는 지난 1970년 출생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일 뿐만 아니라,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나라 안에서 태어난 아이 수는 꾸준히 줄어서, 2017년에 40만 명대가 깨지더니 2020년에 들어서는 30만 명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인구는 6·25 전쟁 이후 베이비붐의 영향으로 급증했다. 그러자 정부는 1960년대부터 출산 억제 정책인 가족계획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 시기를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만한 산아제한 표어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1963년에 나온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다소 섬찟한 구호부터,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같은 노골적 표현들이 등장했었다.

산아제한 정책의 성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자, 1980년대 들어서는 '하나씩만 낳자'라며 더욱 강력하게 나갔다. 출산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피임약을 대대적으로 공급하고, 예비군 훈련장에 보건소 직원을 보내서 훈련 면제를 미끼로 남성 불임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여성의 경제 활동이 증가하고 자녀 양육에 대한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출생률은 점차 낮아지게 되었다.

출산율 감소 정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1991년에 산아제한 정책이 중단되면서 일시적으로 출산율이 오르고 연간 출생아 수가 70만 명대로 올랐다. 하지만 출산 가능 연령대(베이비붐 세대) 인구 증가에 비하면 출산율 자체는 현저히 낮아졌다. 형제가 없는 외둥이가 많아지기 시작한 것도 그 시기의 특징이다.

‘산아제한’에서 ‘출산 장려’로, 180도 바뀐 인구정책

2017년 이후로 인구 감소 폭이 매우 가팔라졌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인구의 급감과 여성들의 만혼(晩婚) 현상이 그 원인이다. 최근 들어서 혼인율과 출산율의 동반 감소가 두드러진다. 합계출산율을 보면 2012년엔 1.3명, 2018년엔 0.98명이던 것이 2022년엔 0.78이라는 초유의 저출산 현상을 보였다. 합계출산율이 2.1명 아래면 저출산,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인데, 우리나라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초저출산 국가로 들어선 셈이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급속하게 초저출산 국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결혼하고 애 낳아 키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기성세대와 달라진 점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요인은 태어난 아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 갖기를 꺼리는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이유다. 알다시피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은 단순히 먹이고 입히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정성과 비용이 들어간다. 예전처럼 나이 든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을 당연시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육아도우미를 쓰자니 부부 중 한쪽의 월급을 거의 털어 넣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이유로, 젊은이들의 상당수가 부모 되기를 두려워한다.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 교육비는 더 큰 문제다. 조기교육과 사교육 열풍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현실에서, 아이 하나를 가르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대다수 가정이 월급 타서 먹고살기도 빠듯한데 날로 치솟는 과외비를 감당하려면 등골이 휜다. 과외 같은 건 안 하면 그만이라지만, 남들의 반만이라도 해야 안심이 되는 부모 마음도 이해가 된다. 잘못된 제도를 고칠 생각을 해야지 애먼 학부모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육아, 교육, 이민 정책 혁신 만이 해결책

최근 CNN은 "한국은 더 많은 아기와 노동자가 필요하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이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보도하면서 "경력 단절을 꺼리는 고학력 여성의 증가, 생활비 상승과 육아·가사 부담은 한국의 혼인 및 출산 감소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부모에게 현금을 지급해도 출산율은 더 낮아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저출산 해결을 위해 2006년 이후 약 28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청년층에게 효과가 없었다"라고 분석했다.

외신(外信)들의 분석처럼, 지금 한국에선 젊은이들이 복합적인 이유로 부모 되는 길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단순히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시사한다.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부모급여 같은 현금성 지원이나 유급휴가 연장, 주택 정책 같은 복지정책만으론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지나치게 치열한 경쟁 구조를 손볼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저출산 현상이 세계적 추세이긴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가 심각하다. 이러다간 ‘국가 소멸론’이 단순한 기우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그 같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출산과 육아, 교육 분야에 대대적인 변혁을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이민 정책도 과감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은 ‘단일 민족’을 내세워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나갈 때가 아니다. 떠오르는 선진국답게, 외국인에게 당당히 문호를 개방하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

오늘날 인구가 준다는 건 국력의 쇠퇴를 의미한다. 한데 우리나라의 출산율 감소는 이미 대세가 되었다. 우물쭈물하다간 국가의 최고 자원인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속절없이 바라만 보게 생겼다. 이제는 시간이 없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지난(至難)한 과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 없이 어떻게 지구촌의 중추 국가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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