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인상폭 대비 최대 4배 이상 아이스크림 값 더 인상...매년 10% 이상씩 계속 올려
실제 국산 원유 사용 제품은 극히 소수...대부분은 수입산 분유 사용, 수입산 분유값은 최근 최대 25% 하락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빙그레, 롯데웰푸드 등의 최근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과 관련, 이들 업체가 국산 원유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주로 사용하는 수입 원재료 가격은 오히려 낮아졌는데도, 원유가 인상 때문에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상한다는 논리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하할 것을 30일 강력 촉구했다.
원유는 젖소로부터 짜낸 상태의 소 젖으로, 어떤 첨가물도 첨가하지 않은 상태의 우유를 말한다. 지난 10월 원유 가격 인상 발표 이후 원유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인상되며 가공식품 물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빙과업체인 롯데웰푸드도 10월 1일자로 아이스크림 제품을 최대 25% 인상했고, 빙그레는 10월 6일자로 메로나를 17.2%나 인상했다. 이들 빙과업계는 매년 가격을 10% 이상씩 올리고 있다.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의 공통된 인상 이유는 원유가 인상이다.
이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남인숙) 물가감시센터는 원유 가격 상승을 근거로 단행된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이 타당한 것인지 분석한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유 가격은 22년 1월 리터당 947원이었고 10월 999원으로 5.5% 인상되었다. 그러나 다음해인 23년 1월 996원으로 0.3% 인하되었으며, 23년 10월 1,084원으로 8.8% 다시 인상된 상황이다.
지난 2월의 아이스크림 가격을 분석해본 결과, 전년 동월 대비 롯데웰푸드의 월드콘XQ(160ml)는 10.5% 상승했고, 빙그레의 투게더 바닐라맛(900ml)는 14.7%, 메로나는 24.3%씩 각각 상승했다.
작년 2월 대비 올 2월 원유 가격은 5.2%만 상승한 상황이었으므로, 원유 가격 상승에 비해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 폭은 최소 2배, 최대 4배 이상에 달했다. 올 10월 원유 가격이 88원(8.8%) 오르자 이들 업체는 원유가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또다시 인상했다.
더 문제는 이들 아이스크림 중 국내산 원유를 원재료로 하는 제품은 빙그레의 ‘투게더 바닐라맛’ 하나 뿐이라는 점이다. 롯데웰푸드의 월드콘XQ는 외국산 혼합분유를, 빙그레의 메로나는 수입산 혼합탈지분유를 사용하고 있어 국내산 원유가 변동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주장했다.
수입분유 가격을 분석해보면 23년 9월 기준 가격이 22년 평균 가격보다 미국산 분유는 25.3%, EU산은 2.4% 각각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올해 2차례나 가격 인상을 실시한 아이스크림 업체들이 내세우는 원유가 인상 탓 주장은 맞지 않으며 원유가 부담이 경감됨에 따라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타당하고 합리적이라고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적했다.
협의회는 물론 원유가 외의 다른 원부자재가, 인건비 등의 영향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이들 업체가 가격 인상 시 공통적으로 주장한 국내 원유 가격은 소폭 상승한 것이므로, 원유 상승률의 최대 4배가 넘는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단행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소비자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원재료 함량, 가격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등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는 정보 격차를 악용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아이스크림 주 원재료라고 생각되는 원유가격이 상승했을 때 이를 빌미로 원유를 사용하지 않는 아이스크림에 대해서도 가격 인상을 단행, 소비자를 기만하고 소비자의 부담을 심화시켰다고 추측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2022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2월부터 약 4년간 벌어진 5개 빙과류 제조ㆍ판매 사업자 및 3개 유통사업자의 담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과징금 부과 직후 빙그레는 2022년 소매점과 편의점을 대상으로 3번, 23년에는 소매점과 편의점, 기타 유통채널을 대상으로 4번의 가격 인상을 각각 발표했다.
롯데웰푸드 역시 가격 담합 적발 후 22년 소매점 대상으로 2번, 23년에는 소매점, 편의점 대상으로 4번 가격 인상을 각각 단행하는 가격 정책을 펼치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4년간 담합에 대한 반성도 없이 높은 수준의 가격 인상을 연이어 하고 있는 것은 과점 시장이라 현재 별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로 밖에 볼수 없다고 소비자단체협의회는 비판했다.
협의회는 이에 따라 빙과업체들에게 원유 가격 상승폭보다 과도하게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상한 결정을 철회하고 오히려 가격을 인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23년 1월부터 시행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유가공제품의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요인이 발생했으므로 정부 관련 부처에서는 시장 내 유가공제품의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한국YWCA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한국YMCA전국연맹, 녹색소비자연대 등 12개 소비자단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