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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에 바란다..."뉴(New) 새만금을 상상하라"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에 바란다..."뉴(New) 새만금을 상상하라"
  • 권의종
  • 승인 2023.10.0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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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감된 예산, 멈춰 선 개발...새만금을 초거대 'AI 수산물 양식장'으로 개발하면 좋을 듯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끝나고 새만금을 찾았다. 방문 소회를 칼럼에 담았다. <명칭부터 꼬여버린 새만금 32년 잔혹사, ‘희망 고문’ 멈출 때>라는 긴 제호를 달아 언론에 기고했다. 기사가 나오고 곧바로 메시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이 보내온 문자였다. 

“명 칼럼입니다. 새만금에 대한 과거 현재 미래를 담은 내용으로 앞으로 기본계획수립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혁신적인 내용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얼떨결에 “생각하는 대안을 정리해 보겠습니다”라고 답을 보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래요. 언제든 한번 방문해 주세요.”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바쁜 고위 관료의 빠른 대응이 놀라웠다. 

사실, 칼럼에는 해당 공직자가 듣기 거북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새금만’이 돼야 할 공식명칭이 ‘새만금’으로 뒤바뀐 점. 애초부터 정치적 산물로 출발해 8개 정권 내리 희생양이 돼 온 점. 선거 때는 개발을 약속해 놓고 청와대에 입성하면 태도가 돌변한 점. 비전과 전략도 없이 뚝을 막고 길을 내고 땅을 메워온 점. 땅의 용도를 농업용에서 산업용으로 계속 바꿔온 점.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점 등이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네덜란드 등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하라고 훈수를 뒀다. 정부와 정치권에는 새만금을 그만 우려먹으라는 경고를 날렸다. 국민과 지역민에 대한 희망 고문을 멈추라는 쓴소리를 쏘아붙였다. 새만금의 허상을 버리고 실상을 찾으라는 충고를 겁도 없이 해댔다. 그런데도 새만금개발청장은 남달랐다. 하잖은 기사 하나에도 귀를 기울였다. 

‘시대가 원하는 만큼 내준다’는 네덜란드 주다치, 새만금에 큰 시사점

새만금 개발은 지금까지도 32년이 걸렸다. 그동안 방향을 못 잡고 우왕좌왕 갈팡질팡 허둥댔다.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를 내고 항만을 건설하고 공항을 만들려 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결과가 어떤가. 잼버리가 파행으로 끝나면서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이 삭감되고 기본계획을 재수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새만금은 우리 세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자손만대 대대손손이 활용해야 할 삶의 터전이다. 개발 방향과 활용 방안을 지금 다 정하려 해선 안 된다. 새만금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는 미래 세대가 그때그때 시대 상황에 맞게 정하도록 해야 한다. 어찌 보면, 지금으로서는 '무결정'이 결정이고 '무계획'이 계획일 수 있다. 

시간이 약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네덜란드 주다치(Zuiderzee) 해양 프로젝트는 유용한 벤치마킹 모델이다. 1916년 간척을 시작해 1932년 방조제를 건설, 1,650㎢에 이르는 새로운 땅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곳에 가보면 실망할 수 있다. 의외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사업이 시작된 지 100년이 넘었는데도 부지 대부분이 벌판으로 남아있다. 

땅을 그냥 놀리는 게 아니다. 새 땅의 73.4%를 농지로 활용해 농업의 신기원을 일궜다. 해저 모래 산성토양에 농작물이 부적합하고 목초재배가 가능한 점에 착안, 낙농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했다. 친환경·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해 유럽 전역에 수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네덜란드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농산물 수출국이라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새만금은 어떤가. 우리는 성질이 급하다. 앞으로의 일을 지금 다 정하려 한다. “시대가 원하는 만큼 내준다”는 주다치 기본 방침. 새만금에 시사하는 바 크다. 

새만금 수산물 양식, 지형상 '최적', 시기상 '최고', 사업성 '최상'

장기 개발 방향은 후대에 맡기고 지금은 단기 활용 방안을 찾는 게 순서일 수 있다. 땅뿐 아니라 바다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궁리해야 한다. 새만금을 초거대 스마트 수산물 양식장으로 활용하는 게 유망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자동화, 로봇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수산물 허브로 개발하는 방안이다. 있는 자산을 활용, 오염에 안전하고 품질이 뛰어난 수산물을 양산하는 내용이다. 이는 전국 2∼3위를 차지했던 전북 수산업을 복원하는 수준을 넘어, 새만금이 세계적인 수산업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국가적 쾌거가 될 것이다. 

지형상으로 새만금은 수산물 양식에 최적이다. 바다 양식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태풍과 해일 등에 안전하다. 33.9km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가 보호막 구실을 하게 된다. 어차피 새만금 담수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만경강에서 유입되는 오수 등으로 수질이 6등급까지 떨어졌다. 그렇다면 바닷물을 유통시켜 할 수 있는 산업을 찾는 게 지혜일 수 있다.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일본 수산물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한국 수산업에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최소 30년 이상은 일본의 수산물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다. 그 빈자리를 한국 수산물이 파고들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새만금 수산물 양식은 제격이다. 사업성도 좋다. 1인당 수산물 소비량 세계 1위인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는 한편, 수입 대체와 수출시장 개척이 가능한 때문이다. 

새만금 SOC 예산 삭감과 관련, “수요에 맞는 공급의 타이밍을 가져야 한다”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너무 고깝게 들을 일은 아니다. 빅픽처를 그려야 하는데 그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즉 산업에 대한 구상 없이 SOC부터 추진해 왔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 잡겠다는데 무슨 토를 달겠는가. 지금부터라도 시간을 갖고 새만금에 대한 기본 구상을 가다듬어야 한다. 희망이 보인다. 맹장 밑에 약졸 없다고, 민심을 경청하며 업무에 진력하는 새만금개발청장과 휘하 공직자에 거는 기대 때문이다. 의기소침 말고 의기충천, 새로운 새만금을 상상하라.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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