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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쓰는 노인' 정재룡, 장편소설 ‘오로라와 춤을’ 펴내 
'연애소설 쓰는 노인' 정재룡, 장편소설 ‘오로라와 춤을’ 펴내 
  • 박도윤 기자
  • 승인 2023.10.3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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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장, 캠코 사장 출신..77세에 연애소설 펴내며 소설가 데뷔
20대에서 60대까지 40년간에 걸친 연애사 다뤄...실버세대 사랑의 이정표
"실버들도 영혼과 감성의 자유를 찾아 용기 있는 모험 시도해야"
▲정재룡(정다경). 작가 제공
▲정재룡(정다경). 작가 제공

[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통계청장,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을 지낸 정재룡 금융소비자뉴스 회장이 희수(喜壽)에 장편 연애소설 '오로라와 춤을'(다산글방)을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DJ노믹스’의 실무총괄로서 1997년 IMF 외환위기 극복의 숨은 공로자이자 산 증인인 정 회장은 IMF 당시 캠코(구 성업공사) 사장을 맡아 정부 예산(71조원)보다도 많은 111조원의 금융권 부실채권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정리함으로써 한국 신용도를 바로 세우고 경제 정상화의 기반을 놓은 인물이다. 

그 당시 캠코의 성공적인 부실채권 정리 기법은 인도네시아, 중국, 러시아, 대만 등에 전수됐으며, 2009년 4월 런던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경제위기에 직면한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금융위기 극복의 우수사례로 소개됐다. 

이 같은 공로 등을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고, 저서로 '부실채권 정리', '부실채권 정리제도의 국제 표준화', '不良債權之處理'(불량채권지처리, 대만 출간) 등을 펴내기도 했다. 

정 회장이 나이 77세를 맞아 '정다경'(鄭茶耕)이란 필명으로 내놓은 '오로라와 춤을'은 주변에 있는 실제 에피소드들에 기반해 청년시절부터 노년까지 이어지는 실버 세대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대학 시절 미팅에서 만난 주인공 남녀의 2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40년간에 걸친 연애 이야기로,  한국판 ‘매디슨카운티의 다리’로 불릴 만하다. 

소녀가 좋았으면서도 솔직하지 못했던 남자. 그로 인해 그는 40년 동안 소녀를 잊지 못하는 형벌(?)에 처해진다. 청년이 맘에 들었지만 수동적이었던 여자. 그로 인해 그녀는 수녀가 되었고 가족과도 멀어진다.

하지만 수십 년의 세월도, 각자에게 주어졌던 불리한 처지도 이들의 사랑을 막진 못했다. 상대의 얼굴마저 까먹었던 남녀는 옛 기억을 좇아 편지를 주고받으며 수년간 사랑을 축조해간다. 

보수적인 시대에 서로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지 못하고 각기 다른 상대에게 부인과 연인 자리를 각기 넘겨준 이들은 결국 40년을 돌아 재결합을 앞두게 된다. 여기에는 과거 연애 방식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통찰이 전제됨은 물론이다. 

"나는 가끔 표지화로 쓰인 에메랄드그린의 색조를 띤 노르망디 해안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그림을 보곤 한다. 우리는 조금 별난 사람끼리 만났던 것 같다. 사랑이 없으면 못 사는 그런 군상이었다. 우리는 같이 있을 때는 앞에 앉아 있는데도 더 보고 싶어 하였고, 그리워하였다. 멀리 떠나 있을 수밖에 없었기도 하지만, 떠나 있으면 잿빛 공간 속의 여백만이 있었다. 그리움만 있었지 긴 여운은 없었다. 그냥 회색의 시간이랄까 가끔 궁금해하는 정도가 우리의 사랑의 방식이었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재가 안고 있는 불씨는 다시 타오르는 불쏘시개가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지 못한다는 것을 오랜 세월이 지난 이제야 겨우 깨달았다. 진한 그리움은 시간과 더불어 바로 재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작가는 개연성 있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우직하게 주제를 밀어붙이며 구시대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를 모던하고 페미니즘적인 결말로 이끌어갔다. 미래 실버 세대의 사랑이 이런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듯하다.

작가 정다경은 정비석의 '자유부인'과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등 국내 연애소설의 계보를 들며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당대의 연애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지적했다. 이에 여성도 자기 계발과 사회 참여로 남성에 종속된 연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인간이 자신의 파트너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오래오래 그리워하며 지내야 하는 운명을 보다 로맨틱하게 극복하는 방법을 슬기롭게 찾아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실버들이 젊었을 때처럼 몸이 따르지 못하더라도 영혼과 감성의 자유를 찾아 용기 있는 모험을 시도하여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소설과 관련해 정세용 전 내일신문 편집국장/주필은 "소설을 처음 쓰는 신인이지만 소설은 전개가 매끄럽고 드라마틱하기도 하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경제관료였지만 학창 시절 많은 문학 서적을 탐독한 문학청년이었음이 분명하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에게 벅찬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평했다.

이어 "인생은 희로애락이 교차하나 즐겁고 사랑스러운 것이 아닐까. 작가는 이번 소설을 통해 사랑은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것임을 다시 일깨워줬고, 이 소설을 읽는 60, 70대는 물론 젊은이들도 사랑을 기억하고 다시 사랑하고 싶어질 것이 틀림없다"며 일독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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