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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업과 네덜란드 농업...'신(新) 하멜 시대’ 개척할 때
한국 농업과 네덜란드 농업...'신(新) 하멜 시대’ 개척할 때
  • 권의종
  • 승인 2023.10.2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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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농축산 관련 예산은 '속 빈 강정'...‘지키는’ 농업에서 ‘이기는’ 농업으로‘ 공수(攻守) 전환 시급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다 줄어드는데 더 늘었다.”

국가 예산이 2년 연속 긴축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농축산 관련 예산은 오히려 불었다. 2024년 예산안이 올해보다  증가한 18조3,330억 원 규모로 짜였다. 정부 총지출 증가율이 2.8%에 그친 데 비해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전년 대비 5.6% 오른 것이다. 

농식품부는 자랑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국제 식량시장 불확실성, 원자재 등 공급망 불안, 기후 변화 등에 대응해 식량안보 강화, 농가소득·경영안정·재해 예방 등에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대응하면서 디지털전환 촉진과 푸드테크·그린바이오 등 신산업을 육성해 농업과 시너지를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고 장황하게 설명한다. 

내용을 뜯어보면 실망이다. 속 빈 강정이다. 예산의 상당 부분이 비생산적 용도로 쓰이도록 짜였다. 올해 2조8,400억 원이던 농업직불제 예산이 2024년 3조1,042억 원으로 확대 편성됐다. 정부양곡 매입량도 40만 톤에서 45만 톤으로 증가했다. 관련 예산 역시 1조4,077억 원에서 1조7,124억 원으로 늘었다. 쌀의 생산과 관리를 위한 직불금 지급과 양곡 매입에 총 4조8,166억 원, 전체 예산의 26.2%가 투입되는 셈이다. 

낙후된 농업과 피폐한 농촌을 살린답시고 벌이는 일이다. 그래도 치러야 하는 대가가 지나치다. 쌀은 남아도는데 벼를 재배하라고 나랏돈을 쏟아붓고, 생산된 쌀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혈세 낭비를 되풀이한다. 정부가 들으면 언짢을지 모르나, 국민 눈에는 농업을 사양산업 취급하고 나중이야 어찌되든 그저 현상 유지나 하려는 듯 보인다. 

직불금 지급과 양곡 매입에 농업 예산 26.2% 투입

농업은 전통산업이 아니다. 국가와 국민의 앞날을 책임질 미래산업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은 영원무궁한 터. 7조 달러 상당의 농식품 수요는 초거대 시장을 이룬다. 자동차, 반도체, 이차전지의 수요를 다 합쳐도 이에 못 미친다. 이런 사실을 일찍이 간파하고 차분히 준비해 온 나라가 있다. 농업을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성공 신화를 이어오는 네덜란드다. 

네덜란드 농업의 성공이 더 빛을 발하는 것은 불리에서 유리를 창조한 점이다. 위협을 기회로, 단점을 강점으로 바꿨다. 서유럽 저지대 국가, 네덜란드는 4만1,500여㎢의 작은 나라다. 강이나 호수 등을 뺀 육지 면적은 3만3,00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경상남·북도 면적과 비슷하다. 그런데도 농산물 수출액은 2021년 기준 1,084억 달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전체 수출에서 농산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6%를 차지한다. 

좁은 국토, 작은 경작지, 높은 인구밀도 등 지역적 인구적 한계를 시장 개방과 자유무역, 기술혁신으로 극복했다. 유럽의 물류 중심지라는 입지 조건도 십분 살렸다. 다종의 농산물로 다양한 수요를 충족한다. 자국 생산물 말고도 해외 농산물을 수입 가공, 재수출하는 비중이 35%에 이른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유통 및 물류 시스템으로 수요 변동에 적기 대응한다. 고품질 제품을 신선도를 유지하며 빠르게 국내외 소비자에 공급한다.

강우량이 많고 일조량이 적어 농작물 재배에 부적합한 기후적 약점을 새로운 농법 개발, 첨단의 기술 혁신으로 극복했다. 유리온실, 수경재배, 해수 재배를 창안했다. 자동화, 로봇,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실현했다. 정작 주목할 사실은 따로 있다. 산관학(産官學) 협업에 기반한 혁신 프로세스다. 농업을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하며 창의적 교육으로 성과 도출과 기술 축적을 이어가는 점이다. 

'혁신 농업'의 상징 네덜란드, 한국 농업의 미래 좌표

1997년부터 바헤닝언 지역에 푸드밸리(Food Valley) 클러스터를 조성, 산관학 협력체계를 구축한 게 대표적 사례다. 산(産)은 푸드밸리소사이어티 등 산관학 커뮤니티에 참여, R&D 수요를 창출한다. 관(官)은 연구비 지원, ‘푸드밸리재단’ 설립을 통해 홍보, 커뮤니티 운영, 산관학 연계 활성화를 수행한다. 학(學)은 바헤닝언대학(WU)과 전문연구소(DLO)를 통합한 바헤닝언대학연구소(WUR)을 구축, 교육과 연구, R&D 실용화를 구현한다. 

네덜란드가 하는 걸 우리나라가 못 할 리 없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될 거라고 지레 포기하는 게 문제다. 네덜란드 농업을 견학하기 위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대한민국이다. 방문이 방문으로 그치고 연구개발과 실행으로 옮겨지는 시도나 사례가 드문 것은 아이러니다. 인력과 시간 낭비, 나랏돈 허비다.

우리와 비슷한, 어쩌면 더 열악한 여건에서 성공를 일궈낸 네덜란드 농업. 학습의 필요성과 협력의 당위성이 충분하다. 그들의 발달한 시설농업과 고도화한 자동화 시스템 등은 한국 농업에 좌표가 될 수 있다. 기술 협력, 설비 수출, 시장 확대를 위해 네덜란드 또한 한국과의 협력과 교류를 바라는 바다. 보호하고 방어하는 농업은 희망이 없다. 농촌의 현실과 농업의 미래를 더 암울하게 할 뿐이다. ‘지키는’ 농업에서 ‘이기는’ 농업으로 공수(攻守) 대전환이 중요하고 시급한 이유다. 

때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2월 빌렘 알렉산더 국왕 초청으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다. 양국 간 우의를 다지고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협력의 폭을 넓힐 것을 기대한다. 반도체 공급망, 원전 건설 등 뿐만 아니라, 농업 분야에서도 협력을 구체화하기를 소망한다. 이번 방문에 농업 전문가와 관계자를 대거 대동, ‘신(新) 하멜시대' 개척을 간곡히 청하는 바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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