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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의 '불'은 꺼졌는가...경제정책과 정치논리
기획재정부의 '불'은 꺼졌는가...경제정책과 정치논리
  • 정종석
  • 승인 2023.09.2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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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역전 당할 처지...일본보다 성장률 낮아지는 것은 IMF 외환 위기 이후 처음

정부가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 검토하고...경제 불안하고 어려울 때일수록 핵심부처인 기재부가 중심 잡아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제1차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된 1960년대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 경제는 '밑 빠진 독'으로 국제사회의 회의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7차례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국가 발전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민간기업·근로자 등 국민 전체가 힘을 합해 석유파동,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달성해 냈습니다.“

지난해 11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홍릉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재경회, 예우회,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으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추 부총리를 비롯해 김동연 경기도지사, 홍남기 전 부총리 등 역대 부총리·장관 24명과 역대 KDI 원장 7명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우리나라 개발경제시대를 이끈 주역들이 총출동한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 1962년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어느덧 ‘환갑’을 맞은 것이다. 지난 60년간 우리 경제의 성과와 한계를 되돌아보고,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뜻깊은 자리였다.

이로부터 다시 10개월이 흘렀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시행 이후 '진갑'을 맞은 올해 한국경제의 실상은 어떤가. 우리 경제는 지금 위기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잃어버린 30년의 나라’ 일본에 역전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한국이 일본보다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인 25년 만이다.

1990년대 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 침체로 접어들 당시 일본이 겪었던 저출산 고령화, 과도한 부채, 높은 부동산 가격 등의 징후가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 6월 전망치와 같은 1.5%로 예상했다. 반면 미국(1.6→2.2%), 일본(1.3→1.8%), 프랑스(0.8→1.0%)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전망치는 상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와 주요 20개국(G20) 성장률 전망치도 지난 6월보다 0.3%포인트씩 올렸다.

한국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수출 경기 침체

더욱 문제는 한국 경제에 대한 OECD의 전망치가 오히려 후한 편이라는 점이다.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는 1.4%,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전망치는 1.3%다.

한국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수출 침체가 꼽힌다. 그런데 정부는 연초 ‘상저하고(上低下高, 경제성장률이 상반기에는 낮지만 하반기에는 높아질 것)’라는 희망을 제시하며 미래경제를 낙관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상저하고의 근거로 들었던 중국 경제의 반등은 사실상 멀어지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 천명 이후,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일부러 빼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기 부양에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중국이 저성장에 접어들면서 25년간 이어온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2030년대가 되면 잠재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OECD는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내수도 부진하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불황으로 볼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인구 고령화와 글로벌 공급망 변화, 가계 부채 증가 등 구조적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미 생산 가능 인구 감소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어려울 때일수록 정부는 멀리 내다보면서 기업과 가계가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예측능력 부족으로 사상 최악의 세수 펑크를 냈고, 미래를 위한 기술 저축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예산부터 깎았다.

스스로 망가뜨린 재정건전성을 지킨다고 용처가 정해진 예산도 집행하지 않아 정부 스스로 성장률을 깎아먹고 있다. 마치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된 셈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폭증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특례보금자리론을 규제하기로 하면서 금융정책이 정치권 요구와 부동산 정책에 동원돼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적 표심 계산과 부동산 대책 사이에서 길을 잃은 금융정책

지난 정부와 여당에서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장기 모기지론(주담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현 정부는 이를 도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에 ‘빚내서 집을 사라’는 시그널을 주면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기회를 놓치고, 가계대출이 5개월째 증가하는 결과를 빚었다.

주택시장 연착륙과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는 상충할 수 있다. 그래서 정책 균형을 맞춰야 하고, 가계도 고금리 여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 씨가 최근 회고록 '진영을 넘어 미래를 그리다'(부키)를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역대 정부의 경제 정책 비화를 전하며 기재부 등 주요 경제부처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지지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가의 장기적 관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한 사례를 회고하며 “경제 정책은 이념이나 색깔에 좌우되지 말아야 한다. 특정 진영의 논리로 경제 정책을 수립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단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 전체의 이익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과거 개발경제 시절 맏형 경제부처인 경제기획원(EPB)의 시각에서 보면 지금 정부는 ‘잃어버린 30년’ 진입 직전의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서 국민들 앞에 소상하게 발표해야 한다. 그래서 꺼져가는 경제활력을 되찾고 산업 대전환을 꾀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발전계획을 천명해야 한다,

필자는 이제라도 정부가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제가 불안하고 어려울 때일수록 핵심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믿는다. 

과거 경제부처가 모여있던 과천청사에서 EPB 창문의 불은 늦은 밤까지 꺼지지 않고 켜져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경제관료들이 구국의 신념과 의지로 밤낮없이 일했다는 증좌이다. 지금도 세종청사 기획재정부의 불이 늦은 밤에도 켜져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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