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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AI 대전(大戰)에서 승자가 되려면
피할 수 없는 AI 대전(大戰)에서 승자가 되려면
  • 나병문
  • 승인 2023.10.2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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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쳇GPT의 출현 이후 세계 디지털 기업들은 저마다 초거대 AI 언어모델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들은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가 언어 생성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을 재편하는 주인공이 될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시간이 흐를수록 인류는 인공지능에 더 많은 것들을 의존하게 될 것이다.

AI 시장에서의 국가 간 경쟁도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품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이야말로 부국강병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흥선진국인 우리나라가 글로벌의 리더를 자처하는 기존 열강(列强)과의 피 튀기는 전쟁에서 승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승자 독식의 특성이 유난히 두드러진 이 분야에서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힘들다는 사실도 우리를 더욱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KAIST의 이광형 총장은 모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른바 ‘AI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주장했다. 빠르게 진화하는 AI 분야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관한 그의 탁견은 매우 독특하고 명쾌하다. 위진남북조시대에 제갈량이 주장한 삼분지계는 천하를 셋으로 나누면 세 세력이 서로 견제하기 때문에, 불안하지만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그는 우리나라도 그 전략을 받아들여 AI 삼국지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10~20년 후의 AI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양강 체제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은 미국이 지배하고, 중국 시장은 중국 회사가 지배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들의 세력이 미치지 못하는 제3의 시장이 존재한다. 즉, 한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와 아랍권이다. 우리가 그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석권한다면 AI 분야에서 삼분된 천하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는 AI, 그것을 바라보는 우려와 기대

세계적인 AI 석학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 교수는 얼마 전 국내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이 된 AI가 작정하고 우리를 속인다면, 인류는 알아차릴 수도 막을 방법도 없다. 그런 상황이 되기 전에 전 세계가 AI 통제에 나서야 한다”라며 AI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딥러닝(심층학습) 연구의 권위자로 ‘AI의 대부’로까지 불리는 그는 늦어도 20년 안에 사람보다 똑똑한 디지털 지능이 출연할 것으로 예측했다.

힌턴 교수는 AI의 진화가 다양한 ‘사회적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도 했다. AI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져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수도 있고, 무책임한 가짜뉴스가 난무할 개연성도 크다는 것이다. 그는 오픈-소스(open source) AI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사기나 사이버 공격 방법을 AI에 더 쉽게 학습시킬 수 있어서 테러 집단이나 독재 정권에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걸 막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AI를 지나치게 우려의 시선으로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인공지능의 미래’의 저자인 제리 카플란(Jerry Kaplan) 박사는 “인간보다 똑똑한 생성형 AI가 회의자료를 정리하는 개인 비서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포럼 연설, 조언, 경고, 고객 및 법률 의료 상담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생성형 AI는 인간과 달리 자신의 이익을 위한 열망을 갖는 존재가 아닌 만큼 잘만 활용하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교통) 개념을 처음 정립한 우버(Uber Elevate) 출신 에릭 앨리슨(Eric Allison) 조비에비에이션(Joby Aviation) 부사장도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혁신적 도구와 기술이 나올 때마다 이런 논쟁은 항상 반복됐고 AI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AI로 인해 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제적 파이가 커지면서 인류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AI의 미래를 낙관했다.

다가오는 건곤일척(乾坤一擲), 산업전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

앞서 언급한 이광형 총장의 분석처럼 AI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기술력이 있어야 하고, 넉넉한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생산된 제품과 콘텐츠를 소화할 우호적인 시장이 존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AI 기술력은 세계 선두권이지만,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열세하다는 약점이 있다. 시장 상황도 경쟁국인 미국과 중국에 비해 유리할 게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낙담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

정부와 기업들의 최근 행보는 꽤 긍정적이다. 며칠 전 삼성전자가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GDDR7 D램 등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반도체 기술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표명한 셈이다. 특히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D램으로 생성형 AI인 챗GPT 등장 이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제품이다.

국내 유력 통신사들도 AI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해외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통신사 도이치텔레콤과 통신에 특화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기로 했으며, KT는 태국 정보통신(ICT) 회사인 자스민 그룹과 함께 태국어 기반의 LLM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AI 산업의 중요성을 주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 전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AI 경쟁력 향상과 신뢰성 강화를 주문했다.

AI의 위험성에 대한 거듭되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세는 이미 정해졌다. 인류가 걸어가는 길에 인공지능과의 동반은 돌이킬 수 없으며, 이 분야를 선도하는 국가가 세계를 제패(制霸)하게 될 것이다. 나라의 존망이 걸린 큰 전쟁에서는 국력을 집중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같이 중차대한 시기에 정쟁(政爭)이나 일삼으며 힘을 허비해서야 되겠는가? 너나없이 냉철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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