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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주가조작세력의 놀이터로 '전락'...부실한 리스크 관리능력 도마에
키움증권, 주가조작세력의 놀이터로 '전락'...부실한 리스크 관리능력 도마에
  • 강승조 기자
  • 승인 2023.10.2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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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주요 증권사들과 달리 증거금률 40%로 방치…키움증권, 영풍제지 사태에 미수금 5천억으로 상반기 순이익 날려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키움증권이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상반기 순이익을 뛰어넘는 약 5000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하며 증권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영풍제지 종목에 대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이날까지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장 마감 뒤 공시한 바 있다.

미수가 발생한 계좌 대부분이 영풍제지 한 종목에만 대량의 미수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지난 4월 '라덕연 사태' 이후 도마 위에 올랐던 키움증권의 부실한 리스크 관리 능력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을 속속 100%로 상향 설정했으나,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가 터진 지난 18일까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거래가 정지된 19일에서야 100%로 조정했다.

증권사가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하면 해당 종목은 오로지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어 미수거래가 차단되는 반면 증거금률을 40%로 설정했다면 현금 40만원으로 주식 100만원어치를 사고 나머지 60만원은 실제 주식이 계좌로 입고되는 날(거래일로부터 2영업일) 이전까지 납부하면 된다.

만약 결제일까지 미수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반대매매 처분된다.

증권사가 신용융자와 담보대출, 미수거래 등을 제한하는 것은 무리한 '빚투'로 인해 담보 부족 계좌들이 속출, 미수 채권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것을 방지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회사의 자본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모든 증권사에는 주식을 사고팔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시세조종 행위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신용과 미수 등 증권사의 대출은 주가조작 세력의 자금줄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리스크를 관리하는 본부가 따로 두고 있다. 

지난 4월 말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활용한 '라덕연 주가조작 사건' 이후 증권사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이상 거래를 감지하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왔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지난 6월 주가조작 범죄가 드러난 두 번째 '무더기 하한가' 사태는 일부 증권사가 동일산업 등 5개 종목의 이상 주가 흐름을 포착하고 신용 만기 연장을 거부한 때문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키움증권 역시 관련 본부 안에 위험 종목을 골라내고 증거금률을 산정하는 심사부를 두고 있으나 이번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풍제지는 뚜렷한 이유 없이 11개월간 주가가 12배 이상 올라 제지업체임에도 주가수익비율(PER)이 300배가 넘으며 주식 커뮤니티에서도 '작전'이 의심된다는 이야기가 파다했으나 이에 뒤늦게 대응하며 피해를 키운 것이다.

앞서 올해 700%가 넘는 주가 상승률로 '작전주' 의심을 샀던 영풍제지는 지난 18일 돌연 하한가로 급락하고 19일부터 금융 당국에 의해 거래가 정지됐다.

영풍제지 하한가로 발생한 키움증권의 미수금 4943억원은 키움증권 상반기 순이익(4258억원)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규모다.

키움증권은 지난 10일 향후 3년간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등 주주 환원 정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상반기 순이익을 고스란히 미수금으로 날릴 위기에 처했다.

이와 관련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며 고객의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증권가는 실제 회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키움증권에서 미수가 발생한 계좌가 영풍제지에만 대규모 금액으로 미수를 사용해 매매를 한 비정상적인 계좌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된 상황에서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거래 정지 조치가 풀려도 영풍제지가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며 깡통 계좌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키움증권은 다른 주요 증권사와 달리 종목 증거금률을 매우 낮게 설정했다가 시세조종에 키움증권 계좌가 대거 악용되면서 키움증권이 '주가조작 세력에게 판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키움증권에서 미수가 발생한 계좌는 영풍제지에만 대규모 금액으로 미수를 사용해 매매를 한 비정상적인 계좌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되며 주가조작 세력들이 키움증권에 계좌를 개설해 시세조종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키움증권 정도 되는 대형사가 왜 영풍제지 같은 종목의 미수거래를 막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내부 위험 통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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