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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지급식' 기초연금, 일하는 노인에게는 더 주자
'일괄지급식' 기초연금, 일하는 노인에게는 더 주자
  • 권의종
  • 승인 2023.09.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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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활동가능 영역 많아...기초연금과 노인 활동 연계하는 ‘엑티브 시니어 프로그램’ 필요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보건복지부 산하 자문기구인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가 오랜 침묵을 깼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높이고, 연금 수급 개시 나이를 65세에서 68세로 늦추는 방안에 무게를 둔 연금 개편안을 공개했다. 소득대체율은 현행 40% 유지를 권고했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더 내고, 그대로 받고, 늦게 받는’ 방안에 힘을 실은 것이다. 

연금개혁의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정부는 재정계산위의 권고안을 토대로 국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10월 말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 계획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보험료, 소득대체율, 수급 개시 연령 등을 바꾸려면 국회에서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계산위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만 거론한 게 아니다. 소득 하위계층을 후하게 지원하도록 기초연금 제도를 손질할 것을 권고했다. 수급 대상을 줄이는 대신 저소득 노인에는 지급액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급격한 고령화 진전으로 기초연금 수급자가 급증함에 따라 현행 제도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거나 짧게 가입한 무(無)·저(低) 연금자 등 저소득 노인에 보충적인 노후 소득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다. 2014년 도입됐다. 대선 때마다 복지 공약으로 등장하면서 인상을 거듭해왔다. 여기에 물가상승률까지 반영한다. 현재는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로, 소득 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 경우 매달 32만3,180원이 지급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라면 기초연금 지급액이 월 40만 원, 부부 합산 64만 원까지 늘어난다. 

기초연금 부부 수령액이 국민연금 가구당 월평균 수령액을 상회

기초연금 지급액이 늘다 보니 국민연금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 기초연금 부부 수령액 64만 원이 국민연금의 가구당 월평균 수령액 57만 원을 넘어선다. 젊을 때 국민연금을 안 낸 사람이 받는 기초연금 수령액이 국민연금 납부자의 평균 수령액보다 많아진다. 가만히 있어도 공돈을 받는 판에 10년 이상 허리띠 졸라매고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온 게 후회스럽다. 

기초연금 수령자도 불만을 터뜨리는 건 마찬가지. 국민연금 연계감액 제도 때문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의 150%, 올해 기준으로 약 49만 원을 초과하면 기초연금 수령액이 최대 50%까지 삭감된다.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모두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는 복지 혜택이라 특정인이 과다 수급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게 정부가 내세우는 표면적 이유다. 

올해 기준으로 노인 656만 명이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여기에 23조 원의 세금이 투입된다. 갈수록 태산, 첩첩산중이다. 기초연금 수급자가 2030년이면 914만 명, 2050년에는 1,33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초연금 재정소요액도 매년 늘어 2050년이면 125조4천억 원에 달할 거라는 게 국민연금연구원의 전망이다. 제도 내용으로 보나 수급자 급증 상황으로 보나, 현행 기초연금 제도가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에는 다들 이견이 없다. 

그런 점에서 재정계산위의 기초연금 개선 권고는 만시지탄이기는 하나 시의적절하다. 정부가 국민연금에 가입해 노후를 준비해 온 국민에게 유인책을 주지는 못할망정 불이익을 당하게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고쳐야 맞다. 그냥 내버려 뒀다간 연금제도에 대한 불만을 넘어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다. 

아이 맡긴 부모가 낸 세·연금이 연금 재원으로 환류되는 선순환 이뤄야

저소득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은 늘리되 지급 대상은 축소할 필요가 있다. 나이와 소득 요건만 충족하면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현행 방식은 문제가 있다. 예산 부담이 크고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 그런 점에서 일하는 노인에게는 기초연금 지급액을 더 배려할 필요가 있다. 노인으로서도 무료히 지내는 것보다 뭔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면 좋을 것이다. 돈도 벌고 보람도 느끼고 정신적·육체적 건강도 지킬 수 있는 일석다(多)조다. 

노인의 활동 가능 영역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어린이 돌봄도 그중 하나다. 실제로 60·70세대 중 상당수가 손자를 돌보고 있다. 맞벌이 자녀를 위해 조부모나 외조부모가 손자 양육을 돕고 있다. 자녀가 인근에 살면 다행이나 그렇지 못하면 '원정 돌봄’을 불사한다. 조부모와 외조부모가 번갈아 가며 손자를 돌보는 가정도 적지 않다. 이럴 때 정부가 나서야 한다. 기초연금과 노인의 사회활동을 연계하는 ‘엑티브 시니어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활동 가능한 노인이 이웃의 아이를 돌보고 기초연금을 더 받는 형식이다. 노인도 하루 2∼3시간 정도의 활동은 할 수 있다. 어린이의 식사, 목욕, 등하교 등은 도울 수 있다. 멀리 사는 내 손자는 그 동네 노인이, 이웃에 사는 남의 손자는 우리 동네 노인이 돌보면 된다. 내리사랑이라고 내 손자나 남의 손자나 다 귀엽고 예쁘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손주 돌보는 조부모에 월 30만 원을 주기로 한 ‘서울형 아이 돌봄비’ 제도는 참신하다.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감이다.

그리만 되면 아이를 맡긴 젊은 부모는 마음 놓고 직장에 나가 일할 수 있다. 돈을 벌어 세금과 연금을 내면 그 돈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재원으로 환류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된다. 별도의 예산 없이도 어린이 돌봄, 연금 재원, 노인 일자리, 경력단절 등 제반 사회적 난제 해결과 비효율 해소에 도움이 된다. 사소하고 시시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지금까지 이런 정도의 ‘나비효과’를 낸 정책도 없었다. 그랜드해야 정책이 아니다. 알고 보면 디테일이 전부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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